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 AC(가칭) 주식회사 미디어 전략실 상무
그는 전에: 제일기획과 CJ 신사업기획팀장
전환의 나이: 매순간이 전환이다


그는 세련된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입은 옷, 생김새, 분위기,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았다. 미남이라는 사실은 그를 소개한 사람이 이미 말한 터였지만 그는 외양의 세련됨과 더불어 내양의 아우라로 사람을 차분히 압도하는, 매우 향기로운 사람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그가 나보다 어리다는 것을 안 나는 내내 그를 그의 직함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렀다. 남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는 그는 잘 정리된 노트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사람처럼 말을 참 잘했다. 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에너지를 다 쏟았다. 그렇게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주느라 3시간 이후에 그는 기진해 있었다.

그는 말하면서도 시종 자신이 사실보다 부풀려질까, 그것을 심히 염려하였다. 인터뷰 다음날도 그는 ‘부족한 사람의 이야기이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만 강조하고, 저의 자랑 같은 이야기는 빼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계획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우린 좀더 허심한 대화를 나누었다. 마시던 커피잔에 커피를 더 채워달라 부탁하고, 먹음직스러운 블루베리 와플을 하나 시켰다.

'제가 고심 끝에 인터뷰에 응한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어요.’

내가 와플 한 점을 베어먹는 동안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를 꺼냈다. 의외였다. 목적이 있어서 인터뷰에 응했다니! 그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다.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조그맣게 남을 돕고 싶어서 최근 블로그를 하나 ( http://blog.naver.com/hopeworker ) 열었어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사업방향이나 마케팅, 브랜딩 등을 무료로 상담해주기 위한 것이예요. 홍보에 시간을 많이 쏟지 못하니 블로그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 인터뷰를 통해, 저의 서비스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그 대목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에 이메일을 몇 번 주고 받으며 나는 ‘a good man’ 이 되는 것이 그의 삶의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는 눈길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삶과 일을 분리해 그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해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었다. 우리는 어떤가. 그와는 달리 ‘지금’ 남을 도울 수 없는 이유들을 수없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은퇴하고 나면, 좀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바쁜 시절이 지나가면, 좀 더 시간이 남으면... 반면 그는 아직 젊고, 성공의 정점에 있다. 그런데도 그는 더 늦기 전에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가치가 사람을 고상하게 해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내 것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눈 감고도 코 베가는 무서운 세상에서 그는 치열하게 배우고 익힌 것들을 무료로 남에게 나누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내 것을 챙기지 않고 나누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그가 바라는 것은 선행이 순환되는 것이다. 그의 컨설팅을 받은 이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기가 가진 것으로 선행을 베풀고, 그 다음 사람은 또 다른 이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 선행이 이렇게 돌고 돌아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한다면 그의 선행은 가장 흡족하게 보답을 받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공감 능력이 조금 있으니 일정 시간을 공표해놓고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을 위해 전화를 받아주는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아무 것도 없고 그의 마음과 의지만 덩그마니 몇 개의 문장으로 표현된 단순한 그의 블로그를 보고 나니 이러저러한 도전이 생긴다.

그와의 인터뷰 전문 보기: http://www.bhgoo.com/zbxe/186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