- 써니
- 조회 수 377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노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09 |
딸기밭 사진 편지 112 / 봄 ![]() | 지금 | 2011.04.16 | 3139 |
3408 | [먼별3-39] <하바나 블루스> 쿠바를 음악에 실은 영화 [3] | 수희향 | 2011.04.13 | 3335 |
3407 |
삶을 반성하며 느낀 점 ![]() | 숲기원 | 2011.04.12 | 3805 |
3406 | [0025]행복을 주는 사람 - 민혜숙 [2] | 햇빛처럼 | 2011.04.12 | 3544 |
3405 |
담쟁이 / 도종환 ![]() | 병곤 | 2011.04.11 | 5476 |
3404 | 어린 수경收耕/ 박노해 | 써니 | 2011.04.11 | 3008 |
3403 | [0024]그래 그래 - 박남준 | 햇빛처럼 | 2011.04.08 | 3091 |
3402 | [먼별 3-38] <영국영화: 오!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남편이 죽자 왜 대마초를 재배했을까? | 수희향 | 2011.04.05 | 4828 |
3401 |
아버지는 진토가 되어서도 아버지 ![]() | 한명석 | 2011.04.04 | 3630 |
3400 | 우아한 뒷간/ 박노해 [2] | 써니 | 2011.04.04 | 3157 |
3399 | [0023]소박한 바람 [2] | 햇빛처럼 | 2011.04.04 | 3003 |
3398 | [0022] 사랑한다는 이유로 | 햇빛처럼 | 2011.04.02 | 3381 |
3397 | [먼별 3-36] <독일영화: 클라라> 슈만의아내, 브람스의연인 그러나 클라라.. | 수희향 | 2011.03.30 | 6137 |
3396 | [021]봄이오면 - 박태문 [2] | 햇빛처럼 | 2011.03.30 | 3365 |
3395 | 푸념 푸념 열매 | 정지은 | 2011.03.28 | 3004 |
3394 |
[예비 7기 연구원] 면접여행을 다녀와서.. ![]() | 김경인 | 2011.03.28 | 4160 |
» |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노해 | 써니 | 2011.03.28 | 3774 |
3392 | 첫마음의 길/ 박노해 | 써니 | 2011.03.25 | 4279 |
3391 | 바닥에 있을 때/박노해 [2] | 써니 | 2011.03.24 | 3121 |
3390 |
[예비 7기 연구원] 그날, 김용규 선생님과의 만남 ![]() | 김경인 | 2011.03.23 | 3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