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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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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9일 11시 01분 등록

한 권의 책을 대단한 몰입으로 읽었다. 글과 문장들이 지난 십여년의 직장생활을 관통하고 미래의 시간으로 흘러 어떤 이미지를 만들었다가 사라지고 다시금 새로운 비즈니스와 관계를 꿈꾸게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물음표를 붙여둔 해소되지 않는 갈증과 고민들을 느낌표로 바꾸며 무릎을 치게 했다. 나로 하여금 회사라는 지난 날 푸석거리고 생기없는 대상을 장면이 바뀐 어느 연극 무대처럼 근사하고 생동감이 가능한 무대로 전환 시켰다. 게리 해멀의 <경영의 미래 The Future of Management>이다.

책의 역자 권영설씨도 이 책의 말미에 비슷한 경험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책과 하나됨을 느꼈다. 그건 참 묘한 기분이었다. 책에서 '당신(you)이라는 주어를 달고 나오는 애기가 여지없이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평소에 풀리지 않던 화두에 대한 해멀의 생각에는 동지애를 느낄 정도였다. 그래선지 내가 남의 책을 읽는 것인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읽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게리 해멀이 주장하는 '경영을 혁신하라'는 메세지를 접한 무수한 경영자와 리더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입장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가 이야기 하는 혁신에서 희망을 보고, 통쾌하고 유쾌했지만 과연 그들의 마음도 그러했을까. 그들의 마음 속에는 희망이 춤추다가 언뜻 불안이 교차하고, 가능할 것 같다가도 현실은 거대한 벽으로 마음에 흐르는 노래를 멈추게 했을 듯하다. 시대가 급변하고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물결 위에서 그려지는 자신이 선택해야 할 변화에 대해서는 그저 주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확인이 아픔처럼 혹은 운명처럼 놓여져 있지는 않았을까.

 

직원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대하고, 규율보다는 자율로서 활동하게 하고, 징집된 병사의 발걸음이 아닌 소풍 가는 아이의 발걸음처럼 직장을 활기차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모든 경영자들과 리더들이 마음 속에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로망일 것이다. 아니 영원히 존재하고 있는 풀리지 않은 숙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 현실은 그런 고민에 근접하지 못하는가. 왜 거꾸로 가는 것처럼만 느껴지는 것인가. 고민과 배려 끝에 회사가 내어 놓은 직원들에 대한 사랑은 왜 항상 헤어진 애인의 뒤늦은 전화처럼 감동은 없고 부담스러우며 사랑스럽지 않은 것일까.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저만치 달아나는 구성원들의 욕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선택과 인식에 문제점은 없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회사를 일컬어 가족, 그리고 구성원들을 한솥밥을 먹는 식구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경영자나 리더들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의도하지 아니하며, 대부분의 직원들도 스스로를 회사가 말하는 가족으로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가족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서로는 순진하지도 않고 진실되지도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듯하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일부의 소수만이 가족이고 나머지는 일꾼이며, 같이 밥을 먹는 식구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식탁주위에 함께 둘러앉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써빙'을 하는 한 공간에 놓인 대상이거나 심지어는 그저 '메뉴판의 메뉴'로 전락해 버린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며 빈약한 논리인가.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니라고 위로하는 수준에서 버려야 하는 인식인가 

 

여기 "직원이 왕이다."라고 외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실제로 직원을 왕처럼 대접한다. 평균 연봉이 9 2천 달러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직원복지의 대명사인 SAS과 구글 등에 못지않은 다양한 복지 혜택을 자랑한다.

2010년 기준 56억 달러( 6.2) 매출과 미국 상위 4대 슈퍼마켓 평균의 2배가 넘는 영업 이익, 그리고 면적당 매출액이 업계 평균 대비 50% 이상 높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슈퍼마켓 체인, 미국 뉴욕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미 북동부지역에 7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식품 소매 전문 기업 Wegmans Food Markets사가  바로 그 회사이다.

 

웨그먼즈사는 이 밖에도 창업이래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은 회사로도 유명한데 이는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대니 웨그먼즈의 경영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2006년의 한 강연에서 "우리 직원들은 단순히 회사에 소속된 종업원이 아닙니다. 웨그먼즈라는 대가족의 중요한 일원입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바 있다.

대니 웨그먼즈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50년 회사를 맡으면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라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는 직원들이 먼저 즐거워하고 자신의 일을 신바람이 나서 할 수 있어야 고객도 즐거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는 철학에 기초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구성원이 왕, 그 다음이 고객'이라는 웨그먼즈 회장의 경영철학은 그가 직원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다는 강연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개념과 크게 틀리지 않다. 우리도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말로 '가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만 과연 진정으로 직원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영자와 리더는 얼마나 될까.

 

'경영 혁신'이라는 과제를 생각하니 뭔가 선택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과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구원처럼 다가와 변화의 첫 걸음을 미루고 또 미루게 할 것이다. 선택이라는 과제는 수많은 질문과 의심들을 덕지덕지 달고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며 마음을 산란케 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들이 가장(家長)에게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선택은 작은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구성원들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를 진정으로 외치고 싶다면 남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구성원을 대하는 경영진의 경영철학을 보여야 한다. 그런 철학을 통해서 참여와 일치를 그리고 모든 경영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꿈만 같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그래서 긍정적인 직장공동체 의식으로서 가족이념이 실현될 수 있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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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63.16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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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9.19 13:02:54 *.36.108.178
우리가 남이가?? ㅎㅎㅎ.. 완전 맘에 드는 제목.. 구수하네요~~~ 입에도 착착 달라붙고...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완전 내생각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웨그먼즈라는 회사도 참 좋네요. 저런 회사에서 일 해 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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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20 08:28:04 *.163.164.179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것...그것은 꼭 물질과 혜택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많은 경영자는 그런것들에만 집착하지.
우리가 일해보고 싶은 회사...그것을 찾아 떠나는 모험.

미나가 삶이라는 무대에서 비행을 시도하듯이
나도 나의 무대에서 무엇하나 얻으려 모험을 떠난다.
돌아오는 길이...축복되기를...
그대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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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13:08:36 *.45.10.22
일하고 싶은 회사에 한 발짝 더 다가가나요? ^^ 
우리가 남이가...
단순한 커뮤니티나 동호회가 아니라 
회사라는 거대 조직에서도 가능해지는 그 날을 꿈꿉니다. 
함께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그 공간을 꿈꿉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그곳에서 우리 만나요~!
그 청사진을 오빠가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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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20 08:32:31 *.163.164.176
사샤야 너의 현실로 내려온 글에서 나는 잊어가는 나의 지난날의 고민들을 볼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의 조우
내가 글로 옮겨가야할 큰 지침이지만
그것은 너에게도 매우 적합할 듯....

현실과 이상, 오늘과 미래, 일과 창조
이런 상반된 것들의 극적인 조화와 전복!!
너의 글에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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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9.19 16:25:16 *.143.156.74
이 글 보니 오라버니가 사부님이 말씀하신 책을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이네.
오라버니가 HR 컨설턴트로 거듭날 수 있을것 같아.
그런데 우리나라엔 그런 회사들이 없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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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20 08:35:43 *.163.164.177
글을 쓰다가 지우고, 펼쳤다가 다시 덮으면서
어줍잖게 컨설턴트처럼 쓰려고 하지 말자.
작은 주제로 일상의 경험을 담아서 재미있게 쓰자.
생각하고 메모해 두었음에도...
원하는 모드의 글을 쓰지 못하고 이렇게 .... 잘난 컨설턴트처럼 또 글을 쓰고 말았네...

한계에 다다라서 짜증이 많은 하루를 보냈네..
재경이의 응원에 힘을 내서 다시금 책 속으로...글 속으로...현실 속으로 깊이!!!

나의 고민을 통해...그대도 하고 있을 고민들을 짐작해보기도.
양갱의 글에 그대가 댓글을 달아 둔 것처럼
우리는 답을 찾으려 하는 것보다는 일단 몸을 움직여 스스로를 실험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응당의 가치가 아닐까하는 생각

재경아 많이 느끼고 많이 공유해다오...
우리가 동문학습하는 이유를 나는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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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9.19 21:38:37 *.111.51.110
형다운 느낌의 단어들, 문체들이 살아나네요~
갑자기 실용서같은 주제의 책을 쓰시려니 힘드시겠지만
거기에 형만의 따끈하고 기발한 양념들이 버물여 진다면
대단한 작품이 탄생하리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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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9.20 12:43:36 *.166.205.132
힘이나요~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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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20 08:42:51 *.163.164.179
헤메고 있지만 9월을 통해서 갈길을 정할 수 있어서
마음 한켠 안정감을 찾았다.
게리 해멀, 찰스 핸디, 다니엘 핑크를 통해서
어쩔 수 없음이라는 지난날의 이유들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일이 있겠구나라는 희망으로 전환한다.
그곳을 잘 들여다 볼 생각이다.

너의 갈증! 삶에서 <사실 이상의 사실을 보는 것>
이것은 비단 너만의 갈증은 아닐것이다.
나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삶을 깊이 있게 보고 느끼는 마음을 갖기를 희망하지.
너의 사진과 글이 <사실 이상의 사실을 보는 법>을 알려주었으면 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눈에 씌인 얄팍한 꽁깍지 하나를 벗을 수 있기를...

당신이 모르는 <사실 이상의 사실>
양갱이의 마법과 같은 사진과 글이 풀어드립니다.
이런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램!!
너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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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9.21 10:21:25 *.23.188.173
난 말이야..... 조직에 있어보지 않아선지.....
이번책이 그리 다가오지 않았는데......
하지만 그래도 그건 그래.. 항상 고용주와 난 남이었지
그는 내 가족이 될 수 없었어 그도 내 가족이 아니고, 나 역시 그의 가족이 아니지...
그래.. 가족이라면 나도 이면지를 활용하고 저렴한 밥을 시켜 먹을꺼야
주제가 오빠에게 맞는 옷 같아. 점차 오빠의 방식으로 풀어져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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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22 09:40:23 *.163.164.176
"난 말이야..." 하지 않아도 넌 줄알어....루미야. ㅎㅎㅎ
게리해멀의 책이 기업의 혁신, 경영의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할 듯.

너의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고 나는 '관계'라는 것을 떠올려본다.
제각각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관계'

루미야,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 잘하고...
좋은 가을날 많이 행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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