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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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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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6일 08시 20분 등록


나흘 전 많은 사람들이 이 숲을 다녀갔습니다. 그들은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 과정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과 막 수료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면접여행 중이었고, 수료하는 사람들은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기념식수를 하는 사람들은 이 숲에 커다란 감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나뭇가지에는 자신들의 연구원 여정을 담은 액자를 걸었고, 뿌리 옆에는 캡슐을 묻었습니다. 캡슐 속에는 10년 뒤 그들이 서있을 어느 지점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다고 했습니다. 엊그제 밤, 그 나무 위로 춘설(春雪)이 가득 내렸습니다.

나는 나무를 심는 모든 사람을 존경합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기다림의 미덕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성장하는 방식에 급행티켓 같은 지름길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속성으로 자라는 나무라 해도, 나무는 매년 단 하나의 나이테만을 더하며 자신의 키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테 한 켜 한 켜에는 그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자신의 하늘을 열고 싶은 욕망이 담겨있고, 성장을 향한 치열한 실천과 투쟁의 하루하루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모색과 실패와 성공의 역사가 있습니다.

한 켜의 나이테에는 또한 숲 공동체를 위해 베푼 공헌과 저장이 담겨 있습니다. 나무는 발아래 존재하는 무수한 미생물과 균근을 부양하지 않고는 자신도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이룬 가치의 일부를 숲으로 되돌립니다.(당분, 낙엽, 삭은 나뭇가지…) 그들의 가지에는 새가 깃들 수 있어야 하고 잎사귀에는 애벌레가 파고들 수 있도록 허락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나무 대부분이 생태적 공헌과 저장을 병행하며 자신의 하늘을 열어갑니다.

오늘 씨를 뿌렸다고 내일 꽃을 피우는 초목이 없습니다. 그것을 아는 그들은 빛을 향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고, 뙤약볕 아래의 노동을 회피하지 않으며, 비바람을 맞는 일이 두려워 주저앉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다만 꾸준하고 성실하며, 이웃을 살려 함께 성장하는 법을 따릅니다. 그리고 때를 기다릴 뿐입니다. 나무는 모두 때에 이르러 싹을 틔우고, 때에 이르러 잎을 내고 꽃을 피울 수 있음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연이 만든 성장의 섭리임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나는 그들이 심어놓은 감나무 곁에 다녀왔습니다. 이사온 지 이틀 만에 느닷없이 맞이한 춘설에도 감나무는 의연해 보였습니다. 가을빛 찬란한 날 주렁주렁 감을 맺기 위해 저들의 나무는 성장의 섭리를 따르며 세월을 살아낼 것입니다. 이 숲을 찾아 저곳에 소망을 담은 감나무를 심은 그들도 그렇게 살아내겠지요. 하면, 10년 뒤 그들이 묻어둔 소망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입니다. 나는 이곳에서 그들의 기다림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감나무에 꽃 피면 꼭 일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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