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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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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01시 08분 등록

나는 완벽함으로써, 실수하지 않음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처음엔 사람들이 실수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를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그로인해 내 존재가치가 없어질까 봐 그게 두려워서 그런다고 생각했었다. 실수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받을까 그게 걱정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되도록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다. 조금 더 들어가 본다. 완벽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내가 느끼고자 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우월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봤지? 실수하나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 내 모습을. 너희들은 내 상대가 안 돼.’ 마음속으로는 이런 말을 내뱉고 싶었던 건 아닌지. 난 무시 받을까 그게 걱정이 되었던 것이 아니라, 실수하면 내가 우월감을 느낄 수 없게 되니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이 자체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니깐 철저한 준비를 통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일을 보여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럴수록 행동보다는 혼자 준비하는 것에 더 열을 올렸다. 경험을 통하지 않고 지식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뭔가를 배우고는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소용되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배움 그 자체로 전혀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내가 배움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더욱 행동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지식을 쌓는 것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신감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은 커졌다. 어딘지 모르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남들에게 도도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바랬고,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주위 사람들을 통해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다. 내가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고 있지만 남들 눈에는 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는 더욱 더 두껍게 내 주위에 벽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내가 만든 성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왜 외로운지 이유도 모른 채 아니 외롭다고 느끼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 주위에 있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위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나의 관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당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몰랐다. 그리고 한 편으론 ‘저 사람은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을지도 몰라.’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일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모임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난 내 앞에 있는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도 혹시 그 사람이 불편해 할까봐 망설일 정도였다.

 

한 집단 프로그램에서 같은 조에 있던 아이 중에 나의 한 면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본인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보였는데 그 상황을 무척 당황스러워 하였다. 다음날 그 아이는 자기 동기들에게 집단 프로그램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며 자기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나도 그랬다. 그 누구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눈물은 나에게 있어 약함 바로 그 자체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스스로 약하다고 떠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누구 앞에서라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 친구는 나에게 찔러도 피 한방을 안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약해 보인다는 것은 바로 무시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는 공식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사람은 존재자체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서 난 예외라고 여겼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만 나는 해서는 안 되었다. 참 피곤한 인생이었다. 뭐가 그렇게 자신 없었고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건지 나도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내 존재 자체가 참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왜 그렇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건지...

집단 프로그램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그 친구가 내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그 손길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친구에게 어깨에 올린 그 손이 참 따뜻했다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어쩌면 내 손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지레 겁먹고 사람들에게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걱정도 팔자라고 자주 생각했지만 스스로를 너무 낮게 보고 있던 나는 그 괜한 걱정들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먼저 스스로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존중받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여길 거라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난 우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월감을 느끼면 내가 얻게 되는 것을 무엇일까? 아마 더 전전긍긍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우월한 모습을 늘 유지해야 하니깐 말이다.

나는 약한 존재이다. 일단 이것부터 인정하자. 그럼 이젠 남들 앞에서 우월한 척 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한다. 계속 겉치레에 집착해 우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쌓인 채 살아간다면 평생 광대노릇을 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테니깐.

 

 

리쌍-광대

http://www.youtube.com/watch?v=c00PdSbeLjs

 

그림.jpg

IP *.117.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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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7:43:48 *.201.21.69

미선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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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21:14:01 *.166.205.131

미선의 내면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너도 느끼고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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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17:26:57 *.140.216.250

오오..리쌍 노래 좋아.. 정말 양갱 오빠 말에 공감.

언니의 글이 언니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는 느낌. 루미언니 글을 읽고 언니 글을 읽으니 문득 드는 생각.

 

언니도 나랑 굉장히 비슷한 사람이지 않을까? 감정들을 끄집어 내는 방식이 말보다는 글로써 하는게 더 편하지 않을까? 라는.

 

이렇게 하나씩 써 내려가다보면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순간이 올거라 믿으며.

 

그래도 언니와 조금 다른 나는 과연 내가 추구했던 완벽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라고 생각해 본당.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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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8:59:00 *.163.164.177

미선아. "나는 약한 존재이다"라는 문구에서

지금까지 만나서 느낀 미선의 어떤 모습보다도

더욱 단단하면서 자연스러운 자존감을 느낄 수 있구나.

 

많이 배우면서 그러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한해가 간다.

그러면서 우리의 연구원 1년이 마무리 되어 간다.

아마도 너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는 조금 더 완벽해지는 자신을 찾아서 

여기에 왔지만 그것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인정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 

 

힘내고, 주제에 집중해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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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19:53:13 *.143.156.74

나는 미선이가 미선이를 위한 책 한 권을 이 세상에 내어 놓음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미선이가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

 

그 끈을 놓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자, 미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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