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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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5년 10개월>
민호는 세 살 때 치과치료의 악몽이 있습니다.
이가 약한 편인지 잘 닦아 주어도 충치가 생겼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니 하루 세 번 칫솔질로는 한계가 있었나봅니다.
뽀로로 그림이 있는 소아치과에 갔습니다. 아이를 묶어놓고 치료를 하더군요.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 "윙~"하는 소리, 그 공포의 소리가 민호의 마음에 남았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전 민호의 앞니가 깨졌습니다.
"치과에 안 갈 수도 없고, 가기도 싫어!"
치과에 또 가야 한다는 말에 민호가 한 소리입니다.
또다시 그런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민호는 걱정, 또 걱정입니다.
"안 먹을 수도 없고, 먹기도 싫어!"
채소를 먹이려는 엄마, 아빠의 노력에대한 민호의 대답입니다.
채소와 야채를 먹어야 감기도 안걸리고, 키도 쑥쑥 큰다니 안 먹을 수도 없고, 먹자니 쓴 맛이 나니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집에 안 갈 수도 없고, 그만 놀기도 싫어!"
저녁 8시까지 친구 집에서 놀아도 더 놀고 싶고, 그렇다고 집에 안 갈 수도 없는 민호의 외침입니다.
한 번은 휘찬이네 집에서 놀다가 거기서 잔다고 해서, 엄마가 두고 왔는데 밤 10시 정도에 전화가 왔습니다.
잘 놀다가 자려고 이불깔고 누웠더니 민호가 집에 가고 싶다고 운다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데려 왔지요.
파우스트는 "아,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민호의 모순되는 말을 들으면, 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호 안에는 '이성의 영혼과 감성의 영혼'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성의 영혼이 대변하는 것은 세상을 살기위해 배워야 할 규칙들입니다.
일단 규칙을 알아야 게임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규칙을 무시하면 게임에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감성의 영혼이 말하는 것은 내면의 소리입니다. 불안, 두려움, 욕망 같은 감정들입니다. 알 수 없는 끌림이나 거부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것은 생존을 위한 신호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기에 안전하게 몸을 지킬 수 있고, 욕망이 있기에 미지의 세계에 한 발 내딪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분석심리학의 기초자인 '칼 구스타브 융'도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단지 '안'과 '밖'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을 보았을 뿐이었다."
융은 우리 안에 있는 두 개의 화해할 수 없는 영혼, '안'과 '밖'의 대립이 당연한 것임을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이 두 세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자기실현의 목표임을 주장했습니다.
이 두 세계의 조화는 치과에 가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달콤한 사탕도 먹고 싶은 모순된 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한 쪽을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알아주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 다음은 스스로의 의지가 담긴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먼저 민호의 감정을 알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객관적 정보를 줍니다. 세상의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그래 민호가 무섭구나,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이가 더 썩을꺼고 더 많이 아플지 몰라. 더 큰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세 살때도 잘 해냈으니까, 일곱살인 지금은 더 잘할 수 있을꺼야."
민호가 고민 끝에 대답합니다.
"알았어, 대신 묶어 놓고 하는데는 싫어! 그리고 아빠가 손 꼭 잡아줘야 해~"
저희는 친절한 치과를 찾아 민호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었습니다.
치료를 끝내고는 사탕도 먹으며 산책을 했답니다.
나는 언젠가 하니를 모델로 삼아 아이에게 배우는 것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어.
하니가 한살 한살 먹어가며 내가 배워가는 것들이 넓어지고
공급은 언제나 있으니 관찰력만 키우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
오빠 글을 보니 자신이 사라지는 걸~~~~ ㅋㅋㅋㅋ
민호의 표현이 좋다. 수용적인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네.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자신이 대책을 생각해내는 모습도 좋다.
오빠와 언니를 보여주는 그림이네.
최근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괴팍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랬지.
음... 생각할 거리가 생겼다. 좋은 꼭지 하나 탄생하나요? ㅋㅋ
오빠의 글을 보니까 좋다.
잊지마. 첫 칼럼부터 지금까지 난 오빠 팬이얌~
우리 하니는 얼마 전 7살이 되면 이가 빠진다는 말에 울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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