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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일 23시 10분 등록


 

삶은 폭풍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을 추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 비비안 그린

Dancing in the Rain.png

출처: https://fineartamerica.com/featured/rain-storm-dance-ericamaxine-price.html

 

요즘에는 모임과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벌써 한달이 넘게 댄스학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몸이 근질거리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냥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요. 뱃살도 조금씩 찌고 몸이 점점 굳는 것 같아서 며칠 전부터는 집에서 홀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카톡으로 서로 격려하며 연습 과정을 공유하니까 완전히 홀로는 아니네요. 어쩌겠습니까. ‘언제 그칠지 모를 폭풍을 원망하기 보다는 빗속에서 춤 추는 걸 배우는게 삶이라고 하니, 배워야지요. ^^

 

저의 20대는 기쁨과 절망, 환희와 암울의 반복이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좋은 성적으로 들어가서좋았던 것도 잠깐.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잘난 친구들을 보며 기가 죽었습니다. 그들 앞에서 제 생각을 말하는 것도 글로 표현하는 것도 부끄러웠습니다. 제 안에 있던 작은 용은 어느새 쑥쑥 자라서, 제가 잘했던 것조차 머뭇거리고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 한참 IT, 인터넷 기업이 성장할 때 저도 유망한 인터넷 회사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좋은 조건으로 꽤 많은 스톡옵션을 받았기에 당장 20대 백만장자라도 될 줄 알았는데요. 1년이 안 되어서 닷컴버블이 꺼지며 회사도 문을 닫았습니다. 1년 동안 제 회사라도 되는 듯 열심히 재미있게 일했던 회사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럼 그렇지, 너까짓 게 무슨 그런 꿈을…’ 잠시 조용했던 용은 보란듯이 나타나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제 다시는 새로운 도전도 꿈도 꿀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곧 스물 아홉이 된다는 우울함과 세상 모두가 저를 비웃는 것만 같은 자괴감에 힘든 겨울을 보냈는데요. 다행히도 백수의 삶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전직장의 고객이 자신의 회사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네요. 그런데 그 회사는 우리나라에 있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안티구아(Antigua)’라는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검색해봐도 과테말라의 수도 안티구아만 나왔는데요. 그가 말하는 안티구아는 카리브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라고 했습니다. 그곳은 이름도 못 들어봤고, 비행기를 두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24시간이 넘게 걸리면서, 우리나라의 반대 편에 있는 그런 곳이었지요.

가야할 지 말아야할 지를 놓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먼저 다른 사람들과 상의를 했는데요. 거의 반반이더군요. 프로스 앤 콘스(Pros & Cons)를 정리하고 각각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둬서 분석해봤지만 그래도 모르겠었습니다. 결국 엄마의 결정에 따르기로 맘먹었습니다. 엄마는 그동안 나의 용에게 가장 많은 먹이를 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니 엄마라면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 곳은 돈 주고도 가는 곳 아니니? 그런데 돈 받으면서 일하러 가는 건데 왜 안 가?”

제가 보여준 멋진 해변 사진을 보며 엄마는 쿨하게 가라고 하셨습니다. 엄마가 반대하면 그 핑계로 안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단숨에 가라고 하시니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엄마는 20년 전 제가 발레를 배우겠다고 물어봤다면 허락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안의 용은 저만의 용이었나 봅니다.

한달쯤 후 용과의 싸움에서 작은 승리를 거두고 안티구아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제 삶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된 삶은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폭풍 같은 날들입니다. 언제 끝날지 몰라서 더 힘듭니다. 끝이 없는 일은 없습니다. 이번일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번주도 건강한 한주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김글리 모험 에세이 『인생모험』

그녀의 맵짠 글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동태눈을 한 사람에겐 두 눈을 반짝거리게 하고 번아웃에 지친 삶을 길바닥에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사람에겐 빛나는 딴짓으로 인도하는 붉은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출간 과정 또한 신선해서 일반 독자들의 펀딩이 진가를 확인하게 했습니다이대로 살아도 괜찮을 걸까? 5개의 질문과 20년의 방황마침내 찾아내고야 만 진정한 나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김글리 연구원의 진짜 나를 만나는 특별한 여정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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