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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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76 - 쌍코피 르네상스
왼쪽 코가 먼저 터졌다. 아 뜨거운 내피, 휴지로 막았다. 그랬더니 곧 오른쪽 코에서도 피가 흐른다. 아니 왜 코피는 나고 ㅈㄹ이야 .........
바닷물 이야기 먼저 하자. 해마다 연수삼아 가던 변경연 여름 여행에는 물만 보면 뛰어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정말 이렇게 깨끗한 바다가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싶었던 아름다운 곳에서 멀리멀리 헤엄을 쳐서 나가 보았다. 스킨 스쿠버의 달인도 그때는 함께 갔었다. 그리이스에서는 닷새 동안은 숫제 바다 위에서 살았다. 에게해 크루즈를 즐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땅에 내려서 찾아간 해수욕장은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 바다를 온탕 수준으로 덥혀 두었다, 그곳에서는 물속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물장구치고 소꼽장 수준으로 놀았다. 그리고 올해 물 구경은 시르미오네 호수에서 잠시 즐겼을 뿐 물건너 갔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내내 북이탈리의 마른도시만을 다니다가 마지막 날 마침내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 문화유산, 친퀘테레에 닿았다. 5개의 바닷가 마을을 한데 묶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절벽위의 마을이다.
기차를 타고 첫 번째 역에 내려서 1킬로미터의 사랑의 길을 걸었다 자물쇠로 서로의 마음을 잠궈 백년을 함께 하자며 언약하던 사람들이 달콤하게 걸어갔던 길이다. 한쪽은 기암절벽, 그리고 또 한쪽은 탁 트인 옥빛 바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갑자기 강한 바닷 내음이 훅~ 깊은 숨을 따라 들어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삶의 모든 그리움은 바로 이 바다 냄새로 시작하지. 일에서나 관계에서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안식처, 나의 영원한 그리움의 원형인 바다, 출렁이는 푸른 물결, 그리고 이 소금 비린내. 갑자기 생기가 솟아났다.
일행 중 몇 사람은 이미 바위에서 물로 뛰어들었으나....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중간에서 기다렸고 다시 기차를 타고 3개의 역을 지나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좀 조용한 곳을 찾아 해변을 따라 올라갔었지만 어디서나 만원사례, 그곳엔 이미 오래전에 예약했고 일찍 온 사람들의 영역이란다. 다시 갔던 길을 거슬러 내려오다 겨우 손바닥 만한 공간을 찾아 준비운동을 하고 물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깊어진 바다, 발이 닿지 않는다. 물이 차고 시원하다. 사람이 많은 탓에 물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그러나 물을 만난 고기처럼 나는 가로로 또 세로로 헤엄을 치며 바다를 즐겼다. 한동안 물에서 놀다가 우리 자리로 되돌아오니 코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린다. 아, 생코피.. 바닷물에서 올라왔으니 차거운 몸에 뜨거운 코피다. 우산이 황급히 휴지를 구해준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키친타올을 둘둘 감아 전해준다. 안쓰러워 보였나보다. 국제적 동정이다. 한쪽 코를 틀어막고...잠시 쉬었다.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해수욕을 과하게 했을 때 종종 코피가 나기는 했었다. 그때는 솜으로 코를 막고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어른들이 걱정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바다로 다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게다가 붉은 포도주는 잔을 돌리며 나눠지고 있었다. 난 이제 어른이니까 코피는 막고 포도주는 마시고 헤엄은 치면 된다. 야호~
그날 나는 그렇게 했다. 더 바랄 것 없이 좋은 시간 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실, 가는 곳 마다 코피가 났다. 처음엔 과로 때문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어서 몸이 허약해져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기분이라는 것이 전혀 슬프지가 않았고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새로운 풍광에 취해서 열이 났고 열이 나니 코가 막혔고 막힌 코를 풀어보려고 흥흥 거렸더니 피가 난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풀듯 코피의 이치를 파악하고 나니 걱정은커녕, 쌍코피 터지는 내 청춘이 즐겁기만 했다. 코피의 재창조, 쌍코피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다.

이렇게나 빨리 아무네요.
인체의 놀라운 복원력에, 또한 이를 도와주는 의학의 힘을 다시한번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글구요.
샘.
제가 위 아래 앞 뒤 안 살피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나름 주도면밀한 인간이랍니다.
르네상스맨 알렌이 먼저 몸을 날려 안전을 보장해주었잖아요.
실은 알렌과는 아씨시 수영장에서 미리 다이빙연습을 해 둔 사이였거든요.
게다가 뛰어들기 전에 살짝 확인한 바로는..
세상에 그 절벽에
바다에서 올라오는 사람을 위한 구명밧줄이 설치되어 있더라구요.
그니까 그곳은 이미 검증된 놀이터였던 셈이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안전할까?하는 의혹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죠.
그치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스팟이었어요.
무엇이든 치를 각오가 되어있었는데
발바닥 정도의 제물에 자신의 품을 허락한 그 바다에
무한 감사를 전할 뿐입니다. 헤헤

우산쓰고 짐지키는 온몸을 꽁꽁 감싼체,
훌러덩 훌러덩 벗어 재낀 그들이 보면
저 여인은 뭐하는 사람인가? 했을거예요..
발이라도 씻고 올껄..ㅎㅎ
옆에 키친타올 둘둘 말아 갖다준 여인..
역시 아줌마는 어디서나 통하는듯 하지요..
갖고간 브로치를 감사의 선물로 드리려고 살폈는데
바닷속에 계셔서 그냥 갖고 왔어요..
아마도 우리가 고마워 한다는 것을 알겠지요.
아줌마는 척,, 하면 쿵 하니까요..
이제는 괜찮으신지요?
아~ 두잔까지 늘렸던 주량이 다신 세모금으로 줄었어요.
좀더 좌샘과 주량 늘리는 연습을했어야 했는데
우리 일정이 너무 빡셌던것 같아요..
내년에 동참여부를 떠나서
어쨋든 주량을 한잔으로 넉넉하게 마실수 있도록 늘려 놓겠습니다.
어제 한성대 입구 사거리에서 구름을 봤는데
어쩜 이탈리아 구름이 우리를 따라 왔나봐요.
똑같아요..ㅎㅎ
구름 계속 연구하고 계시죠?
다시 만나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 후에도 잊지않고 구름 전문가를 물색해보던 그대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그 알~코~홀
임재범이 이 노랠 불렀지요. 신기 흐를때 순간 만들어 불러재낀 .....
한세대 후에나 재평가될 빼어난 노래라던데...ㅋㄷㅋㄷ
어쨌든 매일 조금씩 마셔서 마침내 다섯개의 달이 뜬 호수에서 시인 이태백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해변에서 코피 돌봐준 인연으루다가 빌고 있을게요.
새탄생, 르네상스.... 모름지기 주류가 되어 살아야 한답니당....인생 잠깐이면 꺼지는 촛불 같으니...이 밤을 주님과 함께.... > 친구를 잘 골라서 비를 함께 맞으며 ...아니, 그럼 우산은 어떡하고..... 장난이 치고싶어지는 우산에게 댓글 감사하며....또 구름위에서 다시 만나십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