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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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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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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4일 08시 59분 등록

 그녀를 만난 것은 먼 타국에서 였습니다. 그녀는 석사 과정을 들어가기 전에 어학연수를 와 있었고, 저는 이민을 목적으로 그 나라에 머물고 있었지요. 그로부터 십여 년 후, 며칠 전 그녀는 드디어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가 학위를 받기까지 그녀와 친분을 지속해 온 나는 그 지난한 과정을 자연스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졸업식이 있기 며칠 전에 그녀와 긴 시간을 나누다 문득 갈등 관계에 놓여 있던,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생활방식이 닮아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나는 그녀와 다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우리는 그녀의 아버지가 (칼럼 39.) http://www.bhgoo.com/zbxe/r_column/181571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로부터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을 받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세미나 수업으로 진행되는 대학원, 박사 과정을 씩씩하게 해 냈습니다. 무척 고된 상황임에도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상황을 징징대며 뒤쫓아 간 것이 아니라 상황을 앞서 갔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그녀의 아버지, 덜 먹고 덜 입으며, 덜 누리고 살아야 했던, 전쟁을 겪은 아버지에게 배운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을 살아온 두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관점의 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의 방법이 달랐을 뿐,  끈끈한 유대감으로 결속되어 있는 것을 도처에서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졸업식이 끝나고, 그녀는 아버지가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가슴 아파 했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해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의사소통이 안 되어 갈등을 겪고 계시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단지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공부하느라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동안의 얼굴’ 마흔 두 살의 그녀는 이제 결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신년에는 모쪼록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 십여 년간의 결실,  그녀의 힘찬 출발을 무한히 축하합니다.

우리의 걸음은 늘 어딘가로 출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제 하루가 편치 않았던 여러분의 오늘 아침, 첫 발걸음을 축하합니다.  빨강머리앤의 9번째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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