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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4일 18시 24분 등록
지난 주 월요일 마음편지에 이어 강남순 교수의 페미니즘 제 2강의 강의록을 띄웁니다.
강남순의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 페미니즘에 관한 7가지 질문>(한길사)가 지난 2월 20일에 출간되었습니다. 강의록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보시면 됩니다. 이 강의록이 시대의 흐름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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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강. 성차별과 여성혐오의 다양한 얼굴들>
일자 : 2020년 2월 15일 (토)
장소 : 페미니즘 멀티 카페 ‘두잉’
강연자 : 강남순 교수

시인 파울 첼란 (Paul Celan)은 이런 싯구를 남겼습니다.

‘내가 나 일 때, 내가 너이다’ 
英 I am you, when I am I
獨 Ich bin du, wenn ich ich bin


자기 사랑을 할 수 없다면 타자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사랑을 모르면 신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저는 구체적인 일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시 여겨온 수많은 지적 세계에서 낭만화를 벗겨내는 작업, 요컨대 ‘탈낭만화’가 중요합니다. 진짜 사상은 지금껏 바라보지 않았던 어두운 부분까지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대립적 이분법 사고방식은 차별과 혐오를 증가시켰습니다. 동양은 공동체를 중시하고 서양은 개인을 중시한다는 것도 이분법적 사고방식입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도 이분법적 사고방식입니다. 니체는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There are no facts, only interpretations)이라고 했습니다. 무수한 종교전쟁을 보십시오. 절대적 진리주장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아하의 경험’과 ‘그래-그래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누가 페미니즘을 훔치는가> (Who Stole Feminism?)의 저자 크리스티나 호스 소머스는 차별에 대한 인지확장 경험을 ‘클릭 경험’(click experience)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차별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대해 ‘아하!’하고 이해하는 돌연한 자각의 순간, 이 순간을 ‘아하의 순간’ (aha! moment)라고 합니다. 이러한 ‘아하의 순간’ 또는 ‘아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게 될 때, ‘그래-그래 경험’ (yeah-yeah experience)가 일어납니다. 차별과 배제의 경험이 ‘나’뿐만 아니라 수 많은 ‘너’에게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면서 연대의 장을 구성합니다. 

베티 프리댄(Betty Friedan)은 <여성성의 신화>라는 책에서 1950년대와 60년대 초반, 중산층 여성들에게 널리 퍼진 ‘이름없는 병’을 소개합니다. 물질적 안락함, 안정적 직장을 가진 남편과 자녀와 함께 하지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미국 주부의 병을 놓고 현대의학은 진단을 내리지 못해 ‘이름 없는 병’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아실현을 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라고 했습니다. 비판적 사유(critical thinking)은 무엇입니까? 내가 내 자신과 대화하기 시작하는 게 비판적 사유입니다. 비판적 사유를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겁니다. 일상을 살다보면 분노할 때가 있습니다. 분노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본능적 분노, 파괴적 분노, 성찰적 분노. 제가 쓴 <용서에 대하여>에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성찰적 분노를 통해 피해자 의식에서 변혁의 주체의식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또한 유머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차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차별은 곧 혐오를 불러옵니다. 차별과 혐오는 결국 이분법적 사유방식에서 기인합니다. 남자/여자, 백인/흑인, 어른/아이, 이성애자/성소수자+동성애자, cisgender/transgender. 

이러한 이분법은 1) 문명과 야만,  2) 우등과 열등, 3) 지배와 복속 이라는 차별과 혐오의 3단계를 거칩니다. 

이제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이분법의 한가운데에서 ‘누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 (Knowledge is power)이라고 했습니다. 미쉘 푸코는 이것을 뒤집어서 ‘권력은 지식이다’ (Power is knowledge)라고 했습니다. 푸코는 권력과 지식은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역설합니다. 푸코는 표기할 때에도 권력과 지식을 구분하지 않으려고 ‘power/knowledge'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중심부의 범죄는 늘 개인의 문제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주변부의 범죄는 집단의 문제로 여겨집니다.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첫째, 행위에 의한 차별이 있습니다. 실제로 차별하는 행위를 합니다. 둘째, 생략에 의한 차별이 있습니다. 성서를 보면 여자와 어린이는 인구수를 셀 때 치지 않습니다. ‘

차별을 9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성차별 (남성을 우월하게, 여성을 열등하게 봄)
2. 트랜스섹시즘 (근래에는 트랜스젠더를 차별함)
3. 인종차별
4. 계층차별
5. 장애차별
6. 나이차별
7. 외모차별
8. 종교차별
9. 자연차별 (인간중심주의 시각으로서 자연을 인간보다 열등하게 간주하여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대상으로 봅니다. 이때 인간중심주의란 곧 남성중심주의를 의미합니다.)

여성혐오적 여성 이해의 두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드위킨(Andrea Dwokin)의 모델입니다. 
첫 번째로 사창가 모델 (brothel model)입니다. 여상은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존재라는 관점입니다.
두 번째로 농장 모델 (farming model)입니다. 여성은 생물학적 기능, 즉 임신과 양육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족시키고, 가사노동에 전념함으로써 농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그 존재가치를 지닙니다. 즉, 여성은 인류의 종족 보존을 위해 출산, 양육, 가사를 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저는 지하철 임산부석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임산부석은 농장모델 관점에서 나온 겁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철학교수이면서 영화 감독인 토마스 키이스 (Thomas Keith)가 2011년에 다큐멘터리 필름 <형제 코드: 어떻게 현대 문화는 성차별적 남자를 만드는가> (The Bro Code : How Contemporary Culture Creates Sexist Men)을 만들었습니다. 현제코드 (Bro Code)는 우리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영화, 뮤직 비디오, 포르노그라피, 코미디, 광고, TV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남성다움은 곧 여성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007의 제임스본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 한국에 신조어 ‘4B'가 등장했습니다. 4B에서 B는 非를 의미합니다. 非연애, 非성관계, 非혼, 非출산가 4B입니다. 4B운동이란 여자로 태어나서 전통적으로 당연히 거쳐야 하는 수순을 벗어나겠다는 운동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탈자연스러운 것이며,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선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칸트의 말이 있습니다.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다' (Practice without theory is empty, theory without practice is blind) 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도 다른 축이 아니라 두 축이 함께 할 때 힘을 냅니다.  

세 가지 당부드립니다.
1. 세상 모든 이분법에 질문을 하십시오.
2. 모든 이론을 연장박스(box of tool)로 여기십시오.
3. 개념어를 공부하십시오. 이번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책 말미에 index(찾아보기)를 실으면서 출간이 조금 늦어졌지만 반드시 넣어달라고 출판사에 요청했습니다. 개념어만으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개념어를 공부하는데 추천드릴 책이 있습니다. 영어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닌 것보다 이런 책을 원서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1. 옥스퍼드 (Oxford) 출판사 <Very short introductions> 시리즈.
2. 루틀리지 (Routledge) 출판사 <Routledge Contemporary Introductions to Philosophy> 시리즈
저는 독학의 힘을 믿습니다. 저의 강의를 듣는 것도, 학교를 다니는 것도 결국 여러분 스스로 독학을 위한 보조 도구일 뿐입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만 초대합니다.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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