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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일 08시 12분 등록


전세계에서 치즈를 가장 많이 먹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치즈 선진국인 프랑스인이라 생각하겠지만 정답은 그리스 사람들입니다.* 그리스의 1인당 치즈 소비량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보다도 많은 연간 약 25kg입니다. 그리스인들이 제일 많이 먹는 치즈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페타(feta)’ 치즈입니다. 그들은 페타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디저트로 먹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치즈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치즈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데, <오디세이아>에는 치즈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방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는 기쁜 마음으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의 여정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주민들과의 충돌로 여섯 명의 부하를 잃은 이스마로스와 기억을 잃고 영원히 머물고자 했던 로토파고스. 그 이후에 여러 날을 헤매다 도착했던 섬이 바로 키클롭스가 사는 곳이었다. 키클롭스는 둥근 눈이라는 뜻인데, 그들의 이마 한 가운데에 한 개의 눈만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섬을 정찰하던 중에 큰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 속에는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양 떼와 양의 젖, 그리고 양젖이 응고된 것 등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다.

 

<오디세이아(Odysseia)>는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기원전 700년 경에 쓴 대서사시로 서양 최초의 기록 문학입니다. 그의 또다른 작품 <일리아스(Ilias)>는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룬 기록이고,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이긴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기록이지요. 우리에게 친근한 아킬레우스, 헥토르 등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하고, 트로이 목마와 같은 온갖 전략과 음모가 난무하는 <일리아스>에 비해,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다룬 <오디세이아>는 왠지 밋밋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뭐 그리 특별할까 싶었는데, 신이 정한 오디세우스의 운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가는 길은 꽃길이 아닌 역경과 고난으로 가득 찬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왜 오디세우스는 전쟁영웅임에도 불구하고 금의환향 대신에 10년이나 바다를 헤매게 되었을까요? 제우스는 그가 바다를 떠돌았던 이유를 오디세우스가 모든 키클롭스 가운데서도 가장 힘이 센, 신과 같은 폴리페모스를 눈멀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폴리페모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입니다.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 섬에서 발견한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동굴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곧 동굴의 주인인 폴리페모스(Polyphemos)가 돌아와 양젖을 짰다. 그리고 젖의 일부분은 응고시키기 위하여 저장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식사 때 먹었다. 폴리페모스는 양을 치며 사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종족으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폴리페모스가 매일 부하들을 잡아먹자 오디세우스는 그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한 뒤 불로 달군 나무막대기로 눈을 찔렀다. 거인은 눈을 부여잡고 “Nobody is killing me!”라고 외쳐댔는데, 이는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닌(Nobody, Outis)’이라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Nobody(Outis)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폴리페모스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도, ‘아무도 자기를 죽이려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그의 친구들은 그를 돕지 않고 그냥 두었다. 눈이 멀게된 폴리페모스를 피해 탈출에 성공한 오디세우스는 배에 타고서야 제대로 된 이름을 알려주며 거인을 조롱했다. 화가 난 폴리페모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대신 복수해줄 것을 기원했고, 결국 오디세우스는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10년이나 바다를 떠돌게 된다.

 

폴리페모스가 먹고 남긴 양젖은 동굴속의 세균을 만나 자연스럽게 시어지고 응고되었을 겁니다. 어느 정도 응고되면 갈대로 만든 바구니에 넣어서 유청(응고되지 않은 액체)을 빼고 응고된 덩어리, 즉 치즈를 먹었겠죠. 폴리페모스가 간단하게 만들어 먹었던 양젖 치즈가 오늘날 그리스인들이 끼니마다 먹는 페타의 기원입니다. 신화에서 보여지듯이 예전에는 양젖이나 산양젖으로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젖소유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페타는 우유를 35도 정도로 데운 후, 응유효소인 레닛(rennet)**을 넣어 응고시키고 천주머니에 넣고 매달아 두어 유청을 제거한 뒤 소금을 뿌리는 방법으로 만듭니다. 간단하죠? 오디세이아에 묘사된 오디세우스가 거인이 양의 젖을 짜서 응고시키고, 유청을 따라낸 후 등나무로 짠 바구니에 담아두는 것을 보았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리스의 시골에서는 아직도 손으로 직접 젖을 짜서 갈대로 만든 바구니에 응고된 덩어리(커드, curd)를 담아 치즈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척이나 숙성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서 금방 먹는 치즈를 생치즈(fresh cheese)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짜렐라나 마스카르포네, 리코타도 모두 생치즈 입니다. 숙성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치즈 특유의 콤콤한 냄새나 깊은 맛은 없지만 신선한 우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수분이 많아서 유통기한이 짧고, 뜯은 후에는 빨리 먹는 것이 좋습니다.

페타는 네모난 모양으로 잘라서 판매하는데, 이런 모양을 그리스어로 ‘fetes’라고 불러 페타(feta)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네모난 모양에 하얗고 작은 구멍이 있어서 얼핏보면 두부처럼 보이는데, 이 구멍 때문에 잘 부서집니다. 유통 기간이 짧은 생치즈의 특성상 소금물에 담겨져 포장되고 판매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짠 맛이 강합니다. 짠 맛이 싫다면 찬우유나 물에 15분 정도 담아 뒀다가 먹는 것이 좋습니다.

신들의 자손 그리스인들은 페타를 어떻게 먹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페타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디저트로도 먹습니다. 빵과 그릭요거트, 신선한 과일 한 접시와 페타를 함께 먹으면 든든한 아침식사가 됩니다. 잘 익은 토마토와 오이, 올리브에 페타를 작고 네모나게 잘라 섞은 뒤 올리브유를 뿌리면 그리스식 샐러드가 됩니다. 여기에 빵과 와인을 곁들이면 건강한 지중해식 점심식사가 되겠네요. 페타는 짠맛이 강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하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저녁에는 작게 자른 페타를 밀가루를 묻혀 튀겨서 애피타이저로 먹기도 합니다. 사가나키(saganaki)라고 부르는 그리스식 치즈 튀김이죠. 시금치와 페타로 속을 만들어 파이지에 넣고 구우면 스파노코피타(Spanokopita)라고 하는 시금치 파이가 됩니다. 특별한 요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식탁에 놓고 식사 내내 요리와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페타와 꿀을 내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디저트가 됩니다. 좀 더 본격적인 디저트나 간식을 먹고 싶다면 페타를 넣어 치즈케이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는 페타가 짜다는 걸 잊지마세요. 시금치파이를 만들 때는 소금을 넣지 않아도 적당히 간이 됩니다. 좀 더 싱겁게 먹고 싶다면 페타와 리코타를 반반씩 섞어서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치즈케이크를 만들 때는 찬우유에 잠깐 담갔다가 만드는 게 좋겠네요.

오늘은 서양 최초의 기록 문학 <오디세이아(Odysseia)>그리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페타 치즈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번 주도 맛있는 주말 보내세요~^^

 

* 국가별 1인당 치즈 소비량

Information based on 2009 statistics by Eurostat, the Canadian Dairy Information Centre (CDIC) and the Wisconsin Milk Marketing Board.

https://www.dummies.com/food-drink/special-diets/annual-cheese-consumption-by-country/

** 레닛(rennet)

송아지나 어린 양의 위에서 얻는 단백질 분해 효소. 이 효소에 의해 우유 중의 단백질이 응고되는데 이 응고된 덩어리를 커드(curd)라고 부른다.

 

참고자료

<그리스 로마 신화 The Age of Fable> 토머스 불핀치, 박경미 옮김, 혜원출판사, 2017

<치즈의 지구사> 앤드류 댈비,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1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구혜영 옮김, 예문사, 2014

<내 미각을 사로잡은 104가지 치즈수첩> 정호정, 우듬지, 2011

<잘 먹고 잘사는법046, 치즈> 이영미, 김영사, 2004

<500 치즈> 로베르타 뮤어, 구소영 옮김, 도서출판 세경, 2012

<세계 음식명 백과> 박성연,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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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3 20:55:37 *.144.5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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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08:52:39 *.36.133.35

알로하 선배님의 새로운 분야의 짜임새 있는 글,,너무 좋습니다.

특히 제가 잘 모르는 신화 부분의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니...


앞으로도 계속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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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9 06:51:21 *.45.19.21

치즈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네요.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온통 제가 모르는 생소한 신화와 역사의 이야기인데도 술술 읽어지는게 맛있는 편지들 다음편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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