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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3일 01시 11분 등록


봄입니다. 봄은 나들이의 계절이지요. 저도 지난 주말에 경주로 벚꽃 나들이를 다녀 왔습니다. 나들이의 계절을 맞아 오늘은 치즈를 찾아서 달로 나들이를 다녀온 사람과 그가 사랑했던 치즈의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댜.

 

달은 치즈로 만들어졌대요 (The moon is made of green cheese)

옛날 유럽 사람들은 달이 치즈로 만들어졌다고 믿었습니다. 둥근 모양과 표면에 구멍이 난 듯한 생김새, 특히 물에 비친 달의 모습이 치즈처럼 보였기 때문이지요. 이와 관련해서 전설이나 동화, 속담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가 진짜로 달에 가보고 달에는 방아 찧는 토끼도, 치즈도 없다는 걸 알게 된 20세기 말에도 치즈를 찾아 달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과 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곧 휴가인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네. 따뜻한 차나 한잔 마시면서 생각해볼까?”

그로밋, 문제가 생겼어. 집에 치즈가 떨어졌어.”

, 치즈 없이 크래커랑 차만 마시니까 정말 맛이 없네. …… 그래 바로 그거야. 치즈가 있는 곳으로 휴가를 떠나야겠어. 그런데 그게 어디지?”

그래 맞아. 달에 가는 거야. 달이 치즈로 만들어졌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잖아.”

without cheese_월레스 & 그로밋.jpg

클레이매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의 한 장면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Wallace & Gromit: The Grand Day Out)>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clay animation/ claymation) 입니다. 스탑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이라고도 부르는데요. 클레이로 모형을 만들어 형태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한 프레임 씩 촬영한 후, 이미지를 연결해서 모형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연결을 표현하기 위해 한 명이 하루에 3초 정도의 분량 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러닝타임이 23분 밖에 안 되는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은 닉 파커(Nick Parker) 감독이 6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198911월에 브리스톨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1년 후인 19901224, 크리스마스 이브에 텔레비전 방송국, 채널4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주인공 월레스는 영국 맨체스터 근교의 위건(Wigan)이란 곳에 사는 50대의 싱글 남성입니다. 아마추어 발명가인 그는 저절로 옷을 입혀주는 기계나 아침식사를 만들어 주는 기계 등을 만들어서 매일 이용합니다. 그의 발명품들은 기발하고 편리하긴 하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많이 부족합니다. 그의 반려견 그로밋은 ‘개를 위한 전자공학책을 읽고 취미로 뜨개질을 하는 비글입니다. 사람보다 똑똑한 개, 그로밋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월레스는 벌써 오래전에 2층 방의 침대에서 아래층 식탁으로 바로 내려오다가 엉덩이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뜨거운 죽을 눈에 맞아 실명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디로 휴가를 갈지 여행책자를 뒤지며 고민하던 월레스는 잠깐 쉬며 티타임을 갖기로 합니다. 차와 함께 먹을 체더 치즈와 크래커를 준비하려는데 마침 치즈가 똑 떨어졌네요. 치즈 없이 먹는 크래커와 차는 너무 맛이 없었습니다. 이때 한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치즈가 많이 나는 곳으로 휴가를 가서 맘껏 치즈를 먹어야겠다. 랭커셔, 체더, 암스테르담, 필라델피아?”

유명 치즈 산지들이 떠오르지만 왠지 딱 맘에 들지 않는데요. 마침 달이 보입니다. 달은 치즈로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달보다 더 많은 치즈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없겠지요. 그렇게 월레스는 달에 가기 위해 로켓을 만들고 그로밋과 함께 달로 여행을 떠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

월레스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는 체더(Cheddar)와 웬즐리데일(Wensleydale) 입니다. 체더는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치즈입니다. 영국인뿐이 아닙니다. 체더는  전세계적으로도 제일 많이 소비되는, 가장 대중화된 치즈입니다.

99% 정도의 확신으로 제가 처음 먹어본 치즈도 체더였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마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치즈도 체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체더 슬라이스, 즉 체더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체더 가공치즈입니다. 영국 서머싯(Somerset) 지방의 작은 마을, 체더에서 만들기 시작했던 체더 치즈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치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영국인들이 체더를 미국으로 전파했기 때문입니다. 17세기 초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온 청교도들은 그곳에서 체더를 만들어 먹기 시작합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농가에서 가내수공업의 규모로 생산했는데요, 1851년 뉴욕주에 최초의 체더 공장이 생기면서 생산량이 급증했습니다. 1916년에는 미국의 대형 식품회사 크래프트(Kraft)사가 가공치즈의 대량생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체더를 베이스로 한 가공치즈를 체더 슬라이스치즈라고 부르면서 체더가 전세계로 알려지고 대중화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의 다른 유명한 치즈와는 달리 체더는 원산지 명칭 보호*를 받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호주나 캐나다로 이주한 영국인들도 치즈를 만들어서 체더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권 나라에서 소비되는 치즈의 절반 이상이 체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국의 문화를 전세계로 퍼뜨린 미국의 활약으로 체더는 가장 대중화된 치즈가 되었고, 유럽 이외의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먹어본, 치즈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all kinds of cheddar processed cheese.jpg

우리나라 마트에서 판매 중인 각종 체더 가공 치즈

 

체더가 마치 미국의 치즈처럼 되어버리자, 원조국인 영국인들은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특히 체더가 위치한 남서부 지역 사람들은 웨스트 컨트리 팜하우스 치즈 메이커(West Country Farmhouse Cheese maker)’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전통 제조법으로 치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력의 결과로 1996년에 웨스트 컨트리 팜하우스 체더(West Country Farmhouse Cheddar)’라는 이름으로 EU의 원산지 명칭 보호,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를 받았습니다. 이제 웨스트 컨트리 팜하우스의 체더치즈는 영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치즈가 되었습니다.

체더는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치즈 초보자들이나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습니다. 유럽 사람들은 그냥 먹거나, 샌드위치로 만들어 점심으로 즐겨 먹습니다. 치즈를 넣은 채로 빵을 살짝 구우면 치즈가 녹으면서 훨씬 부드러워지고, 진한 치즈의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모짜렐라와 함께 가장 흔하게 먹는 치즈로김밥이나 떡볶이, 라면 등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특히 매운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매운맛을 중화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지요. 매운 맛이 좋아 맵게, 더 맵게 만들지만, 너무 매워서 순화시키기 위해 치즈를 넣는다니다소 아이러니 합니다. 하지만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것끼리맞추는 것이 음식 궁합의 기본 중의 하나인 걸 보면 그리 말이 안 되는 조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친숙한 체더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음 주에는 월레스와 그로밋이, 사라질 뻔했던 영국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치즈, "웬즐리데일"의 운명을 바꾼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따뜻하고 맛있는 주말 보내세요~^^

 

 

* 원산지 명칭 보호 정책(AOC/ AOP/ PDO/ PGI)

원산지 명칭 보호 또는 원산지 통제 명칭 등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 내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농식품의 원산지 명칭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제도이다. 주로 치즈, 와인, 축산품 등에 사용되는데, 이 표시를 받은 제품은 EU 또는 유럽 각국이 품질을 보증하는 제품으로 믿고 구매할 수 있다.




참고문헌

<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구혜영 옮김, 예문사, 2014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Wallace & Gromit: The Grand Day Out)>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hAXQNwTRRTQ&t=52s

Wallace & Gromit 공식 웹사이트: https://wallaceandgromit.com/

https://en.wikipedia.org/wiki/The_Moon_is_made_of_green_cheese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2019년 구본형 사부님 6주기 추모미사 & 추모제

삼월, 산수유 가지마다 꽃망울이 달리고, 목련도 겨울을 보냈던 털옷를 벗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사월이 되면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되겠지요. 벚꽃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 삶의 봄처럼 다가와 주셨던 그 분. 구본형 사부님의 6주기 추모미사와 추모제가 열립니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석 가능하신 분들은 미리 댓글 남겨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http://www.bhgoo.com/2011/853712

 

2. [출간소식]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연지원 저.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지원 연구원의 신간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나 지적 허영이 아닌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교양 교양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양이라는 파랑새를 발견하는 행복한 여행을 위한 보물지도이자 안내서로 지혜를 사랑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하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3853

 

3. [팟캐스트] 찰스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1인기업가의 포트폴리오

이번 팟캐스트는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입니다. 찰스핸디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하는 마음이 사상가가 되길 바라셨던 구본형 선생님이 몸소 보여주셨던 모습들과 오버랩되는 것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인생을 통해 찰스핸디가 인문학적 지식과 경영학을 접목하는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1인 기업가에게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방송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902931



IP *.180.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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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1:11:56 *.212.217.154

치즈에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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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09:21:27 *.180.157.29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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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08:51:40 *.102.129.201

마트에서 흔하게 구입했던 체더치즈의 유래에 대해 공부 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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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09:26:35 *.180.157.29

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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