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 조회 수 496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내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알게 된 것은 누군가 카페탐험대 대원이 소개한 짧은 문구를 보면서였다.
'헌책방과 북카페를 접목한 커뮤니티 공간- 주인장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출간'
내가 가봐야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바로 왔다. 더군다나 우리 집에서 가까운 은평구 응암동에 있다지 않나!
먼저 홈페이지를 들어가 찬찬히 살펴보았다.
www.2sangbook.com
홈페이지를 본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단순한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한다는 것이 확실하게 와 닿았다.
3월 17일, 드디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상북)'으로 출발했다.
자세한 약도가 있고 그 지역을 나름 안다고 자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장과 통화를 한 후에야 찾아갈 수 있었다.
- 쥔장 이야기를 들어보니 돈이 없어서 간판을 못했는데 요즘 간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아무튼 '이상북'을 찾아가는 길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빠지게 된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했고, 드디어 숨겨진 입구를 찾아서 내려갈 수 있었다.
-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처럼 이상북 또한 땅 아래 위치해 있다.
의도는 아니었고 역시 '돈' 때문이라고 한다 ^^;;
'땅그랑' 나무 풍경의 소리가 은은하게 낯선 이의 방문을 알렸다.
비틀즈의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아니 이상북에는 존 레논 안경을 쓴 쥔장이 조용히 앉아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즈막한 계단 앞의 앨리스 공간은 '판매하는 책이 아닙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이곳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멋진 이름을 갖게 된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 루이스 캐롤을 아주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중에 좀더 넓은 공간을 가지게 되면 따로 전시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또한 쥔장은 내가 좋아하는 <어린왕자>도 수집하고 있었다.
찬찬히 둘러보면 30여 평의 넓다고 할 수 없는 공간을 어찌나 알차게, 또한 편안하게 꾸며 놓았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는 소박했지만 그냥 인테리어가 아니라, 정말 공연이 열리는 '무대'였다.
- 이번 3월 27일 열린 판소리 공연에는 80명의 관객이 왔다는 소리에 내가 깜짝 놀라니, 쥔장은 작년에 열린 홍순관씨 공연에 140명이 와서 자리가 좁아서 너무 미안했단다.
- 한 달에 한번씩 청소년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기획하는데, 크게 홍보하지 못하고 이상북 이멜 소식지나 홈페이지, '은평시민신문' 정도에 홍보를 한다고 한다. 청소년 반, 어른 반 참석한다고.
- 그외에도 '다문화가정 노래 발표회','청소년 아카펠라 동아리 발표회' 등 다양한 행사에 사용된다고.
<무대>
<랩 공연> <춤 공연> <판소리 공연>
또 한쪽 벽에 걸린 스크린을 보고 물으니, 공식적이진 않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주말에 가끔씩 함께 영화나 영상물을 본다고 한다. 그뿐이냐고 물으니, 강의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단다
- 은평 시민기자학교도 이 곳에서 열렸고 스크린을 사용해서 청소년 문화제때 '인권관련 퀴즈대회'도 진행했다고.
이곳은 또 뭐하는 곳인감?
- 은평씨앗학교(미인가 대안학교) 선생님의 북아트 및 판화 작업공간이라고. 허~억.
<북아트 공간> <북아트 작품들>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있는 쇼파
- 이곳에만 앉으면 잠이 솔솔 온다고 별명이 '수면제 쇼파'라고
직접 한달간 목공을 배워 만든 책상
- 이곳에서 노래패가 노래 연습도 하고 동화읽는 어른 모임에서 전통놀이 배우기도 한다
요모조모 살펴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던 우리의 눈길을 끈 또 한 곳, 바로 소박한 메뉴판이었다.
'따뜻한 마실거리와 차가운 마실거리' 로 간단 구분되어 있었고, 가격은 청소년 1천원, 어른 2천원!
- 모두 생협에서 구입한 유기농 제품인데, 한살림이 더 맛있는 게 많아서 바꾸려고 한다고
- 작년까지 어른이 3천원이었는데 좀 비싼 것도 같고 음료에서 남길 생각도 없고 해서 천원 내렸다나!
- 원가가 천원이 좀 넘기 때문에 어른, 청소년 합치면 원가는 건진다고
오히려 500원에 커피믹스, 녹차 등 티백을 먹을 수 있게 정수기 옆에 준비된 셀프용 티백이 더 남는다고 웃는다
- 와플을 천원에 팔았었는데 원가가 천원선에서 1200원정도까지 올라서 지금은 못한다고
원가가 내리면 좋겠는데...
도대체 채산성이 있냐는 우리의 질문에 쥔장은 웃으며 대답한다.
- 워낙 투자한 금액이 작아서 크게 무리없이 운영하고 있고 빚도 없기 때문에 만족스럽고 처음부터 돈 벌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목표는 제로 성장이라고.
'이상북' 을 방문한 첫번째 느낌은 '정말 이상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쥔장의 책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한 권 싸인받아 사들고 나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 3월 25일 인터뷰를 포함한 두번째 '이상북 이야기' 기대해 주세용~ ^^-
- 그런데 북리뷰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인터뷰가 세번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