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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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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0일 00시 01분 등록

걸으면서 점점 더 짜증이 솟구쳤다. 한 교육을 듣기 위해 교육장소를 찾아가던 중이였다. 교육을 신청하고 입금을 하고 메일을 보냈는데도, 교육전날까지 어떤 안내메일도 오지 않아 ‘이거 교육을 하긴 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육 장소인 한 대학교의 건물위치를 인터넷으로 대강 파악하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놈의 학교는 캠퍼스가 왜 이리 넓은 거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인터넷으로 대략 파악한 위치는 직접 가서 보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 난 당연히 그 학교 학생이라 여겼지만 - 물어보았지만 이곳 학생이 아닌지 모른단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나무 귀퉁이에 테이프로 붙여놓은 화살표가 보인다. 이리로 올라가는 게 맞나보네 하며 또 한참을 올라가는데 아까 그 화살표 이후론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중간에 사이로 빠졌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이 촉박해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걸으니 숨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싶어 지나가는 학생에게 다시 물어본다. 다행이 이곳 학생인가 보다. 위치를 알려주는데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하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선 잠깐 이라도 앉아서 쉬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이젠 평지도 아니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헉, 헉.’ 숨이 점점 가빠진다. 마음에선 불평이 터져 나온다.

‘도대체 제대로 된 안내판도 하나 안 붙여놓고 뭐하자는 거야. 가서 한 소리 해야겠다. 안내메일도 없고 이렇게 준비도 없이 무슨 학회 교육을 하겠다고 하는 건지.’

커브 길을 돌아 올라가다 보니 저기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게 보인다.

‘저렇게 플랜카드가 걸어 놓으면 뭐하냐고, 입구부터 안내판을 붙여놔야지.’

어쨌든 많이 늦지 않아 다행이다 하며 들어가려고 문을 미는데 잠겨있다.

‘젠장! 뭐야, 문은 왜 벌써 잠가 놓은 거야,’ 란 생각과 동시에 ‘옆에 문이 또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씩씩대며 옆으로 돌아가서 보니, 그쪽에 문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서 접수체크를 하고 강의실로 들어간다. 다행이 교육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지 강사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접수하면서 내가 짜증 섞인 불평을 했을 거라 생각하는가? 내 앞에 있던 사람이 개인사항 기록판을 들고 한참을 딴 짓을 하기에 좀 불편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접수를 받고 있는 학회 간사에게 불평은 하지 않았다.

학교 캠퍼스를 올라가며 투덜이 스머프마냥 불평을 하면서 ‘도착하면 한 소리 해야지, 이게 뭐냐고.’ 라고 다짐(?)을 하며 올라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이 기분을 계속가지고 갈 건지 아닌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러고 나선 그냥 맥없이 얼굴에 미소를 지어보았다. 짜증은 나지만 이 기분을 계속 가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접수대에 가서 짜증 섞인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짜증을 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헉헉대며 올라온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도, 힘들게 올라왔다고 나에게 어떤 보상을 해줄 것도 아니었다. 짜증을 냄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불쾌한 감정과 서로 불편한 마음뿐이었다.

 

즐거워서 웃는다기보다는 웃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며, 화가 나서 인상 쓴다기보다는 인상 쓰고 화내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볼펜을 입술에 물었다고 가정하고 그 상태로 입술을 내밀어 보면 보통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와 비슷한 ‘입이 삐죽 나온’ 표정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뇌가 부정적 표정을 짓고 있다고 판단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얼굴 표정을 만들어 내는 근육은 뇌신경과 직접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볼펜을 치아로 물어 입술이 볼펜에 닿지 않게 해보면 웃을 때 사용되는 근육이 수축된 상태가 되어 뇌는 지금 당신이 웃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 정서가 유발되게 된다. 뇌는 내가 진실 된 감정을 가지고 표정을 짓는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화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분노의 감정이 들게 되는 것이고, 웃고 있으면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떠한 가정을 전제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그 행복감이 얼마나 유지된다고 생각하는가? 생각해보자. 자신이 원하던 것을 성취했을 때 그 행복감을 얼마나 누렸었는지. 일주일? 한 달? 일 년? 아니면 성취한 후로 지금까지 계속?

미국의 한 교수는 한 대학에서 정년보장 심사를 앞둔 수십 명의 교수들의 행복 수준을 측정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정년보장만 받게 되면 엄청나게 행복해질 것이라 예상했고 그 행복감은 아마도 오랜 기간 지속되리라고 기대했다. 반면 정년보장 심사에 실패한다면 엄청난 불행감을 느낄 것이며 그 불행감 역시 오랫동안 계속되리라 예상했다. 정년보장 심사 결과 직후 이들의 행복수준을 측정했을 때는 물론 정년보장을 얻게 된 교수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수개월 뒤 이들의 행복 수준을 다시 측정한 결과는 정년보장 심사 이전에 지녔던 기본적인 행복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가 있었고, 정년보장 심사에 통과하지 못한 교수들도 늦어도 5년 뒤에는 모두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내 평생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한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는가 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는데 많은 시간 우리는 원하는 것만 이루어지면 평생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알 수 없는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혀가며 살아가고 있다. 매 순간, 순간 당신은 스스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긍정적 감정을 유발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어떤 일이든지 눈덩이 굴리듯이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커다란 눈뭉치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내가 어떤 환경에 존재하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일이 앞에 놓여있다면 먼저 웃어보자. 마음이 즐겁다면 어떤 일이든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니깐.

IP *.201.15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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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09:26:26 *.166.205.132

미선이가 에피소드를 쏟아내기 시작했군!

재밌구나~ 네 마음은 어떠한지.

전체적인 모습이 그려지니?

 

행복 수준 측정에 대한 예도 공감된다~

어떻게 측정했는지 궁금하네.

 

'하루에 백번 웃기'에 대한 꼭지글을 써보는건 어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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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10:10:36 *.163.164.178

미선아

웃음을 선택하고, 행복을 선택하고 긍정을 선택하라는 것이지

맞아, 절대 공감 쉽지 않지만 우리가 꼭 일상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그런데 혹시 루미의 민간요법처럼

투덜이 스머프가 내 마음에 생길때 그것을 KO시키는 좋은 방법은 없니

그런 것을 쬐금 언급해 주면 좋은 것 같구나.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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