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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 07시 39분 등록

스페인의 와인회사 토레스에는 커다란 검은색 책이 한 권 있다. 형편없는 성과로 퇴출당한 전 직원이나 실망스러운 공급업자의 목록이 아니다. 바로 실수를 기록한 책이다. 실수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언제나 그것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첫번째 기록은 외환대비책에서 2억원 가량 오산을 했다는 점을 인정한 최고재무책임자의 기록이다. 이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다. 모든 신입 직원은 입사하자마다 그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배우며 또한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얻는다. - 곽숙철의 혁신이야기 중에서


저도 실수책에 적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얼마 전 대학원 과제로 '여성 직장인의 커리어 의사결정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된 이론을 기반으로 한국 직장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수가 너무 적었습니다. 친분이 있다고 생각한 2개의 회사에 설문조사를 부탁했는데 저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턱없이 적은 샘플이 모였습니다. 둘째는 미국에서 개발된 설문문항을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했더니 한국의 직장인들은 문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거기다 응답자 수까지 적으니 결과나 나올리가 없지요. 결국 연구 설계가 엉성하고 사전 준비가 부족해 활용이 무용지물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실수를 통해 배운 것도 있었습니다. 우선 이제 비로소 논문에서 사용하는 통계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고 수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던 개념들이 이제 비로소 꽃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제가 만든 데이터로 통계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결과를 도출한 경험 덕분입니다. 또 한가지는 설문조사 전에 충분한 문헌검토를 통해 정교한 연구 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기한에 쫓겨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이 이번 실패의 주요인이었습니다. 결론은 실패였지만 연구의 전체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게해준 아주 의미있는 연구였습니다. 


몇 년 전 가수 이장희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그는 최고의 인기가수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불꺼진 창'등의 대표곡이 가요정화운동으로 금지곡이 되고 대마초 파동으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구치소의 차가운 바닥에서 그는 생각했습니다. "신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실까?" 이후 그는 연예계를 떠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성복 매장을 열어 큰 돈을 벌었고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로즈가든'이라는 식당을 열었습니다. LA에서 '라디오코리아'란 방송사를 운영하며 1992년 LA폭동 때는 교민들의 상황실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는 지금은 울릉도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제 업무상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소동이 있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어쩌면 그 일에 대한 저의 회의감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게 한지도 모릅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신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걸까? 이 일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줄까?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걸까?"


실수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저도 맥주 한 잔하고 훌훌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대도 그리하길 바랍니다.

    


[알림1] 카리브해의 흑진주 쿠바 완전 일주 13일 '아직 끝나지 않은 내 안의 혁명을 위하여' : 아티스트웨이(대표 로이스)가 많은 분의 버킷리스트인 쿠바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색깔을 가진 쿠바에서 살사와 함께 새해를 맞아보세요. http://cafe.naver.com/morningpage/6856


[알림2] 양재우 연구원이 운영하는 에코독서방에서 6기를 모집합니다. 좋은 책을 꾸준히 읽고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좋은 책과 더불어 멋진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니 서둘러 신청하세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http://www.bhgoo.com/2011/832808#3  

 

[알림3] 정예서 연구원이 운영하는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에서 나를 세우는 4개의 기둥 4기를 모집합니다. 새로운 진로를 모색 중인 분,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가치관의 성장을 원하는 분에게 권합니다. 선착순으로 마감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3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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