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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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21] 무엇으로 헌신을 구할 것이냐에 대해서 사부님께서 댓글로 몇 가지의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 가르침을 아직은 다 담아내지 못합니다만 그때의 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써보았습니다.
“놓아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 탐이 나더냐.” 김중배의 물질공세에 변심한 심순애를 향해 이수일이 울부짖는 소리를 토해낸다. 만약에 이수일이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었다면 심순애는 사랑 앞에서 그리고 다이아몬드 앞에서 갈등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여자들의 사랑에 대한 로망은 달리 생각해보면 천만직장인의 직장에 대한 로망으로도 대입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를 주면서도 사랑을 주는 그런 직장은 없는 것일까? 나의 밥을 해결해주면서 나의 마음을 빼앗는 그런 한 마장 가슴부분 설레임을 담아내는 그런 곳은 없는 것일까?
나는 작년까지 13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현재는 잠시 쉬고 있다. 아니 삶이라는 과목을 선택해서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13년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절름발이 사랑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고, 온전히 사랑 받지 못했다. 그것의 문제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나의 열정과 헌신을 쏟아 붓지 못하고 그저 언저리만을 뱅뱅 돌다가 오르기를 포기하고 주저 앉았던 것은 비단 나만의 경험일까. 아니면 대부분 게으르고, 타성에 젖고, 능동적이지 못하고, 꿈이 없는 그저그런 천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하나의 현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들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지만 그냥 그렇다라고 단정짓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헌신이란 무엇일까. 사전적(辭典的) 의미로 헌신(獻身)은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해 무언가를 행하는 행위이다. 나는 이것에 내 마음의 몇 조각을 더하여 이렇게 재정립해본다.
"헌신이란 행복할 것을 기대하고 나의 열정을 어떤 대상에 몰입시키는 사랑의 행위이다."
사랑은 주고 받음이 이상적일 때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빛을 발한다. 상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내가 주는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고 상대가 진심으로 고마워할 때 사랑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직원에게 사랑을 주고 직원에게 사랑을 받는 회사가 있다. 그 힘으로 직원들의 만족과 재무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창립이래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는 회사가 있다. 미국 직장인들에게 천국이라 불리는 SAS Institute이다.
SAS는 무려 13년 동안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최근 2년간은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976년 창립이래 35년간 단 한번의 적자도 없이 연평균 8.8%의 높은 성장률을 이룩하고 있으며, 2010년 매출 25억여 달러, 차입금 제로, 업계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경이적인 기록의 배경에는 SAS의 CEO 짐 굿나잇의 경영철학이 기반하고 있다.
굿 나잇 회장은 창업 당시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창립 초기 회사업무 때문에 아이들의 생애 첫 연극발표, 첫 축구 경기, 갑자기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기 등을 함께 할 수 없어 늘 가슴이 아팠다. 그 시간에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얼마나 위대한 제품을 개발 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경영철학의 NO.1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선택했고 가족을 등한시 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업무여건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그 결과 SAS는 가족들도 이용 가능한 사내 식당과 의료시설, 수준 높은 탁아시설, 자녀 여름 캠프, 세차와 미용실 그리고 마사지실과 넓은 체육관 시설, 주택 지원 프로그램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학교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들은 매년 이익의 15%를 퇴직기금으로 적립해 주는 SAS 특유의 이윤배분제도와 맞물려, 자신의 일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SAS의 한 관리자는 "우리 직원들은 행복하기 때문에 SAS를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도 그런 이유로 이 곳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부럽지 않은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지 않은가.
얼마 전 한 인사기관에서 <CEO가 흔히 하는 거짓말>이라는 타이틀로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이 회사는 여러분의 것입니다."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회사보다 가정을 챙겨라"가 상위에 랭크 되었다고 한다. 결코 웃고만 넘기기에는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는 일시적으로 심순애의 사랑을 얻었지만 결국 심순애는 이수일의 사랑을 찾아서 떠난다. 오늘도 진정한 사랑을 찾아 부유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
"오빠 한번 믿어봐"하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대의 진심이 하룻밤만 지나면 들통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그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회사의 직원에 대한 <열정과 몰입>의 구애는 하룻밤의 연애처럼 그렇게 허무한 것이리라.
돈으로 인재를 살수 있다. 하지만 인재의 헌신은 무엇으로 구하여야 하는가? 그것은 사랑이다.
<끝>
PS. 지난 8월 연구원 수업에서 사부님을 비롯하여 동기들과 고민한 나의 첫책의 주제는
"떠나고 싶은 직장, 머무르고 싶은 직장"이라는 주제입니다. 직장인들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바람직한 기업문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주제에 제 자신을
헌신하도록 할 다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