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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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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8일 08시 02분 등록

나의 터닝포인트-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읽고

우리 부부는 윈저성에 살 당시 친구들이 많았고 또 멋진 사교 행사에 자주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윈저성을 나온 이후 그 초대장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 부부는 존재조차 없는 것이었다.

  • 포트폴리오 인생으로 간다면 자네 자신의 직함은 어떻게 되는 건가? 내 친구가 물었다. 전 학장이라고 둘러대는 것도 잠시 밖에 안 될 텐데

  • 그냥 찰스 핸디가 되는 거지. 내가 말했다.

  • 얼마나 멋져요. 아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별로 위안이 되지 못했고 설득력도 없었다.

정말 대회나 행사장 같은 데 참석해서 내 이름 밑에 아무런 기관명도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했다. 나는 발가벗은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때까지는 다소 생소했지만 어렴풋이나마 미로를 빠져나간 뒤에 펼쳐질 삶이라 여겼던 프리랜서 혹은 1인 지식기업가의 삶이었다. 한 마디로 명함 없는 삶그냥 찰스 핸디라는 명함은 내겐 명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이름 석자라니 쪽 팔렸다.”

 

어렵사리 조직이라는 감옥을 탈출해서 사는 삶이 기껏 명함 없는 삶이라고? 그다지 안 땡기는데.’

 

조직에서 탈출하여 자신의 이름 석자로 살아가는 인생전환을 이루었다는 또 한 사람의 대가인 찰스 핸디의 책 <코끼리와 벼룩>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 석자가 곧 브랜드가 되는 일은 엄청난 로망이었지만, 회사를 나온 직후의 그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역시나 감옥일지언정 따듯한 황금 새장 안이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책을 계속해서 읽은 이유는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자신의 말처럼 코끼리처럼 거대한 대기업에서의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벼룩과도 같은 프리랜서로 변신한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전환이 성공했는지 그 이유는 알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성공적인 자본주의의 또 다른 문제이다. 동일한 장소에 머무르려면 전보다 두 배나 더 빨리 헤엄쳐야 하는 것이다. 부모 세대는 아버지 한 사람의 수입으로도 잘 살았는데, 오늘날의 부부는 아버지 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잘 살려면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것이다. …… 우리는 그들처럼 뒤를 돌아다보면서 과거와 비교하여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동시대인들과 우리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브리지스의 책을 읽으며 제 인생을 수직적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다 순환적 패러다임으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에 눈을 뜨게 되었다면, 핸디의 책을 읽으며 왜 제 삶이 아무리 바삐 종종거려도 항상 그 자리에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것 같은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꽤 오래 전 영국에서 쓰여진 책인데 마치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며 분명 부모님 세대보단 풍요로워졌고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저의 보폭으로는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걸 확인하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생 막판까지 휘둘리다 끝날 것 같았습니다.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신의 전문지식 분야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회사들을 상대로 종종 지적하듯이, 진정한 혁신은 해당 산업 혹은 회사 바깥에서 온다. 회사 내부에서 오는 것은 친숙한 것의 변형일 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나는 이 통찰이 남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라…’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인줄 알고 살아온 제겐 참으로 처음 들어보는 묘….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핸디는 자신의 삶에 그 말을 적용시켜 비즈니스 세계에 인문학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전문 분야를 만들어내며 그것으로 책을 쓰고 강의를 다니는 작가 겸 프리랜서로 인생 전환을 이룹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전의 삶만큼 화려하진 않을지 몰라도 훨씬 더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삶이 되었다고요. 그리고 핸디는 이런 삶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엄연한 사실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은 칭찬과 함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 (프리랜서는 원래 용병을 뜻하는 전쟁 용어이다)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필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동시에 혹평에 상처받기 쉽다. 그리고 그런 상처는 좀처럼 잘 아물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포트폴리오 일에서 오는 자유는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

 

결코 만만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삶. 마치 현실의 조르바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선 자신의 생태계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어쩌면 투박한 조르바보다 세련되고 멋진 현대판 조르바가 찰스 핸디의 프리랜서 삶이 아닐까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제야말로 미로를 탈출한 뒤 어떻게 삶을 꾸려가야 할지 진정한 롤 모델을 만난 것 같은 제게 핸디는 마지막 충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포트 폴리오 생활은 처음에는 약간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곧 잘 기능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예순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 내 생활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활동적이고 재미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기다렸으나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생활에 뛰어들어 인내하면서 나름대로의 공식과 포트폴리오 찾아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자기가 아닌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영향력과 그 특별한 즐거움에 만족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바란다.”

 

예순이라.. 핸디는 프리랜서로 도약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밝히고 있으니 그의 나이 쉰에 전환을 시작했다는 의미였습니다. 무엇보다 예순이란 나이에도 인생이 그토록 재미있고 충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진정 인생의 중립지대라 할 수 있는 사십 대를 잘 보내고 저도 그런 예순을 맞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

 

그 때였습니다. 제가 그 동안 저 스스롤 가둔 미로에서 완전히 빠져 나와 까마득히 밑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내린 순간 말입니다. 브리지스가 말한 내 안의 상형문자란 다름아닌 타인보다 더 빨리, 더 높이가 아닌 타인과 다른 나였습니다. 그리고 타인과 다른 나는 당연히 제 안에 답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문을 여는 열쇠는 문 밖이 아닌 내 주머니에 있다던 스즈키 선사의 말처럼 내 안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비밀의 열쇠는 제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한낮에도 꿈을 꾸는 자가 되어 저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보겠다 결심하고 미로에서 탈출하였지만 브리지스의 말은 역시나 옳았습니다. 인생 전환은 빨리 감기버튼처럼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저만의 바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몇 가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어떠세요, 여러분. 올 한해 저와 함께 새로운 바다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어느 새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비록 미세 먼지로 공기는 뿌옇지만 마음만은 화창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한 주도 봄기운과 함께 아자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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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odbbang.com/ch/15849?e=22855268

 

 

IP *.38.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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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08:34:26 *.36.133.47

찰스 핸디의 쉰살부터 시작한 인생도약준비가 저에게 많은 위안이 되니다.

무엇이든지 늦게 진행되는 저의 인생에서 쉰살부터의 시작이라는 말이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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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11:14:25 *.244.71.49

하모요. 더군다나 핸디는 수십년전의 사람으로서 요즘 한국사회로치면 거의 50대 중후반내지 60으로 봐도 무방하죠.

 100세 시대입니다. 조급함도 내려놓고 반대로 너무 기다리지도 말고 굿민님 인생행로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하는 전환되시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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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16:23:54 *.192.49.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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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11:15:53 *.244.71.49

넵. 우리 모두 각자의 고유성을 발현하기위한 자기탐구

이번 한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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