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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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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5일 10시 23분 등록

카잔차키스를 읽고- 나의 자유를 찾아서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던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지입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아마 이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조르바, 이 투박한 사내의 말 앞에서 마음이 먹먹해지며 그에게 빠져든 순간이그 때까지 조르바는 그리스 반군이 되어 터키 정부군에 맹렬히 대항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터키 신부를 죽이고 의기양양하던 그 앞에 신부가 돌보던 어린 아이 다섯 명이 빵을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을 보며 심장이 에이는 아픔을 느끼며 더 큰 세계로의 개안을 경험합니다. 단순한 사내 조르바에서 영혼의 자유를 아는 조르바로 그의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이지요.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 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조르바와 함께 하던 탄광 사업이 철저히 무너지는 앞에서 이제는 그 자신이 조르바와 동일화된 두목이 내뱉은 말입니다. 두목 역시 어느새 조르바의 세계로 넘어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카잔차키스의 크노소스 궁전역시 단순히 민족주의적 서사 드라마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그리스 신화라는 뼈대에 민족이란 거대한 서사를 입혔지만 결국에는 카잔차키스 자신의 개인의 메타노이아 (그리스어로 회심이라는 의미)적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결국 한 개인의 삶 속에서 국가와 민족이 다 들어있으니 말입니다.

 

젊은 영웅 테세우스가 오래된 침략국인 크레테의 미로 속 괴물 미노타로우스를 죽이고 그 자신이 새로운 세계의 왕이 된다는 것은 한 개인이 이제껏 살아오며 스스로를 가두었던 오래된 미로를 탈출하여 진정한 자신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로 속 괴물은 누군가 에겐 두려움이 될 수도 있겠고, 누군가 에겐 좌절이 될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 에겐 무기력이 될 수도 있겠지요. 괴물의 실체가 무엇이고 어떤 것이든 우리 모두는 스스로 만든 미로 속에 나만의 참 자유를 가두고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테세우스가 어두컴컴한 미로 속에 숨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으르렁거리는 괴물에게 눈부신 횃불을 정면으로 비추고 그를 무찌른 뒤 아리아드네라는 조력자가 건네준 실타래에 의지하여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왔을 때, 그는 이제 자신의 민족을 이끌 진정한 리더로 변모해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는 나 하나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테세우스 이야기가 주는 상징은 크고도 깊게 다가왔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웠던 것은 테세우스가 승리를 쟁취하고 자신의 고향인 아테네로 돌아가는 중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의 죽음을 유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야말로 아버지를 (정신적으로) 죽이지 않는 아들은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없다는 분석 심리학의 대가 칼 융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장면이기에 말입니다. 신화는 한 사람이 진정한 내가 되는 자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 안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편 나의 뿌리이자 (그렇기에) 정신적 족쇄일 수 있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까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카잔차키스는 그리스 신화를 후대에 전해주는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 호메로스와 마치 신화 속 원초적 생명력이 무엇인지를 온 삶으로 살아낸 것 같은 인물인 조르바를 만나며 거침없는 자유의 길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그의 삶은 그 어떤 인간적 경계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삶을 살며 세상을 떠날 때는 다음과 같은 묘비명을 남깁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키스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어도, 아니 카잔차키스라는 인물을 알지는 못해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는 본 듯한 말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세 줄의 묘비명이야말로 살아 생전 자신을 옭아맨 그 모든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어 경계 없는 삶을 살다간 한 위대한 영혼이 후대에 전하는 삶의 흔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력 물씬 풍기는 자유의 바람 같은 정취 말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그 때까지만 해도 제 안의 열망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던 저는 결국 <크노소스 궁전>을 읽으며 완전히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거였구나.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가슴 뛰는 삶이라는 것, 사는 듯이 사는 것은 바로 이런 삶을 두고 하는 말 이었구나…’

 

그제야 비로소 저는 그 동안 제 삶이 왜 그리 답답했는지, 제가 어떤 미로에 갇혀있었는지 아니 미로에 갇힌 줄도 몰랐던 지난 날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테세우스가 컴컴한 미로 속에 들어가 괴물 앞에 횃불을 들이댄 것처럼 저 또한 제 삶의 진면목을 마주했던 것이지요.

 

제 안의 미노타로우스는 사회적 성공과 진짜 나처럼 살고 싶다는 갈망이 혼재된 반인반수 괴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꿈꾸는 자유는 비록 조르바처럼 원초적 생명력 가득한 삶 정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나다움을 찾고 그걸 구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제게 덧씌워진 사회적 성공이란 괴물의 이빨이 너무 강하고 날카로워 감히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역으로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크레테 인들이 그러했듯이 저 또한 아무 탈없는 날들이 이어지도록 늘 순종이라는 제물을 바치며 살아오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카잔차키스를 만나 그 동안 참고 참았던 답답함이 용기로 변하여 튀어 오르며 저 역시 두목이 회심한 것처럼 남은 생은 더 이상은 책상물림으로 살지 않겠노라 단단히 결심하였습니다. 도대체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뭐에다 쓸 건지 그런 건 동네 강아지한테나 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지..?

나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없는 것 같은데… ’

 

그랬습니다. 미로 속 괴물을 마주하고 죽이기까지 하더라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실마리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저만의 실타래를 구할 수 있는 건지 말입니다. 죽을 힘을 다해 용기를 내어 내 안의 괴물을 마주하고 그를 처치하였다고 결심한 순간, 이제부터 어찌해야 할지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만의 자유로운 세상을 어찌 만들어갈지 진정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 거죠. 그리하여 다시금 카잔차키스의 책을 뒤져보았지만 그는 그 다음 길을 알려주기에는 너무 뜨거웠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에는 그보단 차분한 아리아드네와 같은 조력자가 필요했습니다. 미로에서 빠져 나와 다시 세상과 마주하려면 뜨거운 열정보단 차분한 이성이 필요하기에 말입니다.

 

이상으로 카잔차키스의 자유편을 마칩니다. 어떠세요.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여러분의 자유에 대해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는 저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준 차가운 지성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한 주말 되시고 다음 주도 행복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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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팟캐스트] 『습관 홈트』 이범용 작가 2

이번 변경연 팟캐스트는 <습관 홈트>의 저자로 습관의 실천이 물결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이범용 작가편이 이어집니다무작정 목표를 높게 잡아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습관은 결국, 시작을 어떻게 쉽게 할 것이냐와 어떻게 지속할 것이냐라는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습관에 실패하는 3가지 요인은 무엇인지, 습관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이야기 나누니 방송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822933

 

3. [모집] <꿈벗> 46기 모집 공고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와 소망을 찾아 위대한 삶의 전환을 모색하도록 돕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꿈벗> 46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자신의 타고난 모습대로 뜨겁게 살고 싶은 사람들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 그 일을 하면 신이 나는 일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2019년을 자신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해로 만들고 싶은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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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03:23:07 *.54.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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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09:47:10 *.227.76.213

신화적 관점에서 아리아드네는 "조력자" 역할인데

내 마음이 가르키는 방향. 참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1인 기업 11년차를 걸어보니

내 마음을 가르키는 방향이 어떨때는 동쪽,

어떨 때는 북쪽. 시시각각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의지는 생각보다 참 약하거든요..


해서 다음 편지에서 어찌하면 내 마음의 나침반이

외적 요소에도 흔들림없이 진짜 내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연대님의 소개글이 저로 하여금 더 열씸 글쓰기를 밀고 나가게 합니다.

글쟁이로서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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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08:46:59 *.111.14.184

지난번 포항 함성 모임에서 직접 뵙고 만나고 좋은 이야기 잘 들어서 좋았습니다.

멀리까지 와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연구원제도의 필독서인데 저도 한번 시간내서 읽어보고 다시 선생님 글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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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10:18:53 *.227.76.213

저야말로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희 기수때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연구원 필독서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부님 이하 많은 남성 독자분들께서 상당히 좋아하셨던 책인건 맞습니다.


굿민님께선 또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아무쪼록 즐독하시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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