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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30일 02시 21분 등록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교주로 모신다. 잡스가 악마처럼 몰아쳐도 순응한다. 힘들어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성장한 자신을 발견한다. 조직의 압박감이 싫다고, 회사를 나오면 우선은 자유롭다. 그 생활이 지겨워졌을 때, 혹시 이 자유가 나를 침몰시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은 거의 맞다. 어떤 이는 월요일 아침, 예전 같았으면 지루한 회의를 할 시간에 커피숖에서 책  보며 차를 마시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런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스스로 한심스러울 것이다. 혼자가 되고나면, 나를 관리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늘어지게 오후에 일어나도 괜찮고, 계획을 하루 이틀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일상이 쌓이면, 대인기피증을 비롯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 결여라는 병에 걸린다.

조직은 프레임을 제공한다. 개인은 그 프레임에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중심을 잡을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가수 김현철은 지금은 중견급 가수가 되었지만, 신인 시절에는 가수라는 직업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곡에 노래까지 잘하는 가수임에도 말이다. 의사나 변호사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정해진 틀이 있다. 그 틀 안에서 집중하면 성장을 할 수 있지만, 가수는 그 틀도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개인의 경력도 쌓아야 한다.

회사에 있다면 새벽까지 술 마셔도 8시30분까지 출근해서, 어제 했던 일을 한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일 나름대로 형식이 있다. 설명서대로 조립하면 완성되는 프라모델 같다. 자신의 회사에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없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시스템이 없다고 해도, 시스템 비슷한 것이라도 있게 마련이다. 남자 둘이 모이면, 계급이 생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규칙과 규율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고, 그것이 쌓이면 문화다. 그 문화가 조직의 힘이며, 개인이 조직안에서 챙겨가지고 나와야 할 무기다.

얼마전 전직 회사 선배를 만났다. 아직도 그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는데, 많이들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사회생활에 있어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무기란 특별한 스킬이 아니다. 외국어나 컴퓨터 같은 도구에 익숙한 능력이 아니다. 혹은, 마켓팅이나 인사관리 같은 실무 능력도 아니다. 정작 조직에서 필요로하는 것은 다른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이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부서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조직에게 시급한 것은 기존 사업의 관리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이며, 수익이다. 10년은 한 회사에 다녀보아야지, 그 회사의 문화가 개인의 몸에 체화된다.

직장을 버리고, 직업을 택하라는 말이 있는데, 직업이 한없이 세분화 되는 마당에 직장 자체를 직업으로 생각해도 다를 것 없지 않은가? 조직이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고, 수 틀리면 튄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얼마나 째째한가. 회사에 몸을 한 번 담구었으면, 회사를 종교로 만든다. '어머니, 저는 해냈어요'의 김규환 기능장은 대우중공업을 자신의 종교로 만들었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면, 결국 자신의 발전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누구 좋으라고?'는 참 못된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독이 된다. 직업, 직장 따질 필요가 없다. 한 직장에서 두루두루 부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다.

부서가 나뉘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 회사라면, 사장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장이 쫀쫀해 보이고, 맘에 안들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장은 나보다 잘낫다. 말이 사업이지, 경영을 해서 지속적인 이윤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살짝 질문을 던지면,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사장의 경영 마인드만 배우고 나와도 성공한 셈이다.

제일 소모적인 일은 지금 이곳에서, 전혀 엉뚱한 진로에 대한 전략을 짜는 것이다. 가보지도 않은 길을 어떻게 그려 볼 수 있을까?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만들 수없고, 소스가 없으면 디자인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도 당연한 사실인데, 어떻게 경험없이 미래를 계획하는가? 주어진 일을 끝장나게 하다가, 결국 별이 되는 인생도 괜찮지 않은가? 잠실운동장 앞에 행상과 역전 앞에 구두닦이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일을 하면서, 자식들을 대학공부와 결혼까지 시켰다. 문제는 진심이다. 진심이 좋은 직업과 인생을 만든다.  경력과 전략, 나의 손에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골몰할 때 진심이 없어진다.

그 선배는 갈 곳이 없어서, 아직까지 회사다닌다고 했지만, 솔직히 부러웠고 대단해보였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직장을 옮기는데, 많이 옮기면 옮길수록 경력은 망가진다.헤드헌터와 인사담당자는 심플한 이력서를 좋아한다. 1년도 지긋이 못 있고,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튀어다닌 이력서는 벌레 취급한다

자영업자에게 일의 끝이란 없다. 자기 경영을 못할 경우,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신나게 노는 것도 아닌 '같기도'상태에 빠진다. 외식업은 점심과 저녁에 일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소원해진다. 장사가 잘 되면 위안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보 되는 느낌이다. 자영업자의 일은 안해도 당장 급하지 않고, 해도 표가 안난다. 다그치는 사람도 없기에 급할 것도 없다. 혼자서 커다란 일을 하기에는 추진력이 없고, 남에게 맡기자니 돈이 아깝다. 쪼는 사람도 없지만,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다. 자유시간이 많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해야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하나에 전적으로 몰입하기가 어렵다.

어떤 자기계발 강사는 프리에이전트 시대의 개인은 사자처럼 일하고, 쉬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육식 동물인 사자는, 사냥을 할 때는 고도로 집중하지만, 한 번 포식하면 팽팽 논다. 일할 때 일하고, 놀때 논다는 말이다. 앙드레김이나, 서태지나, 배용준이나....작업 단가가 높은 프리랜서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이 정도 내공이 쌓일려면 몇십년 경력이 필요하거나 특출나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1인기업은 페달 밟기를 멈추면, 순식간에 궤도이탈이다. 초식동물처럼 쉼없이 풀을 뜯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는 어떻게 자기관리를 하고, 시간을 배분 해야하는가? 우리 어머니는 30년 넘게 자영업자였는데, 지금도 매우 바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0년 전에 은퇴했어야 하는데 쌓아놓은 자산이 올라가는 물가를 따라 잡을 수 없고, 정권이 바뀔때마다 세금정책이 바껴서 지금은 은퇴를 포기했다. 은퇴를 포기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점점 먹고 살기가 힘든 이유도 있지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일하기를 원한다. 경제 활동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고통이었지만, 이제는 즐거움이 되었고, 실버들은 실버타운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과 현업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그녀의 생활 모습을 보면, 일이 중심이다. 무엇을 하건, 일에서 신경끈을 놓치않는다. 삶은 항상 걱정과 고민으로 점철되어 왔는데, 어렸을 때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지금은 자영업자는 발 뻗고 못 자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녀의 뇌를 상상해보면, 아마도 어떻게 하면 사업체를 늘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가장 클것이다. 그 사이 사이로 가족이 있고, 손주가 있고, 아들인 내가 있다. 이런 어머니를 욕할 수는 없다. 그 수혜를 지금 톡톡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1인기업은 자기 메모리의 대부분을 일에 할당해야 한다. 양으로 치자면, 직장 생활 보다 정확히 2배는 더 일할 각오를 한다.  이것이 싫으면, 직장에 있는 것이 낫다. 직장 다니면, 주말에는 신경을 오프(off)할 수 있다. 월요병은 주말에 신경을 끄기 때문에 생긴다. 자영업자에게는 월요병이 없다. 어차피 24시간 365일 근무다. 직장인은 퇴근하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자영업자의 일이란 끝없이, 진행중인 다중접속게임(mmorpg) 같다. 레벨 올리기와 아이템 획득은 끝이 없다.

회사 밖에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틀이 없는 자유는 타락이다. 밖에 나오면 오히려 자유가 더 없다. 제대로된 자영업자라면 스스로를 옥죈다. 감옥을 만들어서 기꺼이 매일 들어가는 삶이 자영업이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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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15:34:59 *.132.8.162
지금까지 쓰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시간 내어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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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11.02 19:09:04 *.146.68.203
제 스스로를 위해서 글 쓸 뿐입니다. 헬쓰 클럽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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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연
2009.11.02 14:54:48 *.142.217.230
맑은 님의 글을 읽고 많이 배웁니다.
제생각을 대신 정리해준것 같아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네요..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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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9.11.02 19:09:33 *.146.68.203
넹..^^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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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마니
2009.11.04 14:43:40 *.247.145.6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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