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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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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8일 08시 37분 등록

카잔차키스의 크노소스 궁전” – 미로 속에 갇힌 자유

<그리스인 조르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카잔차키스는 한편 여행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자유인을 꿈꾸는 작가답게 세상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그만의 독특한 필치로 많은 여행기를 남겼죠. 하지만 제가 끌린 책은 여행기가 아닌 그리스 신화, 그 중에서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자신들을 지배하는 고대 강국인 크레테 궁전 속 미로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크레테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크노소스 궁전>이란 책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엔 약소국가가 강대국을 물리치고 독립하는 이야기 같지만, 대개 그리스 신화가 그렇듯 이 이야기 속에는 한 개인의 성장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과연 카잔차키스는 이 짧은 이야기를 갖고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풀었으며, 그는 이 신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야기는 그리스가 아직 하나의 통합된 국가 체계를 갖추기 전 작은 도시 국가들로 이루어진 고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 때는 아직 아테네가 그리스 문명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전으로, 아테네는 고대의 강국 크레테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크레테 왕국은 제우스가 인간인 에우로페에게 반하여 크레테 섬에서 사랑을 나누고 아들을 얻어 미노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시작한 국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고대 시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개 왕조들은 그 힘과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하여 가능한 신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권력의 습성이 여기에서도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리스 신들 중 절대 강자인 제우스 신을 부계로 두어서인지 미노스 왕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이에 머리 끝까지 화가 치민 포세이돈이 미노스 왕이 왕궁을 비운 사이 왕비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리스 신화를 포함하여 고대 신화들을 보면 황소는 권력의 상징처럼 등장하며 때로는 인간과 관계를 맺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그리하여 달이 차서 왕비는 아이를 낳게 되는데 아뿔싸 그녀가 낳은 아이는 몸은 인간이지만 머리는 황소의 형상을 한 반인반수 괴물인 미노타우로스 (미노스의 소라는 의미)를 낳았습니다.

 

이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미노스 왕이 자신의 과오로 시작된 일인만큼 차마 괴물을 죽이지는 못하고 명장 다이달로스에게 명하여 한번 갇히면 그 누구도 절 때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를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둡니다. 그리고 1년에 한번씩 식민지인 아테나에서 아름다운 청년 7명과 처녀 7명을 선발하여 산 제물로 바치며 미노타우로스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도록 달래오고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미노타우로스가 죽는 날, 크레테 왕국도 멸망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없어 왕위가 불안했던 크레테의 미노스 왕은 점점 강성해져 가는 아테나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크레테 속국들 중에서도 가장 용맹하고 뛰어난 장수로 자신의 뒤를 이어 그리스 전체를 다스려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으며 차라리 사위를 삼아 평화로이 왕권을 물려주면 어떻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권력이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도 나누기 어려운 법, 하물며 속국의 왕자에게 살아서 넘겨 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크레테 왕은 아테네에 고하기를 다음 번 제물에는 테세우스 왕자를 포함시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 아테네의 후계자를 제거하려는 책략인 거죠. 역시 권력에 오래 길들여진 노쇠한 왕은 힘은 빠졌을지라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하늘의 뜻은 아테네로 기울었으니 고대 그리스 역사에 황금빛 찬란히 빛나던 크레테 문명은 이제는 부패한 국가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일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들의 비호를 받으며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 시대를 열어갈 신탁을 받은 테세우스는 전설에 내려오는 검을 이어받아 만반의 준비를 갖춥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괴물이 갇혀있는 미로 그 자체였습니다. 신탁처럼 무사히 괴물을 죽이고 새로운 문명을 열 준비가 된다고 한들 미로 속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일입니다. 괴물을 죽이는 일보다 더 어려운 난제 앞에 끙끙거리는 테세우스 앞에 하늘이 또 다른 도움의 손길을 건네니 바로 크레테 왕의 둘째 딸인 아리아드네 공주가 그의 정의로움과 용맹스러움에 반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 공주는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건네주며 미로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바로 모든 골치 아픈 일에도 빠져나올 구멍이 있다는 그 유명한 아리아드네의 실이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괴물도 죽이고 크레테 왕국도 점령하여 지긋지긋한 식민지를 청산한 테세우스. 그 앞에는 정말이지 꽃 길만 펼쳐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화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깊은 의미를 전하는 바, 괴물을 죽인 뒤의 이야기는 이전보다 뻑뻑하게 진행됩니다. 다름 아닌 승리의 기쁨에 가득 차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자 이젠 사랑하는 여인인 아리아드네를 왕비로 삼고자 고향에 돌아가는 항해 길에 아리아드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여자가 되어 버립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돌아올 때 승리를 하여 살아서 돌아오면 하얀색 돛을, 패해서 죽어 돌아오면 검은 돛을 달고 오겠다 아버님께 약속했는데 기쁨에 들뜬 나머지 흰 돛을 다는걸 깜빡 하고 출발할 때 달았던 검은 돛 그대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아테네 해안가 절벽에서 이제나 저제나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늙은 왕은 멀리서 돌아오는 아들의 배에 검은 돛을 보고 테세우스가 죽은 줄 알고 모든 것이 끝났다 절망한 끝에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맞이합니다. 바다 위 갑판에서 이 장면을 절규하며 지켜보던 테세우스는 아버지가 물거품이 된 바로 그 순간 자신이 출발할 때 달았던 검은 돛을 바꾸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얼마나 허망한 순간인지 말입니다이처럼 조국을 식민지 체제에서 구한 구국의 영웅 테세우스였지만 그리 되기까지 결국 그는 사적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아버님을 잃어버려야 했던 비운의 왕자, 테세우스가 됩니다.  한 위대한 인물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인생은 참으로 쓰디 쓴 아픔과 비애가 버무려져야 비로소 대의가 바로 설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읽는 저까지도 명치 끝이 찡한 아픔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건 그리스 신화 속에선 이토록 짧은 이야기를 카잔차키스는 <크노소스 궁전>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낸다는 사실입니다. 짧고 굵은 그리스 신화에 카잔차키스 자신만의 관점으로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 멋들어진 한 편의 현대 문학 작품으로 재탄생 시킨 거죠. 저 역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익히 알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화 속에선 등장하지 않던 다른 많은 인물들과 함께 더욱 풍부해진 스토리 라인을 따라 읽으며 훨씬 더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그 시대, 그 장면, 무엇보다 각각의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하며 따라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테세우스 왕자를 비롯한 동시대 모든 아테네인들이 힘을 합하여 자신들의 자유를 획득한 것 처럼, 저 역시 저만의 자유를 획득하고 싶은 열정이 일었습니다. 역시 카잔차키스는 자유라는 뜨거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데는 탁월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사실 대개 서구 작가들에게 그리스 신화는 이야기의 젖줄과도 같습니다. 서구 작가치고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며 스토리 텔링의 보고 역할을 하는 그리스 신화를 자신들의 작품 속에 녹여내지 않는 작가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잔차키스가 수많은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굳이 테세우스 이야기를 가져와 한 편의 작품으로 다시 만든 이유는 아마도 그 자신 크레테 섬 출신인 작가의 개인적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보았습니다. 카잔차키스가 아직 청년이었을 때 고대의 찬란한 문명 국가였던 크레테는 이방인인 터키의 지배 아래서 신음하는 속국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그야말로 문학계의 테세우스가 되어 터키의 지배를 세상에 알리고 끊어내고 싶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작 놀랐던 건, 신화 속 이야기와 겹쳐서 뿜어내는 자유를 향한 카잔차키스의 열망 그 자체였습니다. 왜냐하면 저야말로 그리스인 조르바에 이어 크노소스 궁전을 읽으며 카잔차키스의 열정에 힘입어 제 안에서 저의 자유를 옥죄는 괴물을 비로소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떠신지요.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하게 미로에 가둬두는 미노타우로스적 요인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다음주는 제 안의 미노타우로스적 요인은 무엇이며, “그리스인 조르바크노소스 궁전을 읽으며 어찌 그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주 토욜, 변경연 영남권 모임을 참여하기 위해 포항에 내려갑니다. 선배님 초대로 내려가는 건데 영남권 모임 참여는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되고, 만남에 대한 기대로 설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주말 계획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편한 주말 되시고 다음 한 주도 좋은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잘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것인가』 차칸양 저

1인기업 ‘에코라이후’ 배움&놀이터 차칸양 대표의 신간 『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잘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출간되었습니다지금과 같은 장기불황불확실성의 시대에 돈 걱정 없는 인생을 설계하는 경제경영인문의 황금비율을 스스로 발견하고 맞추어 나갈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책입니다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직장인을 위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찾기 프로그램인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7기 모집중이니 스스로의 삶을 계획, 실천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http://www.bhgoo.com/2011/851409 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1261

 

 

2. [팟캐스트] 『습관 홈트』 이범용 작가 1

2019년 새해 첫 변경연 팟캐스트의 초대손님은 <습관 홈트>의 저자대한민국 제1호 습관조력자인 이범용 작가입니다. 25년 담배 인생과 결별할 수 있게 하고첫 책 출간, 그리고 8살 딸이 메모 습관을 이어갈 수 있게 한 습관의 힘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눕니다또한 구본형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의 시작이 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꿈벗’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찾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고 하니 방송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822933

 

3. [모집] <꿈벗> 46기 모집 공고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와 소망을 찾아 위대한 삶의 전환을 모색하도록 돕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꿈벗> 46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자신의 타고난 모습대로 뜨겁게 살고 싶은 사람들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 그 일을 하면 신이 나는 일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2019년을 자신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해로 만들고 싶은 분들은 현재 3자리가 남아있으니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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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9 08:43:42 *.72.1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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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0 14:08:58 *.227.76.213

연대님의 소개글이 더해지니

제 편지가 한층 풍부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젠 연대님의 소개글이 기다려질 정도^^ ㅎㅎ


감사드리며

말씀처럼 이번 맘편지를 통해서

독서로 콘텐츠 확장을 시도해보겠습니다^^


함께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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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0 22:54:55 *.54.43.100
글쓰기 강연도 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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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1 14:14:11 *.227.76.213

오~ 그 기타연주 궁금한데요! ㅎㅎ


그나저나 그 바쁜 와중에 언제 가능한지

참으로 대단하다는...


무튼 연대님 단상 글 참 좋습니다.

원고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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