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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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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6일 22시 37분 등록
11. 열정과 좋아하는 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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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선택하라


나는 만화가 허영만을 좋아한다. 허영만의 만화에는 고민이 있고 우리네 일상이 있고 감동이 있다. 인간냄새가 난다. 그의 만화 중에서도 '세일즈맨'을 가장 좋아한다. 세일즈맨의 주인공은 '차세일'이다. 그는 대학을 가지 않았다.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갈려면 어딘가는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그는 대학생이 아니라 자동차 세일즈맨이 된다. 그의 선택이었다. 선택 이유는 간단하다. 영업은 배경이나 학력보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승부하는 세계이며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지만 그에 따르는 성취감 또한 큰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차세일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는 세일즈맨의 시작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게 발전해나간다.

많이 파는 달도 있고 어떤 달은 한 대 팔기도 버겁다. 따뜻한 고객이 있는가 하면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고 인간 취급하지 않는 고객도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차세일은 포기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면서 자신만의 뭔가를 만들어 나갔다. 새벽에 조깅을 하면서 카달로그를 돌리고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간다. 고객을 진심으로 대한다. 중견기업의 버젓한 사장이었던 고객이 부도를 내고 자동차 할부금이 밀려 고민도 한다. 마음이 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할부금 받으러 찾아가서 소주 값만 내고 온다. 절망하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소주잔을 부딪친다. 고객의 차가 나오는 날은 차 안에 짧은 메모와 함께 장미꽃 한 다발을 놓아둔다. 신규고객보다 기존고객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고객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차세일은 자신의 일과 고객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다.

만약 내가 차세일의 고객이라면 주변의 어떤 사람이든지 차를 산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차세일과 연결시켜 주겠다. 설사 그(녀)가 내가 싫어하는 인간일지라도. 차세일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돈도 별로 없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보면 그저 굶어죽지 않고 사는 세일즈맨일 뿐이다. 그러나 차세일은 세일즈맨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좋아서 시작한 것도, 잘할 것 같아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자동차 파는 일을 즐긴다. 만화는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두 편의 영화를 볼 것이다. 그대가 본 것일 수도 있다. 봤다면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라. 새로움이 있을 것이다. 보지 못한 것이라면 상상력을 마음껏 발동하라. 유쾌하고 즐거울 것이다.


첫 번째 영화는 '기사 월리엄'(A knight's tale)이다. 12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에서는 마창 대회가 성행하였다. 마창 토너먼트는 올림픽을 탄생시킨 그리스의 경기들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초의 경쟁 스포츠였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기사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독일 등지를 옮겨 다녔다. 사회가 변하면서 여럿이 함께 하던 겨루기는 점점 일대일의 경기로 변해 기사의 창술을 과시하는 경기가 되었다. 경기의 구성과 규칙이 더욱 탄탄해졌다.

기사 월리엄의 내용은 간단하다. '14세기 유럽, 가난한 지붕 수리공의 아들 월리엄이 창술과 마창 대회에서 참여해 세상의 영웅이 되고,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까지 얻는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한 인간의 꿈을 위한 열정이 잘 녹아있다. 마창 대회는 귀족의 기사만이 나갈 수 있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월리엄은 어렸을 적부터 최고의 기사를 꿈꿨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런 월리엄의 꿈에 냉소를 퍼붓는다. 가난한 지붕 수리공인 월리엄의 아버지는 어린 월리엄에게 언제나 말한다. "운명은 바뀔 수 있다. 너는 운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린 월리엄에게 이 메시지는 운명이었다. 그는 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창술과 검술을 수련한다. 운명은 그냥 바꿀 수 없다. 철저히 준비하고 기회가 올 때까지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월리엄에게는 든든한 배경이나 돈 그 무엇도 없었다. 가진 거라곤 꿈과 열정뿐이었다. 그는 꿈을 포기해야 할 수십 가지도 넘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과 그것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포기대신에 열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열정은 운명을 바꿨다.


말그대로 '꿈'같은 이야기인가? 동화 속에나 등장할 전설인가? 그렇다면 두 번째 영화 '맨 오브 오너'(Men Of Honor)를 보자.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칼 브래셔는 '흑인 최초의 다이버 마스터'라는 꿈을 갖고 해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인종차별의 절정기였던 1950년대 미국의 상황은 그에게 꿈의 준비조차 못하게 만든다. 높은 꿈과 함께 지원했던 군에서 브래셔가 하는 일이라곤 백인병사들을 위해 스테이크나 뒤집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는 높은 꿈을 가졌지만 당시에 흑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취사 보조나 갑판선원이 전부였다.

그는 훌륭한 재능을 가졌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해군 다이빙 스쿨'의 입교가 좌절되고 온갖 차별을 받는다. 하지만 월리엄과 같이 브래셔는 포기가 아니라 끈기와 열정으로 무장한다. 그는 떠나올 때 아버지가 해준 "꿈을 향해 멈추지 말고... 최고가 되어라."는 말을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2년 동안 일백여통의 편지를 보낸 끝에 드디어 입교를 허가받는다. 하지만 잠수학교에서도 그는 단 한 명의 흑인이었고 교장은 정신이상의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모두 그의 졸업을 원하지도 믿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시험을 기적처럼 완수해내고 당당히 다이빙 학교를 졸업한다. 미해군 최초의 흑인 특수잠수대원이 된 것이다.

브래셔는 미해군 대표로 훈련도중 침몰한 잠수함으로부터 35메가톤의 수소 폭탄을 인양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촉각을 다투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폭탄 인양 작업에 성공하지만 브래셔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는다. 이것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이다. 브래셔는 군재판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증명하고 의족을 단 채로 현역에 복귀한다. 그는 한쪽 다리만으로 10년이 넘게 흑인 최초로 '해군 다이빙 스쿨'의 교관으로 근무하였으며, 온갖 역경을 딛고 미국 해군 역사에 빛나는 최고의 마스터 다이버의 영예를 안았다.


이것도 꿈같은 이야기인가? 다행스럽게도 칼 브래셔는 실존인물이다. 월리엄과 브래셔는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가? 꿈과 끈기와 열정이다. 그럼 무엇을 갖고 있지 않았는가? 둘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월리엄은 고아였고 브래셔는 아버지에게 '절대로 그냥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돌아간다 한들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남의 땅을 평생토록 개간해야 하는 노예같은 신분뿐이었다. 요점은 간단하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열정을 갖으라는 것이다. 꿈이 너무 커서 가랑이가 찢어질망정 , 부족한 열정 때문에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대는 무엇을 상상하면 가슴이 뛰는가? 변화의 필요성을 넘어 정말 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 그대는 어느 곳에 있으면 가장 그대다운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모르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알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못하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도 가족에 채이고 막연한 미래에 채이고 나이에 채이고 익숙한 현실에 채이고 오랜 준비라는 벽 앞에서 무너진다. 하고 싶은 일은 알지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늘 존재한다.

나는 그대가 월리엄이나 브래셔 처럼 절박한 상황이기 바란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길 바란다. 길이 없어 보이는 막다른 곳에 있기를 바란다. 그저 불만족스러운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건 무책임한 말이 아니다. 나도 겪어 봤다. 누구에게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수없이 울던 날들이 있었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술만 마셨던 때가 있었다.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아주 호사스러운 시절이 있었고 돈쓰는 기계처럼 살았던 시간도 있었다. 좋은 시절 나는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니 변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것이 삶 인줄 알았다.

아픔과 눈물 없이는 변화도 없다. 내가 서럽게 울던 날들, 죽음이 조금은 좋게 보였던 시기가 없었다면 나는 변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변화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장엄할 수는 있다. 그대가 그저 그렇게 살다가는 인생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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