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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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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5일 22시 40분 등록

<꼭지15.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다>

4개월 계약직 직원인 나에게 2년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편도 티켓만 끊어서 제주도로 내려 간 친구가 자극제가 되었다. 그래서 용감하게 과장님에게 메신저로 물어본다.

과장님~~”

.”

저 휴가 써도 될까요??”

휴가? 뭐 딱히 정해진 날짜는 없지만, 우리 팀장님이 그런 면에서 막히신 분은 아니니까.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정말요???”

일단 지나가는 말로 휴가 써도 되냐고 한번 운을 띄워봐요. 그럼 가타부타 말씀을 해 주실 거에요.”

 

이렇게 과장님의 긍정적인 반응을 듣고 바로 지난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덕분에 마일리지가 꽤 쌓여 있는 항공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보너스 항공권의 예매 가능한 날짜를 확인한다. 당초에 예상했던 날짜는 2주 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3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연말이 다가와서인지 원하는 시간대에 티켓은 이미 매진이다. 그래서 일정을 조정해 토요일 점심 때에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월요일 저녁 늦은 시간에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일정으로 예약을 한다. 공항 이용료와 유류할증비를 포함한 3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결제하고, 아주 뿌듯하다. 친구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의 하루 숙박료는 1만원대이다. 그러니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맛있는 것도 안 사먹고, 그저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고 자며 주변만 버스로 돌아다니거나 걸어 다니면 23일간의 제주 여행은 10만원 정도로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을 거라 예상된다. , 비행기표도 예약했으니,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월요일 휴가의 허락을 팀장님으로부터 득하는 것만 남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예약을 하고, 집에 가서 월급이 나오고 일주일 후인 여행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즐거운 저녁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회사로 출근하면서 팀장님에게 언제 슬쩍 물어볼지 고민을 한다. 자리도 떨어져 있어서 팀장님이랑 부딪힐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출근해서 오전 시간은 이런저런 고민과 요기조기 눈치만 보다가 어느 새 점심시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점심을 먹고, 책도 조금 본 이후에 다시 근무시간이 된다. 팀장님께 이야기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중에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홈페이지에서 확인 하세요

 

, 잠시 잊고 있었다. 4개월 계약직으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지금 회사. 기왕 일 할거면 월급이라도 많이 받으면서 일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얼마 전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을 했다. 합격자 발표가 오늘 난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 해,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입력 버튼을 누른다.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아쉽게도 남은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국ㅇㅇㅇㅇ공사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하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귀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이런 화면을 보는 순간에 드는 허탈한 마음을 도대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감사하긴 개뿔.’ 도대체 나 같은 인재를 알아보는 눈도 없으면서, 그래 니네가 얼마나 잘 되나 보자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도대체, 내가 왜? 어디가 모자라서?? 왜 떨어뜨린거야??”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메신저에 접속 해 있는 과장님에게 이 소식을 알린다.

과장님~~~~ 저 이번 신입사원 공채 불합격했어요.ㅜㅜ..”

, 벌써 발표 났어요?? 이런.. 아쉽네. 미나씨는 어딜 가나 잘 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 넘 상심하지마. 우리회사보다 괜찮은데 훨씬 많아. 미나씨 데려가는 데는 정말 복받는거라고.”

그죠? 고마워요 과장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위로가 되네요.. 근데 왜 떨어진걸까요? 영어 점수가 문제인가?? 사실, 영어 점수가 좀 많이 낮긴 해요.”

영어 점수가 좀 중요하긴 하지. 그거 다 죽은 영어인데 말이야.”

 

얼마 전, 차장님, 과장님과 식사를 하면서 회사의 영어점수 커트라인을 들었는데, 토익 990점 만점에 900점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보다 한참 못 미치는 점수지만, 지금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니, ‘서류는 합격시켜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원서를 냈던 것이다.

 

…….. 갑자기 나 지금 제주도 여행 갈 때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번뜻 머리를 스치고, 내 손은 어느 새 인터넷 창을 켜, 토익시험일정을 검색하고 있었다. 어라? 이건 또 무슨 신의 장난인가. 예약해 둔 제주도 여행 23일 중에 중간 날인 18일이 토익 시험날이다. 일단 집 앞에 있는 중학교에서 시험을 보겠다고 접수를 했다. 그리고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으니, 여행에 대한 일정은 다시 고민 해 보기로 했다.

 

이틀간 고민 끝에 괜찮은 방법을 찾아냈다. 토익 시험 장소를 제주도에 있는 학교로 변경하는 것이다!!! ‘, 난 역시 잔머리의 천재다!!!’라고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월급날이 다가오고, 월급이 들어옴과 동시에 빠져나가야 할 돈이 싹 빠져나가고, 텅빈 계좌를 보며 여행은 기약 없이 미루기로 했다.

 

내년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태리에 다시 가리라. 마음을 먹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게 다가 올 기회나 또 다른 상황에 대비해 현실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나는 그토록 원하던 제주 여행을 포기하고, 토익 시험을 치러 간다. 하지만 가면서도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하나.

, 지금 제대로 선택한 거 맞는 걸까??’

 

<꼭지16.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분별하는 한 가지 방식>

6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 때도, 6년이란 시간이 흘러 지금 다시 구직을 할 때에도 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회사에 제출한다. 그리고 회사는 나의 이력서에 있는 나이, 학벌, 경력, 자라온 환경, 학교에서의 활동, 장단점 등을 판단해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나눈다. 사람도 바뀌고, 사람들이 배우는 것들도 각기 다르고, 사람의 캐릭터, 살아온 생활 방식, 가정환경, 각자의 강점 등 어느 누구 하나 같은 사람이 없다. 회사들을 봐도 그렇다. 각기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하고, 회사의 문화도 다르다. 그런데, 모든 회사가 사람을 뽑는 방식은 동일하다. 물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상에 입력해야 하는 항목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취업하기 힘든 상황에서, 매년 대학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 사회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수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다행히 그들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선택이 되고, 또 다른 일부는 잉여 인력으로 계속해서 쌓여만 간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취업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좁아진다. 그리고 졸업한 시점과 입사원서를 내는 시점의 간격이 멀어질수록 그들의 경쟁력 또한 점차 줄어든다.

입사원서를 내고, 불합격 통지를 받는 횟수가 점점 늘어갈수록 짜증이 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리고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왜 사람을 이런 식으로 밖에 뽑지 못하는 것일까?’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좋은 학교 성적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남들보다 더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내가 입사할 회사에 내 주변이들로부터 받은 나에 대한 객관적 평가서를 제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그들과의 커뮤니티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면? 이라고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사람을 뽑을까?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하는 업무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고 가정을 해 보자.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수출 및 수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이 자금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회사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보증서를 발급해 준 회사들이 이자나 원금의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은행으로부터 사고접수를 받고, 채무자와 연대보증인의 재산을 조사하고, 회사들 대신에 돈을 갚아줘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은행에 대신 돈을 갚아준다. 그리고 갚아 준 돈에 대해 구상권 행사를 하는 부서이다. 그 중에서 내가 하는 일은 돈을 빌려간 회사와 보증인들의 재산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업무 능력은 과거 청약서류들을 꼼꼼하게 살펴 보고, 재산을 하나라도 더 찾아낼 수 있는 꼼꼼함이 기본이다. 그리고 서류의 양이 아무리 많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 앉아서 우직하게 볼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로 한다. 이런 업무능력을 잘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1차 서류 면접에서는 두 가지를 받는다. <강점혁명>이란 책의 설문을 통해 그 사람의 강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외 개인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만 받는다.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나이나 학벌, 학점 등은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서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커뮤니티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가는 중요하다. 그래서 1년 이상 함께 했던 커뮤니티 2곳에서 각각 세 명씩의 평가서를 받아온다. 평가서는 이 사람이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좋았는지, 어떤 역할을 맡겼을 때 잘 해냈는지,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서류에서 이 업무에 적합한 사람들을 뽑는다. 그리고 면접에서는 실제 업무를 시켜 보는 것이다. 물론 시간은 조금 많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상상력의 빈곤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뽑으면, 업무와 별 상관없는 각종 개인정보들을 보고 일단 사람을 거른 후에, 업무를 시켜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업무능력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왜 기업들은 이런 생각을 해내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나처럼 각 업무에 특화된 사람을 뽑을 궁리를 해서 그 업무에 최적화된 사람을 뽑는 다양한 방식을 취하는 회사들이 많아진다면, 내가 일할 수 회사가 참 많을텐데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이런 생각이 현실화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이런 회사를 내가 만드는 거겠지?! 토익 공부나 더 해야겠다.

 

<꼭지17. 내가 책을 쓰고 싶은 이유>

(사실, 이 글은 꼭지라기 보다는.. 이번 오프 과제를 하면서, 한 번쯤은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생각이 나는대로 써내려간 글입니다. 향후에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드면, 냉수를 한잔 쭈욱 들이킨다. 10분쯤 지나면 배가 슬슬 아파온다. 콕콕 찔러대는 배를 부여 잡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이렇게 나는 지구상 어딘가에 매일 나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어디로 흘러 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매일 아침 남기는 그것은 사람마다 누구의 것인지 분별하기가 힘들고, 그것들이 섞이고 엉켜서 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서, 결과적으로 어느 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맹점이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그것으로 나만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간혹, 나만의 것임을 알 수 있는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부어라마셔라 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계단에서 토악질을 한 다음 날 아침 굳이 확인을 해 볼 수는 있다. ‘아 저것이 어제 나의 흔적이지라고 말이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시간이 지나, 비와 바람, 눈 등의 자연적인 현상들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자연스레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것보다는 조금 더 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일기도 있을 수 있겠다. 요즘은 매일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중학생 때 당시의 베스트 프렌드인 친구와 교환일기라는 것도 썼다. 그리고 몇 년이 더 지나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미국에 가서 하는 일마다 되지도 않고, 힘들어서 거의 매일 울면서 쓴 일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껏 써온, 그리고 앞으로 쓸 일기들이 과연 안네의 일기난중일기처럼 내가 세상을 뜨고 난 후에 다른 누군가가 나의 일기를 길이길이 남겨줄지는 미지수이다. 안네 프랑크나 이순신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처해 있고, 그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블로그, 싸이월드, 각종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흔적과 역사를 아주 손쉽게 남길 수 있는 축복받은 환경이다. 물론 죽기 전 나의 일기를 책으로 만들어 주시오라고 유서를 쓰고, 그것을 충분히 실행해 줄 수 있는 누군가 역시 살아있다면 내가 쓰는 일기가 책으로 남겨지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 이것이 내가 책을 쓰고 싶은 1차원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나는 이순신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업적을 이룬 위인이 아니다. 내 인생은 평범하기 그지 없다. 대한민국이란 땅에서 태어났고,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을 12년간 받았다. 그리고 그 교육의 끝에서 고졸이란 딱지를 붙이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가방끈을 좀 더 늘려서 대학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일 것인가의 기로에서 나는 많은 이들이 선택한 대학을 선택했다. 그 대학이란 딱지도 누구나 알법한 그런 이름있는 대학도 아니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학교에 대문짝만하게 이름이 걸릴만한 업적을 남긴 적도 없다. 졸업을 하고 남들처럼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다가 운이 좋다기보다, 사회를 잘 몰랐고, 어디든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감사했던 그 때 누구든 일할 수 있었던 보험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5년간 일을 하면서도, 내세울만한 업적 따위는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일찍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일찍 시작했지만, 20대에 연봉 1억을 버는 등의 눈에 띄는성과를 이루어야 사람들은 기억을 해 준다. 그러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던 회사에서는 짤리게 된다. 그때부터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된다. 다행히 주변에 나를 좋게 평가해 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벤처기업에서도 일 해봤지만, 벤처가 나날이 번창해서 어린 나이에 이사나, 사장 따위의 직급을 경험해 본 것도 아니다. 회사는 망했고, 월급은 다 받지도 못한 채 회사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부푼 꿈을 안고 3년 전에 사업을 시작한 직원 세명인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3개월 정도 일을 하다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서 결국 나오고 만다. 20대 후반. 내일 모레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세상이 알아줄만한 성과를 이룬 적이 없다. 88만원 세대,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의 표본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20대의 젊음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생활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흔히 세상이 이야기하는 미칠 수 있는 무언가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미치고 싶은 무언가도 없다. 음악, 사진, 화장품, 명품 가방, , 등등 주변을 둘러보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하나를 찾아서 미치고, 파고드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매니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블로그로 미친 사람들은 파워 블로거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서 더해지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미칠 수 있는 하나를 찾은 또래의 친구들을 보면 참 부럽다. 음악은 그냥 닥치는 대로 듣는다. 미술관에 간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살면서 듣는 난감한 질문 중에 하나가 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이다. 그래도 요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 찾았다. ‘독서이다. 요즘은 책을 읽는 것이 참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퇴근 후에 카페에 앉아 책을 보는 시간이 좋아졌다. 하지만 책에 있어서도 깊이가 있다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본적은 없다. 책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지 읽은 책이라곤 교과서가 전부였고, 가끔 읽는 만화책과 하이틴 소설이 전부였다. 대학에 와서는 여성운동을 하면서 여성주의 관련책들을 조금 읽었다. 그리고 과제를 하기 위해 읽는 책과 전공서적들이 있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나는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자기계발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 관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그와 관련된 책을 읽었고, ‘게으른 나 자신을 견디기 힘들 때는, 게으른 나를 채찍질할 수 있는 책을 사서 읽었다. 자기계발 서적들을 읽고,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사서 따라 하려고 했으나, 그들의 삶과 내 삶은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따라 한다고 해서 그들처럼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하면서, 자기계발서적 읽기를 중단했다.

 

살면서 한번쯤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 있는 연구원 프로그램을 하기로 결심했다. 매주 책을 한 권씩 읽고, 리뷰를 쓰고, 칼럼을 쓴다는 것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난 1년간, 28년동안 읽었던 책의 몇 배에 달하는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내 삶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눈 앞이 캄캄하기만 한 지난 1년간의 시간동안 책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쓸모없는 인간으로 생각하게 되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괴로워 할 시간들을 책을 읽고 매주 숙제를 하는 시간에 쓰게 되면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년의 시간이 내게 남긴 결론은, ‘인생, 한치앞도 모르는데, 길게 생각하지 말자이다. ‘무엇을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떻게살고 싶다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 있겠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일까?

자유롭게 살고 싶다그래서 나는 이태리로 가기로 했다. 그냥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다. 그렇다면 내가 어디를 가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작가? 작가란 직업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있다. 그 중에서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작가들은 손에 꼽힌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내가 쓸 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나만이 쓸 수 있는 책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상상력은 바닥, 말에서도, 글에서도 위트 있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능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내 삶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쓸 수는 있을 것 같다. 내 삶을 글로 쓰고, 내 이름을 남겨보겠다고 마음을 먹자, 내 일상의 많은 시간들-다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내 머리 속에는 내 삶의 찰나에서 남기고 싶은 순간들, 그 순간들을 드러내는 단어들이 머리 속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 속에 둥둥 떠나니는 단어들, 키워드들을 건져 올려 메모를 한다. 일주일에 몇 시간은 그 메모들을 붙잡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그 순간들을 기억에서 끄집어 내고 글로 토해낸다.

이 글들이 책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물론 많이 다듬어져야 하고, 많은 부분들은 삭제되고, 또 더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글들을 하나로 엮어줄 무언가도 있어야 한다.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지금 이 순간,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 또래의 친구들. 20대를 보내고 있고, 30대를 살아가면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를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이들은 어쩌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중에는 특별히 미쳐 있는 것도, 미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 전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영혼들이 될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이렇게 하니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았다고 얘기해줄 수도 없고, ‘하나에 미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라는 메시지도 줄 수 없다. 나는 그저 당신들과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살고 있으며, 내 삶의 모습이 이렇다고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들은 내 글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나랑 비슷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또 있네?’라고 말이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이가 존재하고 있음에 대한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동질감을 느낄 수 도 있다. 이런 안도감과 동질감이 그들이 살고 있는 삶에 필연적으로 생길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저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인정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도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명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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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1:10:20 *.163.164.179

내가 저자라면....

 

<꼭지 15.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다> 에서

월급이 들어옴과 동시에 돈이 빠져나가고 여행은 기약없이 미루기로 했다...라는 그 대목을 단지 3줄로만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현실은 충돌하여 일정기간 내 마음 속에서 여러가지 얼굴들을 하고 싸웠을 것이고,

그 싸움의 결과 여행을 미루기로 했을터인데... 그 사이에 Fact를 넘어서 청춘이 느끼는 감정의 흐름에

집중하고 집중해서....써보고 싶다.

 

 

내가 저자라면 꼭지의 수를 조금 줄이더라도 하나의 꼭지에서 청춘의 깊은 골과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

미처 다른 청춘들이 느끼는 못하는 생각의 깊이를 보여주어도 좋고,

그저 그런 '지난 청춘'들이 알지 못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어도 좋고,

 

암튼, 지금의 글은 재미있고 흥미로운데 느낌은 없어.

붕어빵을 먹으면서 이 오래비가 '붕어'를 내어놓으라고 하고 있는 것이니?

 

수고했어. 미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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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16:44:43 *.32.193.170

오라버니. 이 댓글을 보고. 감정의 흐름을 내가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ㅜㅜ....

사실, 나는 느낌보다 사실의 나열을 표현하는게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흐름도 표현할 수 있으려면 어찌해야하려나.....

암튼.. 조언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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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3:48:41 *.138.53.71

'내가 책을 쓰고 싶은 이유' 에 대한 너의 글이 해답이라는 생각이 드네.

더 깊게 들여다 보고, 동질감을 통한 안도감을 넘어서

너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도전과 사색을 해보는 거지.

네가 좋아하는 어떤 것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미나는 잘하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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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16:48:28 *.32.193.170

ㅋㅋㅋ 오라버니 프로필 사진에서 개구장이 민호가 보여.. 잘하고 있는걸까?

 

나의 깊이를, 나의 느낌을 온전하게 전달하고 있지 못하는데.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색과 도전이라...

 

한번 생각 해 볼게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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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5:51:14 *.194.110.155

매번 너의 글 양에 놀란다.

근데 미나야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 무엇을 찾는 과정에 대해서도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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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16:50:22 *.32.193.170

ㅋㅋㅋ.. 언니... 어떻게 살고 싶은 명확하게 알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언니 질문에 내가 그동안 아주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음...

 

그렇지.. 무엇을 하느냐와, 어떻게 사느냐는 순서도, 인과관계도 바뀔 수 있지... 바보같군.;;;

 

한번 시도 해 볼게. 조금 더 에너지를 찾은 후에..;;(사실 시급하게 시도해야 할 일 같긴한데.;;; 아으..)

 

고마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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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8:05:58 *.136.129.27

나는 중간에

이런 회사를 내가 만드는 거겠지?! 토익공부나 더 해야겠다.

요기 마음에 든다.

공상에 젖을 때가 있잖니. 현실이 팍팍해지면 발을 둥둥 띄워서 공중에 뜨는 거지.

그리고는 어느 순간 현실에 돌아오는 거야.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리 뜨다가 내려오지

그리고 할일이나 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이 유쾌하고 명쾌한 한 줄이다.

너의 글을 읽고 있자면 순서가 뒤섞인 글을 읽는 느낌이야.

꼭지가 세개쯤 나오는데 순서가 없는 느낌. 그래서 읽을때 재미있는데

연결고리가 잘 안보여. 이거 당연한거냐?

이것이 의도한바라고 하면 할 말이 없소......ㅋㅋㅋㅋㅋ

너의 느낌이 중간 중간 잘 살아 있다. 네가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어.

그 부분들이 더 살아난다면 좋겠다.

진짜 대중없는 소리한다. 그지? 이런 추상적인 댓글이라니...쩝....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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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16:54:27 *.32.193.170

순서가 뒤섞인 느낌..ㅋㅋㅋ.. 절대 의도하진 않았어..

 

하지만, 같은  내용이 저기에도, 여기에도 조금씩 걸쳐지기도 하니까,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당..

 

읽어서 재미있다니 정말 다행인데... 진심 재미있어?? 사실.. 난 잘 모르겠어.ㅜ

욕심이라면, 더 재미있고, 위트있게 쓰고 싶다..ㅜㅜ..

 

느낌이 일단 느껴진다는것은 정말 다행인데, 어떤 식으로 살아나면 좋을까?? 아... 감이 안 잡힌다.ㅜㅜ..

 

아냐. 전혀 추상적이지 않았음.. 매우 명쾌하고 정확한 댓글..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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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19:58:09 *.143.156.74

미나는 아직도 더 토해내야 할것 같아.

신영복 선생님이 그러셨잖아 어려울 때는 겨울 나무처럼 모든 가식을 떨구고 알몸으로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미나도 그렇게 자신을 파고 파다보면 미나의 알맹이가 보일것 같아.

 

미나야, 이번에도 새로운 문이 열렸지?

그래서 미나가 그 문으로 걸어들어가기로 결정했지?

그 문이 너를 향해 열린 문인지는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운명이시여, 미나에게 길을 열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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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 16:58:39 *.32.193.170

재경언니, 오늘 불현듯, 내 얘기가 계속 하나로 깔때기처럼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훈오빠, 루미언니, 재경언니의 댓글을 종합해 보니... 나는 나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들, 자취, 행적 등은 여과없이 잘 드러낼 수 있는데, 그것들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에 대해서.. 뭐랄까. 둔감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잘 캐치를 못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언니 말처럼 알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힘든 것일수도 있고.

 

그러고보니, 내 감정들을 언어화하려고 시도 해 본적이 별로 없는듯.. 한번, 찾아볼게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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