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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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는 공간의 이동이 아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활동이다. 지난 5월 1일(토) 이사 했다. 전에 살던 집은 전세 주고 오목교역 근처로 세 들었다. 새로운 집은 어두워 보였다. 지은지 20년이 되었다지만 벽지, 커튼, 가구배치 모두가 나와 집사람 눈에는 이상해 보인다. 작심하고 달려들었다. 청소와 도배, 페인트 칠, 가구와 책 배치로 무려 5일이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작업을 벌였다. 문짝을 새로 달았고, 에어컨 위치도 바꾸어 가며 좁은 공간을 넓고 밝게 하려고 부단히 고민했다. 허리가 휘어지도록 닦고 조이고 칠하고 옮기고… 아~ 힘들다. 대충의 청소가 끝나니 썩 괜찮은 공간이 하나 만들어졌다. 장모님은 어차피 비워줘야 할 집인데 뭐 그리 시간과 돈을 쓰냐고 말씀 하신다. 그래도 깔끔하고 환해지니 한결 편안하다. 구경하러 온 동서들도 한결 좋아졌다고 한다. 나도 좋고, 집사람도 만족해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 이상의 무엇이다. 먹고 자고 이야기 나구고 책보고 글쓰기 위해 공간은 늘 그곳 주인의 생각과 계획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잠시 들른 집주인의 농반진반의 한 마디가 무섭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들어가 살걸”… 뭐야, 이러다 2년 후에는 어김없이 또 이사해야 하는 거야?
# 옥탑방이 생겼다. 이사한 집 옥상에는 4평 정도, 창고 같기도 하고 방 같기도 한 공간이 있었다. 집 보러 간 첫날부터 한눈에 들어온 곳이다. 전에 살던 사람은 창고처럼 사용하였다. 청소하고, 가꾸면 쓸만하겠는데… 마음이 설레니 이사하기 2주전에 이미 청소와 도배를 끝냈다. 쓸고 닦고, 도배 장판으로 말끔히 단장하니 그럴듯하다. 창문이 2개나 되어 오후 햇볕을 벗삼아 책보기에도 좋다. 출입구 앞쪽에는 처마를 따라 제법 큰 천막을 새로 만들었다. 남의 집에 거금을 투자한 것이다. 무엇보다 비와 햇빛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가오면 빗소리를 들으며 지글지글 삼겹살을 굽고, 빛이 좋으면 야전 침대를 펼쳐 놓고 그늘 아래서 한참을 잘 수 있겠다. 집 구경 오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공간이다. 앞으로 술 마실 일 많아지겠다. 여름 장마철에는 주구장창 삼겹살만 굽게 생겼다. 집주인이 나가라면 고스란히 남겨두고 나와야 한다. 하지만 새로 이사 드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선물이 될 것이다. 하나의 공간은 그저 그러한 공간이 아니다. 그나저나 도배하러 들렀을 때 만 해도 이곳에 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두었었는데, 어디로 갔지? 옥탑방에 고양이라… 잘 어울린다.
# 어려서부터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 나의 방은 초라했다. 천장은 늘 한 폭의 동양화 같기도 하고 지도 같기도 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쥐가 오줌을 싼 건지,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늘 알록달록했다. 방안에는 책상 하나 책꽂이 하나 옷장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나는 그 곳이 매우 좋았다. 방문을 열고 있으면 바람이 살랑사랑 들어오고, 그곳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다 잠이 들기도 했다. 문만 열면 마당이 보이고 비라도 오면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볼 수도 있었다. 마음이 우울하거나 무언가 결심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 순간 방의 가구 배치를 죄다 바꾸는 공사를 벌이곤 하였다. 책꽂이 책도 자리를 바꾸어 보고, 책상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보고, 천장을 달력으로 덧붙여 보기도 하며 무언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었다. 바꾸고 변화시키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좁은 방을 바꾸고 나면 대단한 만족과 뿌듯함으로 그 날 잠자리는 무척 달콤했었고, 학교를 마치고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 방은 나만의 공간이었고, 나의 쉼터였다. 공간은 나에게 늘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작은 놀이터였다. 나 만의 공간에서 이제 좀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실무자들과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카탐대원님들의 글을 읽다
여러분들의 체험기를 직접 듣고 싶어졌습니다.
여긴 전라도 여수입니다.
먼길이지만 여수까지 오셔서
카탐대원님들의 생생한 체험담이나
직접 운영하고 싶은 카페 운영방향에 대해 나누어 주시면
서로의 고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카페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원들마다 각자 다른 생각을 환영합니다.
3~4회 워크샵 형태로 진행되었으면 좋겠고
워크샵 진행 후 대원님들이 추천해주는 카페로 벤치마킹도 할 예정입니다.
교통비와 약간의 강의료를 드릴 계획입니다.
김선관(019-608-5579)

필요하시면 언제든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저희 까탐 프로젝트가 완료되지 못하여 설익은 경험이 우려스러울 뿐 입니다.
마침 저희 까탐 전체모임이 오는 16일(일) 오후 2시에 예정되어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별도 공지)
괜찮으시다면 모임에 나오셔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함께 대화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래야 좀 더 구체적인 서로의 도움과 참여 방법이 찾아질 듯 합니다.
아울러, 전체 모임은 저희들이 하는 하나의 수업이자 과업이오니,
이 점을 잘 배려하실 수 있으시면 참석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일정 관계상 참석이 어려우시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요?
제 연락처는 010-3229-0067 (이효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