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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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와 맹목을 넘어
직관의 리더 '스티브 잡스'
‘직관의 리더’라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전통적인 리더십의 측면에서 보자면 결코 훌륭한 리더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심한 폭언과 경멸, 조롱을 일삼기도 하였다고 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오늘날의 기업 경영 환경에서 그는 마치 이단아 처럼 보인다. 얼마 전 그가 사망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에 열광하였다. 그저 한편으로는 훌륭하고 한편으로는 괴짜이기도 한 어느 기업가의 죽음으로만 설명하기에는 그 이유가 부족하다. 왜 사람들은 왜 그의 삶에 열광하고 그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그에게는 무엇보다 ‘그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그 이야기에는 도전과 역경을 이겨낸 교훈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혁신과 비전, 소통이라는 테크놀로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들을 담고 있다. 그가 살아온 삶도 그가 선보인 제품들도 자신인 광고문안으로 제시한 "Think Different!"라는 외침의 실천이었다. 그것이 잡스만의 메시지이며 이야기인 셈이다.
2005년 6월12일 그가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장에 연사로 등장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죽음을 화두로 끄집어냈다. 1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직시하면서 길어 올린 내면적 성찰이 담겨있었다. 그는 "외부의 기대,자부심,좌절과 실패 같은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을 남기게 된다"며 각자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 새로운 길을 좇아갈 것을 당부했다. 그 이야기의 한 대목을 들어보자.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합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인생을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새로움’이란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여러분들도 새로운 세대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도그마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여러분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은 당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칸트는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직관은 경험에 해당한다. 요컨대 경험에 바탕을 두지 않은 사유는 내용이 없어 공허하고 지성의 능동적 활동에 따른 개념이 없는 경험은 틀과 형식이 없어 맹목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개인적인 삶은 공허하지 않았고, 맹목적이지 않았다. 사유와 직관은 균형을 이루었고 그의 삶은 'Different'라는 소실점을 향해서 집약된다. 그 집약된 힘이 세상 풍파를 넘게 하고 그만이 만들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는 공허하지 않고 맹목적이지 않은 그의 이야기에 환호한다.
애플이 걸어온 칸트의 길
애플은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배타성'이라는 매우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자식이라 할 만큼 그의 영혼을 닮았다. 애플은 창업자의 정신과 소명을 중심으로 하는 강한 '공동체형 기업'의 전형을 만들었다. 애플은 설립 후 지금까지 자신들의 기업문화적 특성을 잘 유지하며 진화하였고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애플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흥망이 갈릴 뻔한 사건이 있었다. 그 흥망이 갈릴 뻔한 역사의 장면을 기업문화적 관점에서 주목해보자.
때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사는 1976년 설립 이후 애플 I ~II로 부와 성공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1984년 1월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라는 목표로 개발된 매킨토시, 이른바 맥(Mac)이라고 불리는 잡스의 기념비적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매킨토시의 발족은 훌륭했다. 하지만 애플의 환호를 시장은 외면하였고, 잡스의 행운은 날아가 버리기 시작했다. 1985년 잡스는 200만대의 맥이 판매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생산에 돌입하였지만 실제로는 25만대의 판매에 그치고 말았다. 재고는 쌓였고, 돈의 흐름은 막히고 말았다.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애플의 이사회는 잡스를 회사에서 축출하게 된다. 잡스의 축출은 주식시장에서 호재가 될 만큼 당시에는 잡스의 경영스타일이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매킨토시에 발목이 잡힌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축출한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많은 변신과 변화를 시도한다. 애플과 매킨토시를 숭배하는 신도들에 운영되었던 그들만의 공동체 기업문화라는 커튼을 걷어 내고 '신도나 추종자가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경영정책을 전개하게 된다. 경쟁 환경도 변화하였다. 운영 체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점 위협적인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PC산업에서는 인텔과 IBM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에 애플은 디지털 카메라, PDA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부활을 모색해보지만 매출은 줄어들고 수익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애플은 서둘러 IBM이 되려고 하고, AT&T가 되려고 하면서 그들만의 색깔은 퇴색하여 그 빛을 잃어갔다.
애플은 굉장히 강한 공동체성 문화를 보유한 집단이었다. 고객도 그 공동체의 일부였다. 그들의 상징은 '한 입 베어 문 사과'이지만 그 상징 안에는 "Think Different"를 외치는 '나 만의 우리 만의, 애플만의 교리'가 숨어 있었고, 직원들과 고객들은 그 교리의 신봉자였다. 그런데 잡스가 떠난 이후 애플은 생존을 위해서 이런 상징들을 포기한 것이다. 정체성은 흔들리고, 예전과 같은 혁신적인 결과물들은 나오지 않고, 외부의 고객들은 애플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애플'이었지만 '뛰어난 기술 중심의 보통 IT기업'으로 그 모습이 변화한 것이다. 내부의 전사들은 시장의 용병들로 대체되고 'Different'라는 정신은 '수익과 성장'에 그 자리를 내어준다. 애플의 직관은 사라지고, 시장의 보편적인 비즈니스 논리만이 공허하게 그들의 마음을 채우게 된 것이다. 전략이 문화를 배신한 것이다.
그 뒤로 애플은 경영상 우여곡절을 거듭한 후 1997년 '왕의 귀환'을 선택하게 된다. 애플의 정신과 문화는 화려하게 부활하게 되고 기업의 경영전략 역시 애플의 문화코드인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배타성'을 중심으로 정렬되고 된다. 전사들은 전쟁의 선두에 서고, 전의는 상징의 깃발 아래에서 전열을 가다듬게 된다. 그리고는 '아이맥iMac'을 시작으로 아이팟iPod과 아이튠즈iTunes, 그리고 아이폰iPhone까지 애플의 전성기는 다시 시작되게 된다. '애플 스토어'라는 애플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직영점에서 외부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줄을 서서 기꺼이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고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날 즈음으로 돌아가서 잠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잡스는 운 나쁜 포로처럼 자신의 생각에 포획되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이념만을 생각하느라고 시장에 적합한 경영전략을 보고, 듣지 못한 섣부른 선구자의 기치를 올리고 있었다. 85년의 애플은 경영 전략을 무시한 채 칸트가 말한 개념 없는 직관으로 맹목적인 한 길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 생각을 달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지금의 애플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반론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추방당하고 넥스트와 픽사를 거치는 경험을 통하여 '개념 있는 경영자'로 진화하게 된다. 그런 경험과 숙성의 과정이 '왕의 귀환'을 빛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경영의 두 가지 축
화려한 애플의 역사에서 나는 칸트의 경구를 다시 떠올려 본다.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경영에서 기업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경영전략은 공허하고 경영 전략에 부합하지 않은 기업문화는 맹목이다. 그래서 리더는 경영전략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생각하여야 하고 더불어 기업문화를 고려한 경영전략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렇듯 기업문화와 경영전략은 경영의 두 가지 축이다. 기업문화가 기업의 정신이라면 경영전략은 손과 발의 몸짓이 만들어 내는 기업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을 먹어버려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 축의 균형이 경영에서 공허함을 몰아내고, 맹목적인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에 애플 로고를 붙여서 파는 경영전략은 애플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다. 이것은 A형의 혈액형을 가진 환자에게 생명을 살리겠다고 B형의 혈액을 투여하는 것과 같으며, 정신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에게 심장 수술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문화를 고려한 전략, 전략에 부합하는 문화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끝>

나는 오빠의 글을 엄청 열심히 읽어요.
오빠의 글만을 소리내어 읽어보지요..ㅋㅋㅋㅋ
기업 문화란 조직이란... 이런 단어는 정말 나와 어울리지 않으면서
또한 내가 전혀 입고 싶지 않은 옷이기도 해요
하지만 나는 오빠가 꿈꾸는 기업에 때로는 함께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기도 하지요.
맥은 실패하고 전략에 자리를 내어 줬잖아요.
그래서 실패 했어. 더 실패한 거지요.
왕의 귀환을 선택했다는 건, 어쩌면 잡스가 옳았다는 것.
그렇다면 잡스가 본 맥이 옳았다는 것?
잡스가 강의한 열정과 잡스가 나중에 깨달았다는 것 이것은 조금
어색한 대비가 아닌지.
잡스의 인용문구는 열정과 내면의 소리인데
결국 잡스는 자신이 틀렸음을 조금은 인정하고 돌아가는 모습인듯 해요.
뭐... 많이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틀린 것이라 해도.
결국 잡스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그린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자신의 틀림을 인정하고 잡스를 다시 데려온 것인지
나는 좀 모호해요.
오빠... 나는 오빠의 글을 내 글보다 더 읽는다.
그래서 오빠가 싫다. 짜잉나. ㅋㅋㅋㅋ
댓글을 다는 것이 칼럼 한편의 에너지다.
그런데 전혀 모르고 지나갈 법한 그 일을 오빠가 하고 있으니까
나에게도 오빠의 생각이 1%라도 님겠지요?
그리고 그건 나에게도 엄청난 발전임을 알고 있답니다. ^^
오빠 싸랑해요~~~ㅋㅋㅋ

어제 페북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봤어요.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의 차이.. 왜 사람들은 스티브잡스에 열광할 수 밖에 없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 사진을 보고서도 잡스 편을 들게 되는거지. 워즈니악을 쫓아냈다는?? 뭔가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라고 잡스를 대신해서 내가 합리화하고 있는거지..ㅋㅋㅋ.ㅋ.. 이것이 잡스의 힘인듯.. 반대로 빌게이츠는 아무리 저렇게 좋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부를 한 이유가 뭐야? 뭐가 꼼수가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사람에 대한 대중적인 편견의 힘은 참으로 큰듯..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