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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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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8일 08시 48분 등록

관계는 정녕 따로또같이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람들이 성숙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다음 세가지 요인이 가장 깊이 다가왔습니다.

 

보호와 관심에는 사랑의 또 하나의 측면, 책임이라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은 책임이 흔히 의무, 곧 외부로부터 부과된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책임은, 그 참된 의미에서는, 전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이다. 책임은 다른 인간 존재의 요구- 표현되었던, 표현되지 않았든- 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응답할 수 있고, 응답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저 또한 지금까지 관계를 책임진다는 것은 상당히 의무적인 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기에 때론 책임이란 단어조차 버겁고 그래서 벗어 던지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처럼 유교 문화권에선 부모님 세대는 바로 이 책임때문에 가정을 지키고 관계를 지킨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마 저희들 역시 책임이란 단어는 어딘가 무겁게 느껴졌던 거겠죠.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모님 세대가 느꼈던 책임은 프롬의 말처럼 전적으로 외부에서 부과된 의무로서의 책임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그 책임은 대개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지고 어머니와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어찌 보면 상당히 일방적인 권력 구조가 형성된 관계였습니다. 반면 프롬이 말하는 책임은 자기 의지를 지닌 책임스스로 선택한 책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서만 의무가 아닌 진정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의미인거죠. 그러므로 끌림없이 책임만으로 사랑하는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사랑한다면 그 사랑에 책임질 줄 아는 자기의지가 성숙한 관계를 이어가는 첫 번째 요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사랑의 요소 중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은 두려움이나 외경은 아니다. 존경은 이 말의 어원 (respicere=바라보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이와 같이 존경은 착취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바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란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그 (또는 그녀)와 일체감을 느끼지만 이는 있는 그대로의 그와 일체가 되는 것이지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서 나에게 필요한 그와 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한국 사회의 수많은 관계에서도 그렇고 저희가 성숙한 관계를 맺는데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교 문화권인 저희 사회는 부모, 자식관계를 포함하여 대개의 관계가 수평적이기 보다는 수직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 사람이 아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존중이나 존경심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대를 (겉으로 순종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마음 속으로까지 존중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의 관계적 문제 중 작게는 한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갑질 문화까지 결국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의 결여가 결정적 요인일 경우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이성을 사랑할 때 이 부분을 간과하기 쉬운 것이 상대방에게 끌리고 설레는 마음과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 동일선상에 있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의 관계에서 너무 감정적 끌림에만 치우칠 때 어쩌면 다음과 같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성적 결합의 소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육체적 관계에는 탐욕이나 정복하려는 또는 정복당하려는 소망은 없고 부드러움이 있을 뿐이다. … 부드러움은 형제애의 직접적 결과이고 비신체적 사랑의 형태와 마찬가지로 신체적 형태의 사랑에도 있다.”

 

흔히 부모, 자식간에 널 사랑하니까 체벌한다라는 말이 통용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성 간에 소유욕이 데이트 폭력이란 왜곡된 형태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롬에 의하면 진정한 사랑은 부드러움이 흐른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형제애는 인간애 혹은 이타심의 다른 표현으로서, 그에 의하면 부모, 자식간이나 이성 간에도 성숙한 사랑은 폭력을 동원한 강제적 억압이 아닌 부드러운 이타심이 흐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면 모든 것은 용납된다는 암묵적 동의 아래 부드러움이 아닌 거친 사랑 나아가 폭력이 수반되는 사랑은 결코 진정한 혹은 성숙한 사랑일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정리하자면 프롬에 의하면 한 사람이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운명적으로 맺어진 부모, 자식간은 예외겠지만)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부드러움 태도로 서로를 대할 때 비로소 그 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앞에서 설명한 <분리-독립-융합>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 단계를 거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통과의례를 거친 사람만이 자기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생명력을 자신 안에 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프롬에 따르면 자기 안에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사람만이 상대방에게 사랑을 줄 수 있고, 그 사랑이 상대에게 전해져 상대방 또한 생명력이 깨어나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지도 못했고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지금부터의 삶이라도 성숙하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 어린 시절 소유하기 위해 질투하고 애태웠던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금까지 관계에선 범한 수많은 실수들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우선 홀로서기부터 지혜롭게 행하여 지금부터 만나는 사람들과는 보다 건강히 상호 존중하는 관계 맺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유럽을 오가며 에니어그램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뿌리를 동양의 수행방편에 두고 서구 심리학적 체계를 갖춘 유럽 에니어그램이야말로 사람의 기질을 뿌리에서부터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유럽 에니어그램을 통해 제 자신을 조금씩 더 깊이 이해하며, 저를 이해하는 만큼 타인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음을 깨달으며 사람에겐 역시 인간이 구원임에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다 희망찬 마음으로 수면 위에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중 갑자기 저 앞에서 배 한 척이 나타나더니 소리치기를 앞으로의 뱃길은 정해져 있고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지 말입니다. 육지에서의 정해진 삶에 치이고 지쳐 바다로 나왔는데 여기서도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나요. 저는 2주에 걸쳐 거제도, 홍천 그리고 변산반도로 현대제철 포항, 인천 및 당진 지역의 퇴직자분들 대상으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하는 변화관리법>에 대해 강의를 하였습니다. 세 지역 모두 전원 남성분들이셨는데 퇴직 후 선택지들 중에서 가장 선호하시는 건 역시나 재취업이셨습니다. 하지만 재취업의 기회가 그다지 많지도 않을뿐더러, 혹 재취업을 하시더라도 (믿기지 않지만) 회사의 퇴사 권고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자발적 퇴사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나 이번에 제가 만난 분들은 저희 나라의 고성장을 이끌어오신 주역들이시기에 더욱더 마음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맡은 2시간의 오프닝 강의포함 23일간의 교육기간 동안 조금이나마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회사 밖의 다양한 일들에 시선을 두시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간절히 응원하며 그 동안 저희 경제발전에 기여해주셔서 참으로 수고하셨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퇴사 이후의 행보도 힘차게 나아가시기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어느새 본격 여름이 시작되고 있네요. 여름 휴가 계획들을 세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 두 달이 지나면 어느새 올 한해도 넉 달밖에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 멋진 휴가들도 보내시지만, 태양보다 더 뜨겁게 열정적인 두 달 보내시는 여름이 되셔서 충만한 가을 맞이하시기 또한 응원합니다. 그럼 편한 주말되시고 다음 한 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팟캐스트] 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남는다– 박노진 작가 1

65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남는다> 1편으로남다른 생각과 실행력을 가진 박노진 작가의 우아한 외식업 이야기입니다보통 기업수준 이상에서나 할 법한 원가관리부터 매출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수치화하며 철저히 체계화를 이뤄냅니다이는 수차례 업종 전환을 하면서 쌓은 실무경험과 광우병 사태로 겪은 실패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였다고 합니다또한 장사의 매력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니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083591

 

2. [모집] <내 인생의 첫 책쓰기> 16기를 모집합니다

터닝포인트 경영연구소 오병곤 대표가 2019년 하반기 <내 인생의 첫 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16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좋은 책은 진정성을 담아 자신과 독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실한 책으로 책쓰기를 통해 먼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기획, 집필, 퇴고, 출간하는 책쓰기의 전 과정을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책을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삶의 전환을 꿈꾸는 분들을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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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9 03:14:30 *.72.1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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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09:33:45 *.111.108.122

사랑은 빠지는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거

이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관계란 참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대님. 8월 9일 시간되시면 금욜 친구하시죠?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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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7 18:07:29 *.144.57.237

네. 참석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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