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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9일 07시 50분 등록



춤은 움직임이자 문학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춤은 고고학이자 신비주의, 음악, 미술, , 그리고 연극입니다. 춤은 삶과 문화를 

무엇보다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창 입니다.

   - Chitra Visweswaran


Flamenco dancers.jpg

출처: https://www.getyourguide.com/flamenco-barcelona-sl-l111387/balcony-tickets-t125006/?utm_force=0 


저는 춤을 추는 것 뿐 아니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발레처럼 고급스러운 공연도 좋지만 각 지역의 전통 춤 공연도 좋아합니다. 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니까요. ^^ 그러다 보니 여행할 때마다 전통 춤 공연을 일부러 찾아서 봅니다. 보통 관광객용 공연은 정식 공연장의 큰 무대 위가 아니라 식당 한 쪽에 있는 무대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당 앞 쪽에 무대가 있고 관객은 저녁을 먹으면서 보는 디너쇼 같은 형태지요. 또 보통은 댄서들의 공연이 끝난 후에 관객 중 몇명을 골라 무대 위에서 같이 춤을 추게 합니다. 너무 열심히 봐서였을까요? 대부분의 경우에 저는 그 몇명 중에 한 명이 되어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춤 공연을 보다가 겪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나누겠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보았던 춤 공연은 플라멩코입니다. 2000년대 초반, 스페인에서 살던 때 였습니다. 대만에서 스페인으로 출장오는 친구를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는데요. 친절한 아줌마, 아저씨는 바르셀로나에서 꼭 봐야할 곳들도 알려주었습니다. 사실 주인 아저씨는 본업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침술사였는데요. 단골손님들 중에는 플라멩코 댄서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친구와 저는 아저씨의 단골 댄서들이 공연하는 식당으로 플라멩코를 보러 갔습니다. 공연에 앞서 먼저 밥이 나오더군요. 밥을 먹으며 동시에 공연에 집중하기는 어려우니까요. 밥을 어느 정도 먹은 후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 음료나 술은 마셔도 괜찮은데요. 친구와 저는 주인 아저씨 덕에 와인 칵테일인 상그리아를 추가 비용없이 맘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플라멩코도 멋있고, 처음 먹어 보는 상그리아도 아주 맛있는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댄서들의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무대 위로 데려가 같이 춤을 출 관객을 고르기 위해서 였는데요. 댄서의 선택을 받은 관객은 보통은 한 두 번 빼다가 못 이기는 듯 끌려가지요. 그런데 저는 댄서가 저의 손목을 잡기도 전에 벌떡 일어서서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아니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을 잡고 같이 춤을 췄습니다. 아니 춤을 췄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맛있다며 들이켰던 상그리아에 취해서 무대 위를 휘젓고 다녔습다고 합니다. 저의 첫 공연(?)은 고스란히 친구의 카메라에 녹화되었고 한동안 친구의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줘야 했네요.


두번째는 몇 년 후 페루의 쿠스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쿠스코 지역의 민속춤을 추는 정통 무용단의 공연이었습니다. 장소도 식당이 아니라 번듯한 공연장이었습니다. 당연히 고 퀄리티의 공연일 거라 기대했는데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공연은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노래도 잘 못 했는데 춤은 더 못 췄습니다. 아무리 노래와 춤을 동시에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자리에서 콩콩 뛰거나 팔동작만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춤이었습니다. 마치 유치원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보는 것 같았지요. 지루한 공연이 끝나고 역시나 관객과 함께하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댄서의 선택을 받았지만 별로 올라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 하겠다고 했지만 집요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올라갔네요.

내가 더 잘 할 것 같은데거봐 이렇게 쉬운데…’ 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따라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정말 제가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차 올라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떠올랐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3,000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였다는 것이요. 그 전날에도 기차를 놓칠까 봐 1분 정도 뛰었다가 죽을 뻔 했는데요. 이번에는 1분 정도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주저 앉았는데도 저의 파트너는 끝까지 웃으며 노래하며 춤을 추었습니다. 역시 프로는 달랐습니다. 단순한 춤 동작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우리 나라로 돌아와 취업했습니다. 외국 기업이라 휴가 사용에 여유가 있었는데요. 어느 해 어려운 프로젝트를 마치고 3주간의 휴가를 얻었습니다. 3주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문화와 자연경관과 해양 스포츠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이집트에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집트에 갔던 시기는 마침 아랍의 봄이라고 불렸던 중동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때였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첫 주에는 피라미드에도 가고 사막에서 캠핑도 했는데요. 문제는 두번째 주부터였습니다. 카이로의 공항이 폐쇄되고, 전국의 버스와 기차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카이로의 공항이 폐쇄되기 직전에 다행히도 남쪽의 후루가다(Hurghada)라는 곳에 도착했는데요. 여기에서 국외는 커녕 이집트 국내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꼼짝 없이 발이 묶여서 언제 떠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요. 며칠 지나자 ‘어쩔 수 없다면 그냥 즐기자라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더군요. 덕분에 오랫동안 꿈꿨던 다이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후루가다는 홍해에서도 예쁜 바다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밤에는 저처럼 발이 묶인 여행자들과 어울렸습니다. 그 중에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카이로에서 피난(?)온 가족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들을 따라 나이트에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나이트는 춤을 추러 가는 곳이 아니라 춤을 보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기원한 전통 춤이라고 했습니다. 아랍문화의 전통 춤이니 당연히 히잡을 쓰고 몸을 전부 가린 댄서들이 조신하게 춤을 출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웬걸, 여자 댄서들이 배꼽을 드러내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나름 많은 전통 춤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추는 춤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정신을 놓고 보고 있는 그 춤은 벨리 댄스(Belly Dance)라고 했습니다. 벨리 댄스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충격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제는 공기가 너무도 투명하고 하늘이 깨끗했습니다. 코로나가 인간에게는 바이러스지만 지구에게는 백신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깨끗한 하늘은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개발자 오디세이아』 이경종 저.

12기 연구원 이경종님의 첫번째 책 <개발자 오디세이아>가 출간되었습니다‘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전문가’를 꿈꾸는 저자의 치열한 성찰의 결과물이자더 나은 개발자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한 수년 동안의 항해일지라고 합니다개발자로서 어떻게 성장 맵을 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프로젝트 톱니바퀴에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기술과 사람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에 동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9181


2. [출간소식수희향 저『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의 7번째 신간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마음편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렸던 내용으로 신화 속 영웅의 모험 이야기에서 현대인들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으실텐데요드디어 9가지 영웅유형의 전체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작금의 시대에 서로의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고자기성장 및 관계 개선을 이루어 갈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8989


3. [모집치유와 코칭 백일쓰기 41기 지원 안내

함께 성장인문학연구원 정예서 원장이 <치유와 코칭의 백일쓰기 41기를 모집합니다‘나’ 를 글로 쓰기나를 향한 백 개의 질문나아가 책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 가는 치유와 코칭의 백일쓰기로 ‘나의 신화 완성하기’ 과정입니다삶을 전망하는 방향성이 선명해집니다혼자 습관 만들기가 어려운 분이나 한 가지 일을 시작해 마무리 짓지 못하던 분글쓰기를 통해 꿈을 키우는 여정에 함께 갈 분들의 도전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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