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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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처럼 고이는 시간, 카이로스
제우스는 판도라 마음상자 속에
크로노스라는 시간을 넣어두었다.
판도라의 뚜껑이 열리면서 시간이 흘러나왔고,
시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영악한 그리스인들은
크로노스와는 달리 카이로스라는
또 하나의 시간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주관적 시간이며, 질적인 시간이며,
화학적 시간이며, 집중된 시간이며, 심리적 시간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다
한 시간은 60분이며, 하루는 24시간이고, 일 년은 365일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체험하느냐는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연인을 만나 푹 빠져 즐기면
시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시간은 순간적으로 흘러가버린다. 반면,
지루한 일을 할 수 때는 수없이 시계를 보지만
시간은 더 없이 더디게 흐른다.
나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지금 어떤 알 수 없는 삶의 화학작용을 통해
삶을 보는 시선도 태도도 행동도
바뀐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인간은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점처럼 도약하며, 깨달음이 일어난 그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성숙할 수 있다.
직선이 점들의 집합이듯이
크로노스의 시간은 카이로스적 시간의 집합이다.
카이로스 시간의 정수는
‘지금이라는 점’이다.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 와이즈베리,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