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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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무지 행복하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작은 봉우리에 올랐을 뿐인데, 더 힘을 내어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하는데, 체력은 떨어지고 의욕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허무감도 밀려왔다. 내가 원하던 것이 정말 이런 삶이었나? 이어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 저당 잡히고 밤이나 낮이나 주중이나 주말이나 스탠바이 해야 하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새벽까지 술자리에서 충성을 맹세하고 다음 날 또 다시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성실한 사람이라 인정받을 수 있는데, 도무지 나의 체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사장의 친인척이 요직에 앉아 천하를 호령해도 웃는 낯으로 모든 일에 임해야 하는데, 그것은 세상 일중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그 낮은 봉우리에서 도전을 멈추고 내려왔다. 그 동안 쌓아온 것이 아깝고 이루어 놓은 것이 모래바람처럼 사라질까 두려워 근 1년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그 이후 나는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1년 반을 전업주부로 살며 사부님 아래서 마음 공부를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잘하는 것은 어떤 일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책을 읽고 동기들과 토론하고 글을 쓰면서 찾고 또 찾았다. 조직을 떠난 자유인으로의 삶도 생각했다. 도전과 성취, 그런 거 더 이상 하지 말자고 다짐도 했다. 아이들 엄마로 소박하게 살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삶 또한 나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전업주부로 평생을 살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을 그리 살 수는 없었다. 그러자 낭패감이 밀려왔다. 조직에서도, 가정에서도 만족할 수 없다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1인 기업이 답인가? 하지만 명확한 것은 있었다. 나에게는 ‘나의 일’이 필요하다. 그것을 어디서 하든 ‘나의 일’을 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은 그의 책 『천 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에서 목표를 성취해도 허무감을 느끼는 것은 목표 안에 가치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가치와 목표는 다른 것이라 말한다. 목표는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끝이 나지만 가치는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므로 끝이 없다. 그래서 목표지향적인 사람은 목표가 이루어진 다음, 방향을 잃기 쉽지만 가치 지향적인 사람은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철저히 목표지향적인 삶을 산 것이다. 내 목표 안에는 가치가 없었다. ‘성공한 삶’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가?’ 이번에는 목표가 아닌 가치를 찾아야 했다.
대학시절, 졸업한 여자고등학교의 3학년 학생들에게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어떤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몇 번 모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다. 그리 좋은 대학에 진학한 것도 아닌데 우쭐대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진다.) 몇 년 전, 제약회사의 홍보팀에서 일할 때 졸업한 여자대학교의 재학생에게 ‘홍보인 되는 법’이란 주제로 특강을 여러 번 했었다. 강의 후에 이어진 질문에도 나는 성의껏 대답했고 강의 후 몇몇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이메일을 받고 흐뭇한 적이 있었다. 전직장에서 여직원들은 나에게 찾아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상담을 하곤 했었다. 나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오래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여자들의 성장과 비상을 돕는 일’이다. 어디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조직에서 일할 수도 있고, 1인 기업으로 일할 수도 있다. 무엇이 되겠다 역시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도 중요하지 않다. 그 일을 하면서 배우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만족할 수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 내가 설정한 ‘성공’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지금 받는 기본급은 예전에 받던 월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전엔 명함을 내밀면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이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계약서에서 나는 예전에 ‘갑’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을’로 표기된다.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헤드헌터라고 말하면 냉랭한 반응을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일이 즐겁다. 사람들의 성장과 비상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자부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추천한 첫 번째 후보자는 내 나이 또래의 여자다. 그녀는 아주 좋은 회사에서 유망한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성장을 독려하던 옛날 업무에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내가 그녀의 니즈에 꼭 맞는 자리를 소개한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일하는 큰 회사보다 작지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최종 면접을 통과해 이제 이직 절차를 밟고 있다. 나는 그녀가 새 직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비상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산다면 당신이 얼마를 갖고 있든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가치지향적인 삶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가치는 항상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해 참담한 기분이 든다면
이렇게 해보자. 우선 그 목표에 숨어 있는 가치를 찾고 나서 자신에게 물어보자. ‘작은 것이라도 이 가치와 일치하는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런
다음 마음을 다해 행동하라. 가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고 항상 이용할 수 있다. – 루스 해리스, 『행복의 함정』 중에서
문요한은 ‘목표중심적인 사람에게 삶은 쟁취하는 것이지만, 가치중심적인 사람에게 삶은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치중심적인 사람은 삶을 성공이나 실패로 나누지 않으며 모든 경험을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목표중심적인 사람은 결과중심적이고 가치중심적인 사람은 과정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원하던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허무감을 느낀다면 당신의 목표에 어떤 가치가 들어 있는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목표중심적인 삶은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바닷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더해질 뿐이다. 이제 가치중심적인 삶으로 삶의 무게 중심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당신은 과정을 즐기며 원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절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더 행복한 삶을 일굴 수 있을 것이다.
저 <행복의 함정>이란 책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ㅋㅋ.. 사서 읽어봐야겠으..
헤드헌터로 일 하면서 언니 만족스러운 것 같아서 좋아.
연봉은 낮아졌지만, 삶의 질은 올라간 느낌??? ㅎㅎ..
난 이번에 가치지향적인 인간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
언니가 알려준 살림 출판사 가서 해봤는데, 신기하게 거기서도 가치지향적이라는것이 나오더라고. 일도 새로운 일을 하라.
어제 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든, 원래의 나와 비슷하게 나온 것 같아.
언니, 일과 육아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힘내길!!! (전업주부일때보단 훨씬 좋지?? ㅋㅋㅋ)
주중 주말, 잘 분산해서 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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