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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9일 00시 40분 등록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05] 자본론


올 해 저희 가족의 프로젝트는 자유학년제를 맞이한 중학교 1학년 큰 딸과 아빠와 엄마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가족토론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번 가족토론으로 선정한 책은 <자본론> (최성희 글, 손영목 그림, 주니어김영사) 입니다. 아내와 저는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강신준 저, 사계절)을 읽었습니다.


최근에 온 가족이 함께 <청년 마르크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보러 가겠다고 했더니 아내와 큰 딸 모두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개봉관도 적고 상영횟수도 하루에 몇 번 없었지만 운 좋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우정과 투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경제적으로 곤궁했고 국가로부터 끊임없이 탄압받지만 인류사에 길이 남을 저작들을 연이어 집필해내는 마르크스와 비록 공장장의 아들이지만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엥겔스였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선언>을 함께 쓰고 발표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관을 나와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짙은 감흥 덕에 두 딸들은 주니어 김영사의 인문고전 학습만화 마르크스의 <자본론>, 슘페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세계대역사 학습만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차례로 읽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공산당선언>을 번역한 여러 책들을 둘러보았고 이진우 교수님이 번역하고 해설하신 <공산당선언>(이진우, 책세상)과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공산당선언의 시각으로 쓴 <레즈를 위하여>(황광우장석준, 실천문학사)를 읽었습니다. 또한 아내와 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하신 강신준 교수님이 청소년들에게 자본론을 강의하듯 쓰신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오늘 가족토론은 <자본론>이라는 책에서부터 시작해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을 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엄마) 수민이는 <청년 마르크스> 영화를 보고 나와서 DVD를 꼭 구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영화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수민이의 영화 감상평을 듣고 싶어요.


수민) 마르크스를 학습만화를 세계의 역사를 바꾼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만화에서 본 마르크스는 수염이 얼굴 가득한 노인이었는데 <청년 마르크스> 영화에서는 젊은 사람으로 나와서 좀더 친근하게 느꼈습니다. 영화를 보면 생활비 걱정을 하고 자식들 기르는 것을 걱정하는 등 저 사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구나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엄마) 우리 다 함께 돌아가면서 영화 속 자신만의 베스트 장면을 꼽아보았으면 합니다.


수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만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두 사람이 밤이 새도록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대목을 보며 두사람의 우정이 부러웠습니다. 저도 나중에 성인이 되면 꼭 저렇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에디슨도 젊은 시절 여러 설계도를 그렸지만 실제 실현된 것은 설계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엥겔스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 협력하였기에 여러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 영화의 끝부분에 해변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공산당선언을 써 달라고 재촉하는 엥겔스에게 마르크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밀린 원고를 2개나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마음이 느껴져서 내심 놀랐습니다.


엄마) 마르크스는 멋진 글을 참 빨리도 써서 연달아 발표하던데 그 점이 저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엥겔스는 아버지와 불화를 많이 겪는 것으로 나옵니다. 비록 공장장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공장에서 일어나는 노동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를 향해 더 깊이 파고들어가 분석하며 개선할 수 있는지 연구합니다. 또한 공장에서 아버지를 위해 일하면서도 동시에 마르크스를 발굴하여 후원합니다. 이런 모습의 엥겔스를 보면서 현실을 등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영화에서 마르크스의 부인 예니와 엥겔스의 연인 메리가 중요한 캐릭터로 소개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마르크스의 아내 예니는 권태로운 귀족의 삶을 버리고 자유로운 가난을 선택했다고 이야기는 당찬 인물로 그려집니다. 엥겔스의 연인 메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냐?’고 묻는 예니에게 싸우기 위해서는 가난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두 딸을 낳고 엄마로 살고 있지만 혹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결혼하지 않고 세상에 맞서 싸우는 인생을 살고 싶어 졌습니다.


아빠) 수녀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 이군요.


엄마) 아닙니다. 수녀님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를 노려봄)


수민) 마르크스는 결점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마르크스는 악필로도 유명했고, 또 영어를 잘 못해서 엥겔스가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세계사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도 헛점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빠) 인생책세 권으로 성경과 삼국유사와 공산당선언을 꼽습니다. 그 이유가 ……


엄마, 수민)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 (급히 말을 자르며) 지금 마르크스 이야기를 하는데 토론의 주제를 너무 크게 펼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알겠습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관련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남상일 선생님이 번역한 <공산당선언>(백산서당)을 가지고 있습니다. 94년도 대학교 1학년때 대학교 근처 서점에서 구입하였고 첫 페이지에 붓펜으로 정성스럽게 학번과 이름도 적어놓았네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세상에 계급투쟁 혹은 노동자운동이 존재하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대전 고향집에서 받아보던 신문은 조선일보 한가지였고 TV를 틀면 KBSMBC 두가지 뉴스만 나왔습니다.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에서 머무르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난생 처음 접했습니다. 철거지역 빈민투쟁도 대학시절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은 가진 사람들과 빼앗긴 사람들 간에 싸움이 늘 있어왔지만 그때까지 제가 만난 언론과 교육은 한결같이 이 숨막히는 싸움을 벗어난 것만 저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충격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계급투쟁에 대해 연구하고 빼앗긴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 무엇이라도 외칠 줄 알아야 생각했습니다. 그때 만난 것이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이었습니다.

엄마) 저는 부산에서 자라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노동운동을 늘 접하면서 살았습니다. 부산에는 오뎅도 많았지만 신발공장도 많았습니다. 신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긴 시간을 공장에서 일하지만 늘 저임금을 받습니다. 저는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신발공장 노동자들보다는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대학교도 경영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생때 선배들로부터 마르크스나 혹은 노동운동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고생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보다 비싼 몸값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앞섰습니다.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때 당시 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면서도 세상과 맞서 싸우려 했던 선배들 중에 방송국 PD가 되어 추적60분 다큐 프로그램을 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이명박 일가의 비리와 삼성재벌의 추악한 모습을 추적하여 세상에 고발하다가 수난을 겪지만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잘못된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더라고요. 경영학과를 선택했지만 얼마든지 삶의 방향성을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그 선배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아빠) 엄마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쉽게 말해 뜨거운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라는 거군요. ‘영혼이 알려주는 길을 가라는 거군요.


엄마) 맞습니다. 태어난 집안이나 출신 학교, 자라난 지역 같은 요소들 보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영혼이 가리키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민) 저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라고 하면 북한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북한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존재합니다. 마르크스가 원했던 세계가 북한은 분명 아닐 겁니다.


<자본론>을 보면서 자본가가 어떻게 노동자를 착취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보면서 마르크스보다 슘페터의 이론이 보다 맞는 것 같습니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받아가는 사회가 마르크스가 추구하던 세상입니다. 절대적인 중앙권력이 통제하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는 필연적으로 게으름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만들어진 물건은 가치가 하락합니다. 슘페터가 생각하는 체제는 마르크스처럼 중앙당국이 절대권력을 장악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자유도 남겨진 사회주의입니다. 마르크스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북한의 모습은 분명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책을 읽으면 계속 생각해 보았습니다.


엄마) 77일자 경향신문에 유종일 교수님의 개츠비곡선과 장벽사회라는 칼럼이 있습니다. 오늘 <자본론>을 다루면서 수민이와 아빠에게 꼭 읽어주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읽어보겠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052058015&code=990100)


(엄마가 칼럼을 통째로 읽고 수민이와 아빠는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아빠) 한국사회는 자수성가한 부자가 없고 가면 갈수록 상속증여를 통한 부자만 늘어가고 있다는 거네요.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던 미국도 한국처럼 기회가 사라지고 불평등이 커가고 있다는 거고요. 거대자산을 상속하는 계층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여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이 갑니다.

오늘 토론을 정리하면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수민) <청년 마르크스> 영화와 <자본론>을 읽으면서 보다 다양한 세계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 일중독에서 벗어나겠습니다. 경영학과를 다니던 20대 시절부터 제 자신이 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다 보니 한때 직업병으로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일중독은 결국 병들고 아픈 몸만 남깁니다. 가족들은 어떻게 볼 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스스로 예전에 비해서 일중독 증세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 마르크스가 살던 근대도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었고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다른 말로 정답이 없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여전히 다시 보아야 할 고전인 이유는 이 시대 자본주의가 분명 옳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제 아무리 정답은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상으로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다섯 번째 정리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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