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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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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7일 15시 51분 등록

며칠 간 계속되던 황사가 좀 물러간 것 같습니다. 밀린 빨래를 밖에 늘었습니다.  

 

고1 음악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겐 잊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번호순서대로 홍하의 골짜기(red river valley)를 불러 점수를 매겼습니다. 원어로 불러야 되니 곡조에도 신경을 써야 되지만 발음에도 신경을 써야 됐습니다.  나는 긴장되었지만 성악가의 포스로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앞이 잘 안보였지만 점점 내 노래에 빠져드는 친구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더욱 아랫배와 목에 힘을 주어 끝까지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교실이 떠나갈듯한 함성소리가 들렸습니다. 

“서울대 음대 가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한두 명이 그러면 장난으로 들릴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정말 내가 노래를 잘 부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착각이 아니길 바라면 선생님의 심사평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변조라고 하는 거야.”
 

그 다음에도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 한 마디에 흥분된 교실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습니다. 나는 ‘변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을 자기 마음대로 바꾼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선생님은 진실을 말했을 것입니다. 나는 진실을 말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것을 살면서 두고두고 느꼈습니다. 자신에게는 진실이지만 상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후 나의 노래를 들어 본 친구는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들이 청년이 되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같이 보았습니다. 아들은 감동하였는지 집에서 뮤지컬을 흉내내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 왔어~"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치 내가 그때 그랬던 것처럼 아들도 자신이 잘 하는듯한 착각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대로 듣고 있었지만 매일 계속되자 한 마디 하였습니다.
"아들아! 아빠를 닮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아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 후 아들의 노래소리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진실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진실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봅시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옵니다. 겨울의 흔적을 거두고 봄의 모드로 맞추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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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8 08:49:28 *.36.133.85

오늘 선생님의 글 중에서 제 마음속에 딱 내리꽃히는 문장입니다. 


나는 진실을 말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것을 살면서 두고두고 느꼈습니다. 자신에게는 진실이지만 상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곁에 두고 늘 살펴보면서 주의해야겠습니다.

*저도 중학교때 음악선생님이 저 보고 "음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 악보는 잘 볼줄 몰라도 음감은 좋았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습니다. 지금도 이해가 안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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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10:31:00 *.38.29.102
진실을 말하며 살 때는 주변에 사람들이 없더니
진실을 말하지 않았더니 주변에 사람이 넘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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