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제산
  • 조회 수 88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8년 5월 27일 23시 35분 등록

[자유학년제 가족 독서 #03] 소크라테스의 변명

 

올 해 저희 가족의 프로젝트는 자유학년제를 맞이한 중학교 1학년 큰 딸과 아빠와 엄마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가족토론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서양 인문고전 목록에서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쉽고도 재미있게 구성한 책을 찾았습니다. 안광복 선생님이 글을 쓰고 사계절에서 펴낸 <소크라테스의 변명-진리를 위해 죽다> 입니다. 저자 안광복 선생님은 김 빠진 사이다에 김을 불어넣는 마음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 원문과 함께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문화와 정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김 빠진 사이다는 이제 한편의 잘 짜인 법정드라마로 변모합니다. 저자의 깊은 내공 덕에 화석은 보석으로 탈바꿈합니다.

기원전 469, 아테네에서 석수장이 아버지와 산파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크라테스는 필로폰네소스 전쟁에 참전하여 공을 세운 참전용사였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소크라테스는 일은 하지 않고 동료들과 철학적 토론을 벌였고 그를 따르는 젊은이들이 늘어갔습니다. 소크라테스의 관심사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지만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본질적인 개념들을 캐묻고 밝혀내는 일이었습니다. 정의, 충성, 사랑 같은 개념의 본질을 묻고 또 묻는 소크라테스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었는지 깨닫습니다.

문제는 당대 권력자들이 소크라테스의 인정사정 없는 질문 공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젊은이를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발당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국가 전복에 해당하여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대역죄 혐의입니다.

권력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원하는 것은 침묵이었습니다. 대게 이정도 겁을 주면 나라 밖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사형언도를 코 앞에 둔 재판정에서 참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무죄를 설명합니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권력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정직하게 설파하는 소크라테스! 결국 사형을 당합니다.

사형을 당하였으니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실패한 변론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소크라테스를 실패자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보여준 인류의 스승으로 기록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전통과 권위, 사회적 통념속에 묻혀 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캐묻는 이에게 진정한 자유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기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낸 진리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분에게 안광복 선생님의 해설이 빛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사계절)를 권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안광복 사계절.jpg

지금부터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안광복, 사계절)을 읽고 저희 가족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수민) 학교에서 읽을 책 가져오라고 했는데, 서가이 있던 이 책을 집어서 학교에 갔습니다. 쉬는 시간과 독서 시간에 책을 읽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아빠) 수민이가 느낀 소크라테스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나요?

수민) 소크라테스는 한마디로 허세라고 하고 싶습니다. 재판에서 적당히 타협했으면 죽음까지는 가지 않고 살아 남아 좀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정반대 행동을 취한 사람으로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재판에 넘겨진 갈릴레이가 생각납니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재판정에서 저주했습니다.

엄마)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재판에 굴복하여 죽지 않았다면 역사는 소크라테스를 비겁한 사람으로 기록했을 겁니다.

수민)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아빠) 수민이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었습니까?

수민)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에 이미 소크라테스를 다룬 학습만화를 여러 권 보았습니다. 그 책들은 한결같이 소크라테스 칭찬과 칭송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학습만화책들과 달랐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소크라테스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만난 소크라테스는 시장판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길에서 만난 백수 같은 보통사람이었습니다.

아빠) 저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으며 오랜 궁긍즘이 풀렸습니다. ‘신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철학을 할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다이몬이라는 신의 소리를 듣고 신의 메시지에 충실한 것이 자신이 진심으로 행한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요컨대 소크라테스는 신을 부정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신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철학은 종교나 신학과 철저히 분리된 학문으로 알려져 있고, 철학의 아버지로 소크라테스를 꼽고 있지만, 놀랍게도 소크라테스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후대에 남긴 감동은 자기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진실로 들을 수 있는 태도라고 봅니다. 신의 목소리냐 이성의 목소리냐를 따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자기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진실로 들을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비록 사형을 당했지만 분명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행복한 사람이었으며 자유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엄마)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지금껏 일상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서 해답을 구하고자 하지 않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해서 그가 내린 해답을 쫓아 갔고 모든 책임도 그에게 짊어지게 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고 궁리해 보지 않고 남에게서만 질문의 답을 구했습니다. 권위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소크라테스를 읽으며 앞으로는 나도 남에게만 해답을 구하지 말고 내 자신에게 묻고 답을 찾아 봐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민) 소크라테스가 스스로 너무 건강하기 때문에 약자를 고려하는 법을 몰랐던 사람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가 스파르타 같은 사회가 되길 원했는데, 스파르타는 태어난 아기가 약하거나 장애가 있으면 들판에 던져 늑대의 먹이로 주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이런 가치체계를 가진 국가를 좋아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소크라테스는 밤이 새도록 시장골목에서 사람들과 토론을 해도 지치지 않는 매우 건강한 사람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너무나 건강했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 소크라테스가 매우 건강했기에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는 수민이의 관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건강하지 않았다면 소크라테스의 진리관이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합니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같은 작품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가진 한계점을 드러내는 현대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전달자소설에서 등장하는 미래사회는 혼란을 사전에 100% 통제하기 위해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아이를 인공적으로 소멸시키는데, 주인공 조너스는 약하게 태어난 동생을 지키기 위해 통제된 사회 밖으로 탈출합니다. 소크라테스가 기본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바로 신체적 약자를 사회가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 오늘 토론 참 좋았습니다. 저도 여러가지 새로운 생각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수민)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진리를 알 수 있나요?

아빠) !… 그게 말이지 대답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엄마)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리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리라는 것이 시대나 사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진리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빠)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진리를 알 수 없는 건가요?

엄마, 수민) (답을 하지 않고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음)

아빠) 수민이의 마지막 질문 우리는 어떻게 진리를 알 수 있는가?’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답을 내기 보다 앞으로 계속적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이만 토론을 마치는 게 좋겠습니다.

엄마, 수민) 그래요. (일동 박수)

 

자유학년제를 맞이한 파주 인문학 가족의 독서토론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IP *.202.114.135

프로필 이미지
2018.05.29 18:10:01 *.7.28.140
인문학가족, 멋진데~ 굿! ^^*
프로필 이미지
2018.05.31 08:46:34 *.62.203.124
ㅎㅎㅎ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96 [금욜편지 41- 신화속 휴먼유형- 헤라클레스형 3- 유형분석] [2] 수희향 2018.06.15 825
2995 목요편지 - 마음공부 [1] 운제 2018.06.14 712
2994 [일상에 스민 문학] 우리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3] 정재엽 2018.06.13 772
2993 ‘1인 기업가’ 차칸양의 직업, 일, 미션 이야기 file [6] 차칸양 2018.06.12 710
2992 [자유학년제 가족 독서 #04] 법구경 [2] 제산 2018.06.11 871
2991 [금욜편지 40- 신화속 휴먼유형- 헤라클레스형 2-열정과 분노사이] 수희향 2018.06.08 741
2990 목요편지 - 사람 사이의 거리 [3] 운제 2018.06.07 776
2989 [일상에 스민 문학]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정재엽 2018.06.06 756
2988 '1인 기업가' 차칸양의 명함 제작기 file [4] 차칸양 2018.06.05 893
2987 가족처방전 – 일곱 살 엄마와 화해하고 싶어요 file 제산 2018.06.04 756
2986 [금욜편지 39- 신화속 휴먼유형- 헤라클레스형 1-자기고백] 수희향 2018.06.01 760
2985 목요편지 -5월을 보내며 운제 2018.05.31 757
2984 [일상에 스민 문학] -샬롯 브론테 <제인에어> 정재엽 2018.05.30 763
2983 타임캡슐, 10년의 꿈을 드러내다 file [2] 차칸양 2018.05.29 838
» [자유학년제 가족 독서 #03] 소크라테스의 변명 file [2] 제산 2018.05.27 884
2981 [금욜편지 38- 신화속 휴먼유형-예고편] [2] 수희향 2018.05.25 758
2980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운제 2018.05.24 679
2979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2] 운제 2018.05.24 687
2978 [일상에 스민 문학] 물포기의 노래 정재엽 2018.05.23 690
2977 5월의 맛, 고소함과 향내 가득한 아카시아꽃 튀김 file 차칸양 2018.05.22 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