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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일 01시 11분 등록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자녀가 직접 고르게 하자!


중학생이 되는 큰 딸에게 인문고전과 벗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내와 제가 선택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


2017년 겨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을 맞는 큰 아이를 위해 아내와 나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우선 청소년을 위한 인문고전 추천도서 목록을 찾았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검색창에 ‘중학생을 위한 인문고전’ 키워드를 넣고 검색했다. 여러 학교, 교육단체, 교사모임 등 다양한 사이트에서 여러 목록을 찾을 수 있었다. 다운도 받고 출력도 하며 천천히 훑어보았다. 한마디로 실망했다. 


첫째, 기준이 모호했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동서양 고전 목록을 모아 놓고, 학년별, 지역별, 시대별로 구분했다. 그러나 이런 구분이 정말 책을 읽어 나가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이 없었다. 예를 들어 학년별로 구분한 어느 목록을 보면 중학교 1학년 추천 도서에 ‘삼국지’가 있고, 중학교 3학년 추천 도서에 ‘묵자’가 있다. 이유는 없이 그냥 그렇다는 거다. 허탈했다. 


둘째, 구체성이 없다. 예를 들어 중학생에게 ‘묵자’를 추천하지만 ‘도서명 묵자, 저자 묵적’ 이라는 정보가 전부다. 구체적으로 어느 출판사에서 누가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 어떤 점에서 청소년에게 좋다는 정보가 없다. 독자 수준에 따라 알아서 책을 찾아보라는 거다. 


셋째, 통일성이 없다. 학교마다 기관마다 추천도서가 달랐다. 공통적으로 추천받는 책을 찾으려고 여러 도서 목록을 놓고 엑셀에 하나 하나 적어가며 분류를 시도했지만 이내 중단했다. 무의미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고전 목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다양한 목록을 찾고서 일일이 확인하며 정리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청소년용 인문고전 목록은 목록을 작성한 사람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직접 읽어보고 작성했다면 최소한 이렇게 허술한 목록이 나오지는 않았을 게다. 목록 작성자는 그저 몇 가지 분류에 따라 책 이름을 모았을 뿐이다. 서가에서 해당 책을 꺼내 들고 손가락 집어가며 읽으며 고민해 보았다면 최소한 이런 수준의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록을 위한 목록, 문서를 위한 문서, 참고를 위한 참고일 뿐이다. 딱 거기 까지다.


무의미한 결론과 허탈함이 밀려왔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대체 어떤 인문고전을 아이에게 읽힐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냈다. 자녀가 직접 고르게 하자! 쉽게 말해 아이가 땡기는 책을 읽게 해주자. 아내도 나도 책은 참 좋아하지만, 직접 고른 책을 읽고 싶지 남이 골라준 책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어느 책을 읽고 싶은지는 자녀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자녀의 선택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부모의 역할은 양질의 책을 자녀의 눈과 손이 닿는 곳에 두는 것이다. 정말 좋은 책들이 주변에 쌓여 있다면, 자녀는 그 중에서 자연스럽게 ‘땡기는 책’을 발견할 것이고, 펼칠 것이고, 읽을 것이다. 


집에 책이 있어야 한다. 물론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공부도 교과서가 중심축을 잡아줄 때 참고서와 문제집이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중심이 될 만한 인문고전은 기본 교과서처럼 내 곁에 가까이 있을 때 인문고전과 점차 친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역을 넓히는 독서가 이어진다. 집에 들일 인문고전 목록을 선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했다. 


첫째, 다양한 분야의 인문고전을 접하게 하자. 신화, 역사, 철학, 문학 등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구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책을 선정하고 아내의 조언을 얻었다. 물론 각 분야별로 아내와 내가 모아 놓은 인문고전이 집 책장에 가득했지만,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처음부터 되짚어 보기로 했다. 


둘째, 직접 보고 고르자. 네이버에서 ‘삼국유사’를 검색하면 2천건 이상의 목록이 뜬다. 그 책을 모두 집에 들일 수는 없다.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 요컨대 내가 읽고 싶을 만큼 마음이 드는 책이어야 한다. 일단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모아 여러 후보군을 정하고 주변 도서관과 헌책방을 돌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책을 골랐다. 


셋째, 책을 고르는 과정을 자녀와 함께 즐기자. 집에 들일 인문고전을 찾기 위해 서점도 가보고 여러 도서관도 가면서 책 나들이 다니는 여정을 즐기자. 부모가 책 목록에 집중하면서 한 권 한 권 찾아내어 펼쳐 놓고 노트에 적어가며 평가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자녀에게 여과없이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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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번 편지에서는 어떤 책을 청소년용 인문고전으로 집에 들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겠습니다.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열번째 편지가 이어집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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