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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2일 23시 36분 등록

시간에 대한 집착

 

 

"아침에 직장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휴가는 제일 적게 쓰고 병가는 절대로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성공하는 요령은 이렇게 아주 간단합니다"

요즘 시대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인 2,450만 명 직장인들에게 지탄을 받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그것을 부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우리는 그것을 '성실'이라는 덕목으로 포장까지 하고서 은근히 후배들에게 강권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에서 시간에 대한 집착은 너무나 자연스러울 정도로 만연해 있어서 우리 스스로도 이것이 잘된 현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눈치채지 못한다.

 

정해진 출근 시간에 모두가 정해진 자신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오래된 직장 문화의 전통이다. 일을 하는 시간에 대한 이런 불문율은 말단 사무직 직원으로부터 회사 중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의 의식구조에 자리잡고 있다. 판매실적으로 업무성과를 따지는 영업사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업무성과와 사무실을 지키는 시간이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평가를 받는다. 성과는 능력이고, 시간은 성실이다. 따라서 업무를 수행하여 성과를 내더라도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이 직장에서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토요일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일 처리를 할 때는 자신이 한 일을 시간으로 측정하지 않는다. 가령 빨랫감을 보면서 "세탁하는 데 시간을 충분히 들여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일을 끝냈는지 안 끝냈는지가 중요하지.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는가 하는 것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일을 빨리 끝내면 나머지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유독 직장에서는 업무를 신속히 완수하더라도 업무 시간은 꼭 채우도록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근무시간을 꽉꽉 채워야 업무를 끝내는 것이라는 의식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슨 이유 때문에 시간에 연연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건 산업화 시대의 잔재인지도 모른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의 조립 공정에 직원이 투입되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업무가 완수될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업무에 시간을 투입하지 않으면 업무 성과가 없는 게 당연했다. 더불어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것은 1938년 미국 공정 근로 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어린이의 노동력 동원이 금지되고 최저 임금제가 정착되었다. 이 법의 근본 취지는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했던 당시 사회에서 근로의 표준화 및 공정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 40시간 근무제는 어느덧 업무능력과 생산성 및 능률에 대한 산업계 표준으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보화와 서비스 산업 중심의 현 경제체제에서 시간을 업무성과 측정을 위한 척도로 사용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주 40시간 근무제란 과연 무슨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우리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행동이나 개별적인 업무단위는 사실 시간적인 측면보다는 의사소통이나 문제 해결 측면과 더 관계가 있다. 오늘날에는 손으로 하는 일보다 두뇌를 활용하는 일이 더 많은데 이러한 두뇌를 활용한 업무가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생산성에 대한 개념에서 '시간'에 대한 집착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식과 관련한 업무는 유동성, 집중력,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업무와 관련한 아이디어는 꼭 업무시간에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떠오르기 마련이므로 유동성이 필요하다. 집중력을 위해서는 시간에만 연연하기 보다는 적절한 휴식과 업무에 대한 몰입이 중요하다. 창의성 역시 시간과는 무관하게 발현된다. 오늘날 우리가 일하는 근무환경에서는 시간으로 능률을 측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존의 낡은 관념으로 근무에 임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직장인들은 기존의 관념과 새로운 환경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점점 피로에 지치고 분노와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시간에 대한 잘못된 고집으로 초래될 결과 중에서 눈에 띄는 것 하나를 지적하자면 일의 질과는 무관한 '자리 지키기' 현상을 들 수 있다.

 

 만약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면 굳이 시간을 억지로 채우는 고통을 줄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성과를 내고 있다면 이런 결과를 내는데 40시간이 걸리건 40초가 걸리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직장에서 어영부영 일하면서 시간만 때우고 시계를 보며 퇴근 시간만 기다린다면 과연 우리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까. 모든 직장인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자리 지키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직원들이 게을러서도 아니고 일을 등한시 해서도 아니며 업무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어서도 아니다. 자리 지키기 현상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주변에 만연한 진짜 이유는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잘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스템의 잘못이지 직원들의 잘못이 아니다. 시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우리의 행동양식을 왜곡시킨다. 우리는 업무를 해야 하는 부담 이외에도 업무를 하되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또 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업무가 시간에 딱 맞추어 끝나도록 갖은 재주를 부려야 하는 게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시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직장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집안 문제로 볼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몸이 아프다며 병가를 낸다. 혹은 지금 당장하고 있는 업무가 성과를 못 내고 있을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부러 야근을 하기도 한다.

 

시간에 대한 잘못된 집착은 우리의 열정을 분산시키고 자꾸 일을 떠나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그 집중력으로 생긴 아이디어를 기업의 엔진으로 삼고 싶다면 잘못된 집착 하나를 버려야 한다. 그것은 일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재 정립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오래된 전통 '9 to 6' 과연 그것이 지금 우리 조직에 어떤 힘을 실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IP *.195.128.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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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00:12:05 *.138.53.71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재 정립할까요?

절대적 시간으로 관리하지 말고 성과를 관리하면 될까요?

그렇다고 결과중심의 평가가 무조건 좋은 건지는 의문입니다.

보험영업은 사무실에서 시간을 때우지 않아도 결과가 좋으면 된다고 하던데...

 

책 전체의 탄탄한 흐름을 위해서 개인적인 의문을 얘기해봤습니다. ^^

형! 설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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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08:15 *.163.164.176

경수야! 원래 의도는 '열정'의 꼭지로 자율을 풀어내면서

위의 글의 느낌을 담고...결론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는데

 

앞과 뒤는 쓰지못하고

몸통만 덩그러니 올려 놓은 꼴이 되었어.

 

이번 주에 <자율과 시간에 대한 집착>이라는 주제로

다시 문제를 생각하고, 대안을 써볼까 생각중이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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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7:44:53 *.201.21.69

ㅎㅎㅎ 오빠 첫 줄 읽고서 넘 웃었다는 

난 완전 비조직적 인간인가봐 ㅎㅎㅎ

근데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줄을 읽으니 

잘못된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인간쪽인듯해서 다행이다 싶었다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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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10:23 *.163.164.176

음-- 사샤!! 복 많이 받어~~ 뜻 하는 바! 꼭 이루고!!

사샤가 비조직적이라기 보다는 조직이 너무나 비인간적이지.

사샤같은 원초적 인간형이 그래서 힘들고...

 

네가 만들어 보고 싶은 조직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응원하고 또 응원하고

나중에 나좀 뽑아서 써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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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17:35:24 *.140.216.250

오오오.. 완전 공감됨!!!

 

나는 요즘 매일 출근해서. 이 생각을 한다지요.

'내가 할 일을 끝내놓고, 일직 퇴근하면 안될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근무시간에 딴짓 안하고 전부 일을 하는데 써야 하고, 나머지 4일은 절반 정도만 일을 하는데, 이틀에 하루만 출근하면 안될까?'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지요.. 이런 회사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ㅋㅋㅋ... (아.. 상상만 해도 즐겁다.. ㅎ)

 

근데, 양갱오라버니, 보험영업은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무언가를 해야만 실적이 나온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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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25:31 *.163.164.177

직장인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지...

시간에 대한 부자유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자율이라는 꼭지를 풀어내가기 어렵구나

헌데...시간적 자율을 풀어내는 대안을 머리 속에서 글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구나

 

미나의 마음과 같은 바램들을 어떻게 하면 성과와 연결지으면서

자율과도 이어줄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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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43:42 *.138.53.71

그러니까 결과 중심의 평가가 직원을 더 얽어 매는 역할을 하는게 아니냐는 거지.

보험영업 운영 시스템이 일하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성과만 내면 된다는 거니까.

더 냉혹한 관리자 중심의 시스템이 아닌가하는 의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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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20:09:12 *.143.156.74

그래 그래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

파레토-파킨슨 법칙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결국 짧은 시간에 집중해 자신의 일을 하게 마련이지.

80%의 일을 20%의 시간에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느냐에 따라 일의 소요시간이 걸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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