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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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5월25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다.
며칠째 허리가 좋지 않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한의원을 다니고 있다.
십 여년을 보아온 사이인데 연배가 조금 어린 원장은 늘 이야기한다. 우리같이 일하는 여자들 몸이 더 빨리 늙는다.
왜냐하면? 신경을 배로 쓰기 때문이다. 전업주부가 들으면 동의하지 않을 이야기이다.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이 돈벌이를 함께 한다고 더 받고, 그렇지 안다고 덜 받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늘 같은 이야기이다. 내가 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잘 안다고 하면서. 생리는 서양식 나이로(우리식 나이 말고)
49세까지는 해야 한다. 혹시 빨리 끊기는 기미가 보이면 약을 먹자고 했다. 무슨 논리인지는 잘 모른다.
빨리 끊어져도 좋지 않지만 너무 늦게까지 해도 좋지 않다고 한다. 근래에는 갈 때 마다 같은 소리다. 갱년기라 그런다.
예전 생각하면 안 된다. 늙어서 그렇다. 이제는 조심 해야 한다. 삼십여분을 누워있다가 들어온 길이다.
연배가 친정어머니뻘인 고객이 들어오신다. 늘 예의 바르고 교양 있는 몸짓. 모자까지 갖추고 사무실을 찾으신다.
그분을 만난지 7-8년 정도 경과했다. 점심약속이 있어서 나왔다가 들르신 듯하다. 특별한 용건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동네 마실 나오듯 집에 들어가는 길에 들르신 듯하다. 몇 해 전부터 부쩍 자주 찾으신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작은 나부터이고 주식으로 문제가 생긴 회사에 대한 정보를 물으러 오신다. 정작 본인재산을 관리하는 담당직원은
보기 싫다고 가지 않으신다. 다른 금융기관에도 손해중인 펀드, 주식등이 수두룩하여 가기싫다고 하시면서, 따지고 보면 그 직원을 내가 소개했으니 반 책임은 나한테 있다고 말미에는 늘 이야기하시기는 하지만.
눈인사를 하고 내 방에 들어오시자 직원이 뒤따라 차를 가지고 온다. 참 친절하기도 하지…차를 가지고 오는 시간이
3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어떤 날은 좀 물어보고 가져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본체만체 하는 직원들에 비하면
얼마나 기특한가 싶다.
자리에 앉으시면서 이민아 알지?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다. 점심을 드시면서 화재였던 모양이다. 다음 설명을 한다. 김한길, 최명길…그제야 알아들었다. 공인들이니 그냥 실명을 적는다.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을 위한 대의원투표가 한창이다. 이 동네(압구정)사람들은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 물론 경제에는 더 관심이 많다. 일명 재테크. 신문보기 기본3부
(일간지 경제지)다. 나를 찾은 어르신도 신문을 다 읽지 않으면 그날 할 일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 과제하듯이 신문을
읽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투덜거리신다. 신문 보는 데 몇 시간이 소요된다고.
점심을 먹으면서 주요 화제가 되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김한길의원의 이야기가 나왔겠지. 전부인(고 이민아)과 살 때는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지금은 저렇게 잘 살지 않느냐, 고인이 된 사람은 안타깝지만 현부인(최명길)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이겠느냐. 전부인과 그 사람과 낳은 아들도 죽었으니. 신경 쓸 일이 없어져서 좋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이다. 재혼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이 듣는다. 어쩔 수 없이, 나와는 상관없이 살아온 세월에 대한 질투, 감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한다. 가만히만 있어도, 본인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건데, 상대방은 무슨 생각하느냐고 물어온다고,. 그럴 때 참 난감하다고, 또 다른 상대는 전 배우자 그곳에 자식이라도 있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몹시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 모르고 한 결혼이 아님에도 이해는 할 수 있는데 감정적으로는 힘들다고 토로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면 듣는 이야기도 많다. 왠만하면 다 이해가 되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생살이 이야기이니까.
촉망 받는 영재였던 고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유명인의 자재여서, 유명인의 아내여서,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날 나를 찾아온 고객의 이야기에 동의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나와 나누었던 대화는 흔쾌한 기분은
안 든다. 모든 일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일일 수는 없다. 대부분은 상대적이다.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누군가는
떨어져야 내가 합격을 한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부가 나에게 이전이 된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행과 불행이, 나의 불행과 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창조되지 않은 대부분은 다른 이의 소유였다. 공동소유가 안 된다. 나의 일은 더욱 그렇다. 내가 팔면 상대가 사고 내가 사면 상대는 파는 일. 내가 따면 상대는 잃은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금융이란 일은 창조적인 일이 아니다. 가끔 창조적인 일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잘 포장된 사기? 금융공학, 파생상품 이들 속에 숨어있는 그 사기에 가담했다가 거덜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욕심과 공포 그리고 절제의 절묘한 조화가 없으면 당하기 십상이다.
모두가 따기만 하는 게임을 하자고 모이는 시장이니까.
그래서일까. 그들의 사고도 이익과 손해, 득과 실의 기준에서 모든 것이 보이는 걸까. 씁쓸하지…씁쓸하다.
동의의 웃음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닌 그냥 그런 웃음을 지어 보이는 나를 보면서 따뜻한 햇살이 좋은 이 봄이 씁쓸하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다. 그리스도교는 가까이도 가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나하고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고, 아직 종교적인 삶에 대한 마음은 동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를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마 과제가 아니었으면 읽다가 그만 두었을 것이다. 기본사상은 제외하고 읽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읽었다. 지옥? 연옥? 천국? 이런 것을 믿지는 않으나 지옥편을 보면서 혹시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내자리 이런 곳이 발견되었다. 지옥의 구조는 역피라미드의 원추형구조를 가지고 있다. 총9층 맨 아래는 아니다. 다행인가? 혹시 또 모르지 나는 누군가를 배신한적이 없다라고 생각하는데 모르는 사이에 저질러 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이건 아니라 치고, 그 위층 8층[사기로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 넣은 자] 과 7층의 제3원 [고리대금업자/일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으로만 이익을 얻는 것] 여기쯤이 해당되는 것 같다. 이런…최악이다.
고리대금업자와 금융업자 같은 맥락이다. 포장지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 안에서 얼마나 제자리를 잘 지키며 살아왔을까. 자신하기 어렵다. 다시 그 고객으로 돌아가자..
요즘은 어떤 상품 투자하나? 시장이 많이 빠졌다. 그래서 인덱스펀드 매수하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예전에 현금화한 돈이 좀 있어서 지금 매수 중이다. 그 중 한 고객 예를 들어주면서. 지금은 다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한동안은 삼성전자주식을 싸게 팔아서(팔고 올라가서) 컴플레인중이라 현금으로 계속 있었다. 라고 하니 그 고객 왈…이 직업이 늘 고객한테 안 좋은 소리 듣는 직업이다. 돈이 벌릴 때는 가만히 있다가 사고 빠지면 욕먹는 직업.
소돔은 <창세기>에 나오는 악명 높은 죄악의 도시이고, 카오르는 중세 고리대금업자들로 인해 금융 중심지가 된 프랑스 남부의 도시라 했다. 대한민국의 명동 여의도 압구정동이 중세의 카오르였다는 이야기. 그 중심에 나는 살고 있다. 아직 연옥편은 읽지 않았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대지의 중심에서 빠져 나와 다시 햇살을 받으며 연옥煉獄의 불을 저장한 산에 이르고 속죄자들은 자신의 죄를 깊이 통찰함으로써 정화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연옥편을 마저 읽어보고 더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님 세상에도 지옥은 있으나 그곳에는 관세음보살도 같이 계시니.
오늘은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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