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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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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6일 08시 58분 등록

정의와 완고함을 오가는 안티고네

안티고네의 자기고백

분하고 억울해요. 원래대로 하면 장남인 폴리네이케스 오빠가 왕이 되어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건데요. 아버지가 그리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큰 오빠가 왕위에 올랐을 텐데 작은 오빠와 싸우다 두 분 모두 그리 허망하게들 죽다니요. 정말 너무 한스러워요. 세상에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큰 오빠 장례도 치러주면 안 된다고요? 오빠 시신을 저작거리에 뒹굴게 두고 새들과 개들의 밥이 되게 하라고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요!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올랐는데요! 그래요. 큰 오빠가 적들을 데리고 이 나라를 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한 정당방위인 셈이죠. 원래 큰 오빠가 마음이 좋아 작은 오빠와 둘이 번갈아 통치하기로 하고 그 자리를 내 준 건데, 약속을 깬 건 큰 오빠가 아니라 작은 오빠라고요. 뭐 그렇다고 작은 오빠를 나무랄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제겐 둘 다 소중한 핏줄이니까요. 다만 크레온 왕이 테베를 쳤다는 그 이유만으로 큰 오빠 시신이 저작거리에 뒹굴게 두라는 국법을 만든 건 분해도 분해도 너무 분해요. 큰 오빤 빼앗긴 자기 것을 찾으려 했을 뿐인데요. 제가 이렇게 분한데 오빠는 오죽했겠어요. 오죽 분하면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저를 붙잡고 자신을 고향 땅에 묻어달라 했겠냐고요! 크레온 왕의 국법 따위 죽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건 바로 잡을 거에요. 반드시 그리 할거에요.

 

물론 저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따지기만 하냐. 차라리 크레온 왕한테 울며 불며 매달리면 시아버지 될 사람이니까 겉으로는 어쩔 수 없어도 뒤로 시신을 빼돌려 장례를 치르게 해줄 수도 있지 않냐고 말하는 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큰 오빠가 잘못했다 인정하는 거잖아요. 그럼 그건 오빠의 죽음을 욕되게 하고 오빤 영원히 조국을 배신한 배신자가 되야 하는데 절대 그럴 순 없어요. 절대로요. 불명예스럽게 죽은 것도 억울한데 장사까지 지내주지 않으면 정말이지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할 거잖아요. 그건 산 사람의 도리가 아니죠. 게다가 오빠를 죽게 만들고 그에 합당한 장례도 치르지 못하게 하는 크레온 왕의 며느리가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요. 제가 어찌 제 한 몸 편하자고 원수와도 같은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고 시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겠어요. 마음 약한 여동생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전 절대로 그렇게는 못해요. 죽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는 못해요.

 

물론 저라고 왜 세상에 미련이 없겠어요.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고 싶은 사람인걸요. 사랑하는 약혼자를 두고 결혼식도 못 올리고 이렇게 죽는다면 그 또한 억울한 일이죠. 하지만 오빠의 시신이 저작거리에서 뒹구는데 제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오빠를 그렇게 거리에 방치해두고 제가 과연 신혼의 단꿈에 젖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하이몬도 제 입장을 이해해 줄거라 믿어요. 그도 제 결정을 존중해줄 거에요. 그러니 제 한 목숨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만큼은 바로 잡을 거에요. 그렇게 죽음으로라도 정의가 살아있음을 크레온 왕과 세상에 꼭 증명해 보이겠다고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건 이스메네 만큼은 지켜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희 두 사람, 비록 가는 길은 다르고 그 애가 오빠 일에 나서지 못하고 비겁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여동생이 오빠들 권력 다툼이나 장례 문제에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에요. 비겁이 죄라면 죄인데…. 한편 생각하면 그런 약한 마음으로 저 혼자 남겨져 어찌살아갈지마음에 좀 걸리네요설마 크레온 왕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삼촌으로서, 국왕으로서 그 애만큼은 지켜주겠죠. 그러니 여러분들 또한 마음 약한 그 아이를 꼭 지켜주세요.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여러분들은 정의로운 분들이니 꼭 그래 주실거라 믿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을 믿고 이제 저는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이 일이 세상 다하는 그날까지 오래도록 전해져 다시는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 오늘날에도 정의의 대명사로 불리우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티고네에게 완고함도 있다는 거 생각해보신 적 있으셨을까요..? 그럼 다음 주에는 정의로움 속에 박혀있는 그녀의 완고함 삶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주의 크레온 왕과 불문율의 정의 , 안티고네의 한 치 양보 없는 불꽃 튀는 정의 대결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서서히 한반도가 달아오르는 7, 뜨거운 태양 아래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주말 되시고 다음 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blog.daum.net/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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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공식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최근 출간된 10기 구해언 연구원의 『아빠 구본형과 함께』, 1기 오병곤, 홍승완 연구원의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7기 유재경 연구원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내 자리는 안전한가』 등 세권의 도서에 대해 선착순 다섯분에게 책을 보내드리오니 서평을 작성하셔서 인터넷 서점과 변경연 홈페이지 자유마당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 일요일(8)까지 다섯분 선착순이니 첫 공식 서평단 신청 서둘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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