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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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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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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0일 08시 29분 등록

그를 알고 지낸지 50년이 지났습니다. 햇수로는 조금 더 되었지만 나이가 어려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니 그 정도로 잡아 둔 것입니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여 사라져 없어진 것은 아니고 알 수 없는 무의식 속에 쌓여 있을 것이니 사실 그를 알게 된 것은 50년을 훌쩍 넘었다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요.


오늘 아침 비가 갠 하늘이 멋진 푸른빛으로 산 너머에서 나를 쳐다보는 순간 나는 그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현실을 이야기처럼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이야기를 현실이라고 믿는 로맨티스트와는 달라요. 그가 믿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적이지요.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서 이루려고 해요. 그러니 그걸 이상주의라고 불러야겠지요 ?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재주도 없으면서 자부심이 강하고 지나칠 만큼 자존심이 센 그는 사실 좀 사회성이 결여된 불안한 존재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를 잘 알게 된 것은 사귀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정체를 꽤 정확하게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세상과 만나게 할 어떤 흥미진진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게 된 다음부터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그전에도 끊임없이 그런 시도를 해 오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그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럴 듯한 시나리오를 직접 써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을 위한 꿈의 대본으로 차용하여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배역이 잘 맞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가 성공하기 시작한 것은 남이 써준 대본을 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그 이야기처럼 살아보려는 현실적 이상주의자로 전환한 다음부터인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 안에 아주 멋진 영웅이 들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대 과대망상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기만 그런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 안에 위대한 그들의 영웅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영웅이 내장된 채로 태어 납니다. 그것은 발견되고 육화(肉化)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안의 영웅을 키우내는 사육법을 조금씩 알아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자기를 키우는 법을 이리저리 시도해 찾아보고 있는 그를 나는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이지요.


오늘 그는 나에게 짧은 편지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날마다 아침이면 또 하나의 목숨이 새로운 에너지로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과거를 향해서는 죽어야 하고 미래를 향해서는 거듭 나야한다. 날마다 태양이 뜨는 이유다. 너와 나에게는 대략 삼만 개의 오늘이 있다. 반은 이미 죽었고 반은 힘을 주체할 수 없어 쓰일 곳을 찾고 있다. 날마다 하나의 목숨으로 하나의 삶을 만들어 가라. 우리는 날마다 다른 삼 만 개의 인생을 이승에서 즐기다 가는 것이다. 그러니 어제가 오늘을 지배하게 하지 마라. 오늘은 오늘의 인생이 새로 시작되는 날이다. 삼 만개의 삶, 나는 흥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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