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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01시 07분 등록

부제 : 반복되는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방법

 

매일 하루가 반복되고, 매 주가 반복된다. 매년 어김없이 설날이 오고 한 해가 또 시작된다. 이런 만들어진 시간을 살면서 우린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산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의 매일 아침 출근길은 우울해 보인다. 비슷한 옷차림에 시계를 보면서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대표적인 현대인의 이미지다. 그래서 자우림이란 그룹은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우.울.해. 난 하품이나 해" 라고 노래했고,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똑같은 중절모에 레인코트를 입은 사람들을 떼로 그려놓았다. 삶은 무의미하고 그 속에서 인간은 절망에 빠진다. 도대체 왜 사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일상의 무의미와 절망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

 

1995년 웨인 왕이 감독을 한 영화 <스모크>는 그 방법을 인상적인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는 '담배연기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붙잡을 수 없는 연기의 무게가 얼마나 되냐니, 무슨 얘기일까? 이런 호기심과 함께 이 영화가 나를 사로잡은 더 큰 이유는 바로 '사진'이었다. 연기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한 순간을 영원히 포착하는 특성을 가진 '사진'이 영화의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 부분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주인공이자 극중 소설가인 폴 벤자민은 담배의 무게에서 담뱃재의 무게를 빼면 그것이 연기의 무게일 꺼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담배 가게 주인 오기 렌은 매일 반복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사진에 담아내는 일을 취미로 삼는 인물이다. 오전 8시 브룩클린 거리. 그는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무려 12년간 같은 프레임 속에 담아냈다.

오기는 말한다. "4000장이나 같은 장소에서 아침 8시에 찍은 거죠. 그래서 제가 한 번도 휴가를 못 간 겁니다."

폴이 대답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그저 계산대에서 동전만 받는 그런 사람은 아니군요!, 이 같은 프로젝트를 어쩌다가 생각하게 되었죠?"

"... 그저 이 세상의 미미한 구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곳 못지않게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는 곳이란 뜻입니다. 그것은 나에게 속한 미미한 장소에 관한 기록이죠."

"정말 대단하군요" 그가 빠른 속도로 앨범을 넘겨대자 오기가 부드럽게 그를 멈춘다.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겁니다."

'다 똑같은 사진이잖아'라고 퉁명스럽게 혼잣말을 하는 폴에게 그는 그 차이를 설명한다.

"모두 같은 사진입니다만 각 사진은 다른 어떤 사진과도 다른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폴은 사진을 조금 느리게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폴은 사진 속에서 총기사고로 죽은 자신의 부인을 발견한다. 그 순간 폴의 느낌이 어땠을까?

"정말 앨랜이야!" 폴은 눈물을 삼키면서 목이 메어 말한다. "보세요. 내 사랑하는 아내 좀 보세요."

벤자민 폴은 사진을 통해 과거의 아내를 만났고, 그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내면의 슬픔을 통곡으로 토해냈다. 오기는 새로운 친구를 팔로 감싸 준다.

 

이 장면은 삶의 순간순간을 천천히 바라볼 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오기의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린다.

'모두 같은 순간이지만 각 순간은 어떤 다른 순간과도 다른 것입니다.' 

사진을 통해 일상의 특별함을 발견한 사건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사진은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순간이 영원히 남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진은 앨범 속에만 있을 때에는 무의미하다. 건성으로 빠르게 보는 것 만으로도 부족하다. 천천히 몰입해서 살펴보아야지만 그 순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의미와 절망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앞에서 예를 든 자우림은 '화끈하고 신나는 일탈'을 얘기했고, 마그리트는 현대인들을 잔뜩 그려놓고 <겨울비>라는 제목을 붙여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한다. 여기서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사진으로 일상을 찍고, 그것을 천천히 관찰하는 것이다.  사진은 매개체일 뿐이지만 좋은 도구다. 사진은 순간을 영원히 포착하는 특성을 가진 도구이고,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예술도구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볼 때도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리가 놓쳤던 특별함이 그 속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매일 찍는 사진이지만 같을 리가 없다. 빛이 다르고, 대상이 다르고, 시선이 바뀌고, 형태가 변하고, 놓였던 시간과 공간도 끊임없이 변한다.  최소한 매 순간이 같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구름9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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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96.JPG

<똑같은 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사진/양경수>

IP *.138.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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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01:18:30 *.138.53.71

'사진으로 생각하기'에서 주제를 좁혀,

일상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사진으로 건져올린 일상의 특별함'이 컨셉이지요.

아직까지 방황하는 양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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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7:41:21 *.201.21.69

똑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는 것을 

똑같은 하늘이라고 존재할 수 있을런지 ^^ 

오빠의 글과 사진이 깊이가 더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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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21:34 *.166.205.131

사샤야~ 고맙다.

너의 멋진 프로필 사진이 보고싶구나^^

비어있으니 투명인간 같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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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17:30:21 *.140.216.250

앗!!! 오기 렌!!! 이 사람,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 이 사람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양갱 오빠한테 한번 들어보라고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이미 알고 있었군 역시.ㅋㅋㅋ..

 

사진으로 건져올린 일상의 특별함이라. 왠지,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주제임.

 

일상은 누구에게나 일상일테니까. 물론 그 일상에서 각자가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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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23:47 *.166.205.131

덕분에 찾아 들어봤다.

단편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다 읽어주더구나.

이 이야기는 책을 구상하는데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같아.

좋은 정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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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9:05:51 *.163.164.176

경수야, 굿 이어 Year !!

연구원 수업에서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일상의 채집'이라는 단어가 참 좋았는데...

너의 주제에서 그것을 녹이고,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수업 중에 생각하다가

말았는데....서문을 읽어보니 그때의 느낌이 담겨 있는것 같아.

'일상을 채집한다'라는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에도 매우 적합한 것 같아.

매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아야 겠다라는 생각도 더불어 해본다.

고민하고 수정하고...그리고 나아가는 모습이

꼬물거리는 달팽이 같구나...사랑스럽구나...배울 점이 많구나

싸랑한데이...갱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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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25:45 *.166.205.131

사랑이 넘치는 훈싸노바, 러블리 훈!

넘치는 사랑 보내주어 감사!

사랑은 영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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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19:56:57 *.143.156.74

난 그래서 자우림이 좋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 쇼를/ 야이야이야이야~~~

다음엔 이 노래 불러줄게. ^ ^

 

경수야, 글도 사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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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8:28:08 *.166.205.131

ㅋㅋ 음주가무를 즐기시는 누님~ 기대할께요ㅎㅎ

재키누님만의 일상 탈출(휴식)법을 잘 만들어가는 한 해 되시길!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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