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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5일 08시 14분 등록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춤을 숭배합니다. 춤이 마치 또 다른 세상이고 댄서들은 뭔가 신비로운 존재들이라고 말입니다. 단지 그들이 말을 안 한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매튜 본

Mysterious Dancers.jpg


                 그림 출처: https://www.thestage.co.uk/news/2019/matthew-bournes-swan-lake-broadcast-cinemas/



브라질 출신의 춤 선생님은 아담한 체형에 영어가 다소 서투른 귀여운 여인이었습니다. 리우 카니발 영상에서 봤던 브라질 댄서들과는 전혀 딴판이었지요. 브라질 댄스라니 삼바(Samba)가 가장 먼저 떠올랐네요. 어떤 리듬인지, 어떻게 추는지는 잘 몰랐지만 한 트로트 가수가 불렀던 노래 덕인지 친근함 마저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삼바를 배우리라 기대하며 첫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의 빠른 음악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귀여운 선생님은 사라지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댄서만 남았습니다.

우와, 저걸 내가 따라해야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났습니다. 저의 한숨을 들었는지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따라하지 않아도 괜찮아. 똑같이 안 해도 돼. Just shake your booty.”  

음악에 맞출 것도 없이 그냥 엉덩이를 흔들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저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는지 모두들 웃으며 즐겁게 몸을 흔들었습니다. 그래도 수업이다 보니 스텝이나 동작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모든 설명의 결론은 ‘It’s OK. Just shake your booty’였습니다. 춤은 어렵거나 감탄의 대상이 아니라 즐거워야 한다는 게 선생님의 춤 철학이었습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기본 동작과 안무도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간단한 삼바 스텝도 배웠고요. 특히 스텝은 잘한다며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나 춤에 소질이 있었던 건가?’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


춤을 배우며 얻는 에너지가 일상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전했지만 배출구가 있기 때문이었겠지요. 표정이 밝아지고 팀원들과 같이 과제를 할 때 말도 많아졌습니다. 경영대학원에서는 팀워크가 성적에 매우 중요한데요. 팀에 대한 공헌도가 높아지면서 팀원들의 평가도 좋아졌고 성적도 향상되었습니다.

같은 팀원으로 친하게 지냈던 티파니가 변화를 눈치 채고 물어봤습니다. 사실 그동안 춤 배우러 다닌다는 게 민망하기도 하고, 공부 안하고 시간낭비 한다는 소리를 들을 까봐 몰래 다니고 있었거든요. 비밀을 말하자 티파니는 재미있겠다며 자기도 같이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몇 달 먼저 배운 제가 어려운 동작과 스텝을 알려주기로 했지요. 드디어 저도 다른 사람에게 춤을 가르쳐줄 위치가 된 것이 기뻤습니다. 더구나 그동안 제가 부족했던 회계와 통계수업을 도와줬던 티파니에게 은혜를 갚게 됐으니 뿌듯하기도 했지요.


그날 당장 같이 댄스 클래스에 갔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동작과 스텝을 가르쳐줬지요. 티파니는 어려워하면서도 곧잘 따라하는 듯 했습니다. 선생님이 오고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이 흐르자 몇몇은 선생님을 따라 안무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해 선생님은 또 “Just shake your booty”를 외쳤습니다. 흘낏 옆을 보자 티파니는 선생님의 말을 따라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안무에 맞춰 동작을 잘 따라하는 저보다 티파니가 더 멋진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끝나자 선생님은 티파니에게 혹시 그 전에 춤을 배운 적이 있냐며 너무 잘 한다고 칭찬을 거듭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석 달이 넘게 배운 저보다 처음 온 티파니가 훨씬 더 잘했습니다. 아마도 티파니의 DNA에 춤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가 막히기도 하고, 그런 그녀를 가르치겠다고 했던 제가 부끄럽기도 해서 한참을 같이 웃었네요. 수업이 끝난 후 재능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저를 위로하며 티파니가 말했습니다.

타고난 게 아니야. 그냥 선생님 말대로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었을 뿐이야.”

그냥 흔들어도 그렇게 멋진 춤이 되는 건 언제쯤에나 가능하게 될까요? 이번 생에 가능하긴 한 걸까요?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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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의 7번째 신간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마음편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렸던 내용으로 신화 속 영웅의 모험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으실텐데요드디어 9가지 영웅유형의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작금의 시대에 서로의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자기성장 및 관계 개선을 이루어 갈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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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859132







IP *.180.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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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 10:15:28 *.181.106.109
선생님의 춤철학이 멋지네요!^^ 저도 춤춰본지가 얼마만인지... 문득, 그 에너지가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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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2 11:01:01 *.180.157.29

그렇죠?

요즘 저희 학원도 두달 이상 문 닫고 있어서 쉬고 있어요. 

몸이 근질거리는데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다시 춤추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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