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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31~32살) -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관계에 속해 있지만 연애를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 전통적 가치를 깔끔히 무시하며 살고 있음. 그러나 남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음.
거티(21살) - 한창 결혼을 꿈꾸고 있는 꽃 같은 처녀. 전형적인 전통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이 바라고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결혼을 바람. 당돌한 면 있음.
시간적 배경: 2012년
공간적 배경: 지구별 대한민국 서울이란 동네의 어느 한 까페
세상이 온통 분홍빛으로만 보이는 거티.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에 관해 몰리에게 말하고 있다. 몰리, 그런 거티가 참 어리다.
거티: 몰리 언니, 요즘 나는 결혼을 꿈꿔요. 언니는 제가 결혼을 생각한다고 하면 너무 이르다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이 사람을 만나고 나니 정말 결혼이란 걸 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그 사람의 출근 옷을 골라주고, 그 사람이 먹을 음식을 해주고, 우리가 함께사는 집을 꾸미는 그런 삶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거 있죠. 그 사람도 가정적인 걸 좋아해서 일찍 결혼 하고 싶대요.
전요, 결혼하면 집을 앤틱하게 꾸며보고 싶어요. 골동품점에서 세일할 때 은제 토스트 선반과 식기들을 사 꾸며놓고 손님이 올 때 마다 솜씨를 부려 구운 쿠키를 거기다 내는 거죠. 그리고 매일 아침, 그 사람과 저를 위한 소박하지만 정성 들여 차린 아침식사를 손때가 예쁘게 들은 테이블에서 먹는 거예요.
그 아침을 맛있게 먹은 그 사람은 일하러 나가기 전에 저를 한껏 끌어안고 잠시동안 제 눈 속을 깊이 내려다보는 거예요.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해.
몰리: (거티를 한심한 듯이 바라보다가) 거티야, 결혼은 현실이다. 네가 바라는 그 이상적인 결혼은 진짜 네 상상 속에나 있는 거야. 우리 남편도 처음에는 내게 그렇게 잘해 줄 수 없었다. 우린 첫 만남 부터 영화였다고. 잠깐 얘기해 줄까? (거티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기다린다) 내가 영국 더블린에 살고 있었을 때 그 최초의 밤 우리들은 어떻게 만났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들은 약 10분 동안 서로 빤히 쳐다보고 서 있었어. 마치 우리들이 전에 어디선가 만났던 것처럼 말이야.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어머니를 닮아서 있었기 때문이었대. 그 당시 그이는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곤 했는지... 연애할 때는 다 그런 거야 세상이 온통 장밋빛이지. 그러나 결혼은 아까 얘기한 것처럼 현실이다. 절대로 상상 속의 일들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아.
거티: 언니, 너무 단정지어 얘기하신다. 제가 볼 때는 언니랑 형부가 아직도 행복한 것처럼보이는 걸요?
몰리:(딱하다는 듯 거티에게 한 마디 한다) 원래 모든 가정이 겉에서 보면 다 행복한 거야. 감추며 살고 있는 거지. 행복해 보인다고? 응, 행복하지 서로 따로 행복한 게 한 가지 흠이긴 하지만...
거티:(화들짝 놀라며) 네? 언니, 따로 행복하다니요? 형부가 잘 해주시지 않아요?
몰리: 공식적으로는 문제없지. 후후... 솔직하게 말할까? 우린 서로 애인이 있어.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거지. 암묵적 동의. 그렇게 산지 꽤 됐다. 물론 우리가 서로 사랑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그런 사랑과는 다른 동지애적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어렸을 때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이 내 일이 되게 되어 있어. 거티야, 언니가 이런 말 해주는 건. 항상 결혼과 사랑이 달콤할 수만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거티를 아끼니까. 나는 속마음 문드러지며 배운 인생의 교훈이랄까.
거티: 아... 언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언니 말. 알 것도 같아요. 저도 달콤한 사랑, 하나의 사랑을 꿈꾸지만, 마음속에 욕망이 일어나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사랑하는 남자친구 있어도 다른 남자를 보며 매력을 느낀다든가 하는...
몰리: 그럴 땐 즐겨! 결혼도 하지 않은 20살 꽃띠 처녀가 뭘 걱정해? 자유는 네게 허락될 때 즐기는 거야. 허락되지 않을 때 즐기려면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지거든.
거티: 저도 그렇고 싶은 생각. 없지 않아요. 근데 제게는 너무 많은 마음의 장애물들이 있어요. 사회에서 제게 강요하는 가치관들. 언니도 아시잖아요. 아직까지도 이 사회는 여자에게 보수적인 가치관을 강요한다는 거. 결혼 전에는 순결해야 한다느니...하는. 사실 저 아직 처녀예요. 그 사람은 많이 원하는데...지켜달라고 했어요.
몰리: 어머, 얘 큰일날 소리하네? 너 결혼하고 나서 그 사람이랑 사랑하는 게 안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지금은 눈빛만 봐도 좋으니 사랑하면 다 좋을 것 같지? 안 그래. 내 친구들 중에도 그렇게 결혼했다가 그게 안 맞아서... 물론 그게 다가 아니지만. 다시 돌아온 애들 몇 있다. 언니는 그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 물론, 사회는 여자에게 순결을 지키라고 하지. 그러나 언니는 그거 보다 중요한 건 결혼 전에 한 사람에게 충실하기 위한 검증을 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거든. 나는 그 검증도 하나의 중요한 검증이라고 생각해. 새겨들어라.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니까...
거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 곰곰이 생각한다)
몰리: (웃으며) 거티야,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언니와 언니 주변 삶에서 나온 충고긴 해. 내가 너에게 충고는 할 수 있지만 강요는 할 수 없으니, 네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세상에는 저런 생각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고 지나치면 되는 거야. 근데, 우리 거티 이제 고민 좀 되나보네... 마지막 충고, 할 거면 피임은 확실히! 남자들은 사랑할 때 그저 자기만 생각하지 여자 입장은 잘 생각하지 않으니까. 알았지? (윙크)
거티: 하하.. 언니이... 오늘 저 오늘 완전 문화 충격이예요. 하지만, 지금까지 속으로만 고민고민해오던 그 문제에 대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낮에. 그냥 보통 연애 상담하듯 얘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같은 느낌이예요. 제 친구들이랑은 이런 얘기 해보지도 않았거든요. (웃음)
몰리: 그렇게 길러져서 그런 거야 모두들. 거티야 그치만 이런 문제... 친구들이랑도 자연스럽게 해보도록 해. 공론화 하는 거 중요해. 음지에서만 쉬쉬하면서 얘기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들이 이런 얘기 입에 올리는 거조차 금기시 되니까. 나도 알지.
거티: 그러니까요. 언니, 오늘 왠지 속이 다 후련해진 느낌이예요.
몰리: 그렇지? 하하... 거티가 언젠가는 세상에 어퍼컷 한 방 날리게 될 것 같다. 우리 그렇게 살자구. 속 시원하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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