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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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마음에 드는 세가지 트랜드
트랜드 1. 삶의 질 중시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현대의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가치에 대한 열망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이런 경향은 지속되고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생존의 문제를 떠나서 존재에 대한 목적의식, 초월적 가치, 그리고 정신적 만족감을 모색하는데 더욱 집중할 것이다. 직장인들 또한 일의 의미 그리고 일을 통한 자아 실현 및 행복 추구의 노력을 가열차게 할 것이고, 회사 또한 개인들의 이런 욕구에 부응하여 '일과 삶의 조화'를 이벤트적 사고가 아닌 인문학적 사고에서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다.
트랜드 2. 다양성의 공존
게리 해멀은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다섯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양성을 뽑았다. 하나의 조직은 그것이 사회가 되었건 회사와 같은 특정 조직이 되었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다양성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다양성의 공존은 시각과 사고를 다양하게 하여 조직을 활기차고 창의성 넘치게 만들고 변화를 주도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선입견과 편견과 싸워야 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겨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하여 조직을 파멸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조직과 개인은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환경에서 '조화'라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다양성과 조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진화와 도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드 3. 벼룩의 삶
"평생의 시간을 미리 회사에다 팔아 넘기고 그 대신 평생 고용을 보장 받는 그런 형태의 직장 문화는 앞으로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찰스 핸디가 <코끼리와 벼룩>에서 한 이야기이다.
찰스 핸디는 독립적인 벼룩의 생활에서는 기댈 곳이라고는 자기 밖에 없기 때문에 돈 버는 일을 통해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브랜드화해서 벼룩으로 독립하는 생활의 형태는 앞으로도 더욱 두드러질 것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II. 나의 세가지 풍광
풍광 1. 베스트셀러 "직장인의 영혼"
2015년 가을이 깊어간다. 생금물이 엎질러져 있는 가을의 오후처럼 내 혈관 속이 기쁨으로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느낀다. 나는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멋진 것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작가다운 멋스러움을 위해서 개성 있는 모자도 하나 꺼내어 쓴다. 설렌다. 오늘은 교보문고 주관으로 독자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다. 나의 세 번째 책 "직장인의 영혼"은 기적과 같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책은 나의 고민과 경험이기도 하면서 수 많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마음의 결을 노래한 책이다. 마음과 영혼 속의 결들을 하나씩 들추어 새롭게 정의하고 해석했다.
나는 2011년 새롭게 나의 직업을 모색하면서 기업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업문화의 주체인 직장인들을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판에 박힌 '월급쟁이'에 대한 느낌 뿐이었다. 그때 나는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기에 앞서 지난 삶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싶었고, 그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풍광 2. 자유와 자립이 어우러진 삶
2019년 봄. 오늘은 나의 여덟 번째 책의 원고를 덮는 날이다. 이곳은 레만 호수 근처에 있는 스위스 로잔의 작은 임대가옥이다. 나는 지난 1년간 책을 쓰면서 가족들과 이곳에서 살았다. 아내의 꿈이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살아본 새로운 무대에서의 삶은 우리를 풍요케 했다. 우리는 가끔씩 삶의 한 대목을 떼내어 이렇게 다른 무대에서 살기로 했다. 이런 꿈의 실현은 직장인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서 살았다면 결코 맛보지 못하고 항상 허기진 배고픔처럼 자유는 희미해졌을 것이다.
벼룩의 삶을 지향하면서 산지 9년 정도가 지나갔다. 그간 나는 자유와 자립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라이프 코치로서의 삶, 일과 삶의 조화를 구현하는 기업문화 창조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얽힌 등나무의 고리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때도 있었지만 신은 나의 기도에 문을 열어 주셨다.
풍광 3. 마법의 코치
2017년 여름. 누군가 나의 얼굴의 분장을 돕고 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생경하다. 이곳은 MBC 스튜디오에 마련된 분장실이다. 나는 오늘 '프로의 세계_라이프 코치'라는 주제에 선정된 대상자이자 강사이다. 나는 지난 5년간 라이프코치로서 활동했다. 나는 전문적으로 직장인들을 일과 삶의 조화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살아낸 삶이기도 하였고 가장 많이 고민했고 여러 가지 모색을 통해서 고민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치라는 직업은 작가, 기업문화 창조가와 함께 나의 3대 직업이다. 직장인들의 행복을 위해서 같이 고민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코치라는 직업은 대단히 매력적이며 가치 있는 직업이다. 내가 코치라는 직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직장인의 영혼'이라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들여다 보고 알게 된 나만의 정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III. 하나의 키워드 : 일과 삶의 조화
지난 주 인사관리협회의 모임에 참석했다. 주제는 '다양성 관리 전략'이라는 주제였다. 첫 번째 시간은 한국IBM에서 Diversity Leader로 근무하고 분이 나와서 IBM의 다양성 위원회를 비롯한 몇 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그 분은 강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사내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과 삶의 통합이라는 말을 씁니다. 균형이라는 말은 오히려 일과 삶을 분리하여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생각에서 회사에서는 Integration 통합이라는 말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액면 그대로 생각하면 너무나 이상적인 철학이지만 과연 직장인들도 같은 맥락에서 '통합'을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기업문화의 혁신과 직장 내 근로자의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오후 6시 이후면 은백색 건물에서 놀란 짐승들이 떼를 지어 내닫는 듯이 바깥 공기를 향해서 쏟아져 나온다. 여전히 기업문화는 통제적이고 위압적이다. 나는 행복해야 할 그들을 위로하고 싶고,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기여하고 싶다. 이제 지식기반 경제를 넘어 소위 창조성 기반 경제로 전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일과 삶의 조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