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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8일 22시 59분 등록

중학생 큰아이는 요즘 한국문학을 읽습니다. 아이가 읽는 걸 보고 아주 오랜만에 저도 다시 한국문학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염상섭 작품 속 등장인물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염상섭은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뿌리라 평가받습니다. 횡보(橫步, 모로 걷다)라는 호가 보여주듯이 그의 작품 속에는 자유를 향한 이상과 식민지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 방황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의 주인공은 표본실에서 해부되어 사지를 판에 찔린 채 칠성판 위에 전시된 청개구리처럼 무기력합니다. 식민지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 절망한 주인공은 평양과 남포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곳에서 지적인 광인 김창억을 만납니다. 그는 톨스토이즘과 윌슨주의를 내세워 세계 평화를 논합니다. 물질주의와 인간의 타락을 개탄합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염상섭의 첫 작품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과 광인은 이십 대 초반의 염상섭의 모습, 식민지 불안하고 우울한 조선의 지식인을 대변합니다.    


<만세전(1922)>의 주인공인 동경 유학생 이인화는 고향에 아내가 위독하여 급히 귀국길에 오릅니다. 조선인 상권이 일본인들에게 넘어가 쫓겨나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만나고, 조선 혈통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이들을 보고 절망합니다. 식민지 조선이 근대화되었다며 기뻐하는 이들을 보고 탄식합니다. 보통학교 교사인 형의 타락상과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 총독부에서 기생충적인 친일파가 되어 있는 아버지를 목격하고 크게 실망합니다. 모국을 상징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주인공 이인화는 자신이 식민지의 아들이라는 현실에 눈을 뜹니다.


<두 파산(1949)>은 식민지 시대와 해방을 거치며 친구였던 두 여성이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일제 강점기 기득권층으로 재산을 모은 한 여성은 해방 후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다른 여성을 재정적으로 파산시킵니다. 한 여성의 도덕적 파산과 다른 여성의 재정적 파산, 두 여성의 파산을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염상섭을 읽으라”고 하셨던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과의 약속을 이제야 지켰습니다. 지금의 나라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으며,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걸까요? 한 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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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08:36:57 *.102.129.147

오늘도 자녀와 함께한 독서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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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1 07:32:33 *.38.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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