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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5일 19시 53분 등록

오래전 유오성씨가 출연한 ‘주유소 습격사건’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내용 중 그가 일대 다수의 사람들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당연한 결과지만 힘에 부쳐 몰매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그가 했던 유명한 대사가 있다.

“난 딱 한 놈만 팬다.“

이런 한 놈만 팬다 혹은 한 우물을 판다는 장인 정신과 집념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성공 요인의 중요한 키팩터(key factor)로 여겨지고 있는데, 덕분에 이런 결과를 파생 시키는 분들을 만날 때면 우리는 뭉클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가 LPGA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순간을. 당시 어려운 경제 등 힘겨운 시기에 그녀가 보여준 승리의 전령으로 인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후 이제는 ‘세리 키즈’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낭자군들이 뒤를 이어 한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데, 이 같은 성공요인을 AP통신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올인(all in) 문화'에서 그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오직 골프 한 가지에만 매달리고 성공에 대한 강렬한 목표의식을 지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바친 결과라는 것이다.

 

늦잠 자기로 유명한 아가씨가 있었다. 어느덧 한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못내 마음을 졸이며 당부의 말을 하였다.

“나는 네기 시방 걱정이다. 그 집안에 들어가면 시부모를 모시고 살 건데 새벽에 일어나서 어떻게 밥을 할 것이며, 신랑 출근 채비는 제대로 챙겨 줄 것인지 눈앞이 캄캄하다. 내가 날마다 깨워주렴.”

“아따 걱정 붙들어 매쇼. 나가 한다면 하요.“

하지만 그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처녀시절처럼 늦게 일어나는 통에 구박을 받고 살던 중 아이가 들어서고 얼마 후 출산을 하게 되었다. 원래 잠이 많았던 그녀였기에 더욱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하지만 그런 그녀도 새벽이건 밤이건 아이의 뒤척이는 소리만 들어도 벌떡 벌떡 일어나 모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간다. 이를 본 친정아버지 왈.

“참 신기하네. 출산하면 귀가 밝아지는가. 어째 그리도 잘 일어나는가. 허허.”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지.

자식 잘되기를 바라면서 새벽녘 일어나 정한수 하나 떠놓고 날마다 자식들을 위해 그녀가 기도 하였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지.

태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포기 하였다는 어느 산모의 모정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지.

자식들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아들 같은 소를 몇 마리나 팔아가며 등록금을 대어 주었던 부모님들의 눈물을.

 

어린 시절 아이는 무던히도 몸이 약하였다.

내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흉부외과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다녔다. 시장에서 장사 하시는 어머니는 그럴 때면 열일 제쳐두고 아이를 받쳐 업고 병원을 다녔다. 자신의 업보인양.

중학교 3년. 연합고사라는 목표를 두고 아이는 시험을 쳤다. 하지만 남들 다붙는다는 그 시험을 아이는 아주 가볍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그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2차 고등학교를 찾아가 다시 시험을 치르게 했다.

명절. 떡국을 먹고 있는데 그날 결과에 대한 발표가 나왔다. 다시 낙방 이었다.

아이는 얼굴을 들지 못하였고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었다.

어머니는 다시 아이를 대동하고 3차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어떡하던지 재수는 피해야 했기에.

퀭한 운동장과 을씨년스러운 건물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도 껄렁하게 보이는 학생들만이 비틀거리는 모자를 반기었다.

원서접수를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는 무거운 신음소리가 흘렀고 차장 밖의 전경은 흘러갔다.

하소연할 데 없는 그녀의 시린 가슴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얼려진 눈물로 목은 메어갔다.

 

대학교를 가기위한 예비고사 시험일.

아이는 두려웠다. 또다시 불합격에 대한 공포가 몰아쳐왔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어떡해야 하나.

다시 2차 대학교의 원서를 사들고 찾아간 그날. 다행히 전화가 걸려왔다.

후보로 붙었으니 금일 중으로 등록금을 낼 돈이 있으면 등록을 하라는.

하지만 집안에 목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자존심 강한 그녀는 가까운 친척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애가 대학교 등록을 하여야 하는데 돈좀 빌려줄 수 없을까.”

어렵게 돈을 받아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아이는 뒤늦게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 어머니에 대한 방황이 시작 되었다.

몸이 약한 것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 사람 관계가 힘든 것이 모두 그의 어머니 탓으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모진 말을 하였다. 엄마가 싫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혼자서 상처를 끌어안아야 했다.

 

아이에게는 형이 있었다. 장남인터라 그녀에게 모든 일 순위는 그가 되었다.

대학교 졸업까지 시켜 주었건만 마땅히 가야할 일자리가 없었기에 돈을 융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해 줬다.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옷가게였다.

하지만 그는 사업에 관심이 없었다. 판매를 위해 전시해 놓은 옷을 차려입고 밤마다 어디론가 향했다.

매장에는 고도리 판이 상시로 벌어졌고 당구장이며 볼링장엘 출근 도장을 찍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이가 애가 탔다.

타일러도 보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얼마 후 사업이 망했다.

장남이 집에서 먹고 노는 것을 볼 수만은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다시 어머니는 돈을 마련해 그가 원하는 또 다른 가게를 차려 주었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사업은 다시 뒷전. 조금이라도 버는 돈을 본인의 유흥비로 탕진 하였다.

불을 보듯 뻔한 사업은 다시 접게 되었다.

그런 그에 대해서 동생뿐만이 아닌 이웃 사람들도 손가락질을 하였으나 그때마다 그녀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애가 좀 물러 터져서 그렇지 본성은 착한 애예요.”

착한 애라? 그 하나의 믿음으로 어느덧 그를 오십이 훌쩍 넘게 하였고 그녀를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로 만들었다.

변변한 직장 하나 없는 어른의 모양새로 성장 하였으나 그럼에도 아직도 그녀에게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이와 형은 기억을 할까.

자신들을 위해 항시 믿고 있는 신이란 존재에 매달려 그녀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가진 것을 다주고 그럼에도 무언가의 줄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자식에 자신의 젖을 안긴다는 것을.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그녀는 아직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다.

그것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불쌍함인지 어미된 도리인지는 모르겠으나 험한 세상 함께 길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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