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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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달할수록 범죄도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경찰의 수가 증가한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해서 '경찰의 수가 늘수록 범죄가 증가한다'고 추론하면서 경찰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인과관계를 거꾸로 적용한 오류이다.
흡연과 폐암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인구가 많을수록 폐암 인구가 늘어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담대를 피우는 사람이 많을수록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필요한 라이터의 수요도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관계를 근거로 해서 라이터 판매를 금지하면 폐암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해서 '폐암 퇴치를 위한 라이터 판매금지 캠페인'을 펼친다면? 제3의 요인을 보지 못한 논리의 착시이다.
상식의 세계에서는 이렇듯 논리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어디에서 오류가 발생하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계가 복잡해지고 전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인과관계의 오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흔히 접할 수 있는 "커피를 마시면 수명이 늘어난다.",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비만이 되기 쉽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포도주는 심장병 발병 확률을 낮춘다." 등의 논리들은 어떤가.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한 두 가지에 확대해서 인과관계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인간 수명과 비만 그리고 심장병에 미치는 많은 요인들의 관계를 알지 못하니 논리의 허점이 어디에 있다고 반박하기가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이번 주 논리의 미로에 빠졌다. 발단은 <강점혁명>이라는 마커스 버킹엄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배움과 학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했다. 나는 <배움 = 부족한 능력의 보완> 이라는 공식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부족한 능력을 꾸준히 보완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내가 기업체에서 인사담당자로 오랜 시간 일해오면서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에 적용해온 업무철학과 동일한 것이기도 하고 인사업무를 지배하는 보편적 이치이기도 하다.
열등한 것, 약한 것, 부족한 것은 보완의 대상이고 개인이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런 약점을 바로잡아서 강화시켜야 한다는 믿음이 저변에 놓여있다. 잘하는 것은 현재로도 족하니 부족한 것을 메우는 것이 유비무환이요, 강한 것이 되기 위한 순치인 것이다.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폰 리비히는 "식물의 생장은 어떤 조건이 다 충족되더라도 결국엔 가장 부족한 조건에 맞춰서 생장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주장하였다. 이는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서 결정되고, 물통이 담을 수 있는 물의 높이는 기울어진 한 귀퉁이의 가장 낮은 부분을 넘을 수는 없다라는 이치와 비슷하다.
마커스 버킹엄은 그의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시각을 바꿔야만 한다. 즉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되었던 모든 관심을 이제는 자신의 진정한 강점을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데 쏟아 부어야 한다." 즉,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라는 메시지이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장 뛰어난 재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어떤 능력이든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업무 기술과 지식을 익히려 든다. 약점을 극복해야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일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약점에 집착하는 이유를 두려움으로 해석한다. 약점, 실패, 무능, 평범함 등에 대한 두려움이 강점에 대한 자신감을 자꾸 뒤로 숨기게 하고 우리 스스로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부질없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약점에 기울이는 노력은 실패를 예방하는 것 이상의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약점이 강점을 발휘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 정도라면 그냥 두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가장 통렬한 실패는 약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강점이 예상대로 발휘되지 않았을 때 겪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듣고 있으니 회사에서 인사업무를 하면서 실행했던 많은 일들이 '폐암 퇴치를 위한 라이터 판매금지 캠페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가만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한가지 구체적인 칭찬을 하는 것은 어려웠어도 100가지 부족한 점을 꼬집기는 얼마나 쉬웠던가. 그것은 관계하는 타인을 보는 시각도 그러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지배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성장은 흘러 넘치는 요소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부족한 것이 성장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더 나아지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삶의 구축을 위해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적은 논리 하나를 만들어 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