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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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해도 괜찮아
올해 나는 새로운 직장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내 옆자리 선생님도 새로 오시고, 대각선 앞자리 선생님도 새로 오셨다. 다른 교무실에도 여러명의 새로운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 나는 다른 교무실에 잘 가지 않는 편이라, 새로 오신 다른 선생님들하고는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 옆자리와 대각선에 앉은 선생님들하고는 많이 친해졌다. 둘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편하게 대할 수 있다. 한명은 한 살 어린 29살, 수학 선생님, 다른 한명은 25살, 국어 선생님이다. 수학 선생님하고는 과목도 같고, 직위도 똑같고, 나이 차이도 한 살이니 친구처럼 지낸다. 국어 선생님은 대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첫 학교라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니, 귀여운 후 배 한 명 생겼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지내는 사이다.
지난 목요일, 국어 선생님이 내게 하소연을 했다. 어떤 선생님께서 복도를 지나가시다 국어 선생님을 보고는 그녀의 앞날을 걱정해줬는데, 그것이 아주 기분 나쁘다며 말이다. 국어 선생님은 7월까지 휴직하신 선생님을 대체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7월 말이 되면 학생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신분이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격으로, 나이드신 선생님께서 “자기, 계약 끝나면 뭐할거야? 7월까지지? 임용고사 공부해. 그게 나아. 강사 같은거 하지말고, 얼른 정직원되야지.” 하신 것이다. 그 1분도 채 안되는 복도에서의 대화에서, 그녀의 마음에 ‘강사 같은 것’이라는 말이 콕 박혔고, 자신의 현재 신분에 대한 한탄과 캄캄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공감해주면서 실컷 그 나이드신 선생님을 욕해주었다. 동시에 그 선생님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거라고 덧붙였다. 토닥 토닥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음 수업을 들어갔다. 복도를 걸으면서 내가 처음 강사로 교단에 서면서 겪었던 내적 갈등을 떠올렸다. 비교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의 능력을 저평가 하기도 하고, 하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우기도 하면서, 방황했던 지난 5년이 머릿 속을 지나갔다. 지금은 그 시절에 고민했던 것이 해결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매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목요일은 특별보충이 있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 보다 늦게 퇴근하게 된다. 5시 쯤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교무실로 들어오는데, 국어 선생님이 퇴근을 했다가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왜 다시 들어오냐고 물었더니, 지갑을 놓고 갔었단다. 안그래도 마음이 힘들어 짜증나는 하루를 보냈을텐데 더운날 지갑까지 놓고가는 실수를 했으니 열이 단단히 났을 것 같았다. 나는 같이 퇴근하자고 이야기 하고, 부랴부랴 내 짐을 쌌다. 함께 내려가는데, 그녀가 말한다.
“아, 아까 그 선생님 말씀에 우울해서, 오늘 특별히 스스로에게 아이스 까페라떼를 선물로 주려고 별다방에 갔는데, 주문 다하고 계산하려는데 지갑이 없었어요. 완전 부끄부끄”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는 큭 하고 웃었다. “아이스 까페라떼요!” 했는데, 바로 “아, 제가 지갑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했을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하지만 곧 다이어트 중이라 점심도 잘 거르는 사람이 아이스 까페라떼로 자신의 우울함을 달래려고 했다는 것에 나의 생각의 안테나가 섰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문까지 나가는 내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내가 아이스 까페라떼 한 잔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져야 하는 건널목 앞에 섰을 때, 그녀에게 커피 한 잔 함께 하자고 말했다. 그녀는 아니라며, 선생님 바쁘신데 얼른 가서 책 읽으시라고 했다. 나는 괜찮다며, 저자조사는 이미 다 끝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별다방 말고 더 좋은 카페로 가자고 했다.
나도 다이어트 중, 그녀도 다이어트 중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간식으로 이것저것 사먹을 수가 없는 시기였다. 저녁 대용이 될만한 호두가 들어간 크림치즈 빵 하나와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이스 카페라떼를 시켰다. (여기서 하나 밝혀 두고 싶은게 있다. 나는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 호두가 들어간 크림치즈 빵을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냐고 비난하지 말아주길.......)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이제 20대 중반, 내가 다시 20대 중반으로 돌아간다면, 난 더 넓게 방황을 할 것 같다. ‘될까?’ 라는 두려움과 의구심이 가득찬 물음은 집어치우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면 즐겁고, 행복한지에 대해 열일 제치고 찾아나설 것 같다. 강의도 많이 듣고, 책도 읽고, 저자 사인회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여러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어볼 것 같다. 인턴도 해보고, 연봉을 많이 주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쫓아가 볼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안정적인 직업 ‘교사’가 되기 위해서 임용을 해야할지, 사립학교를 넣어봐야 할지 고민하는 그 앞에서 나는 “교사 정말 하고 싶어?” 하고 질문했다. 그리고 그녀가 예전에 중세 문학에 관심이 있다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내어 “차라리, 대학원 가는거 어때?” 라고 던져봤다. 그녀는 두런두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내게 질문을 했다. “그럼 선생님은 지금 뭐가 하고 싶으세요? 어떻게 자기 길을 찾으셨어요?” 나는 대답했다. “나?”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 근데 내 직업으로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진 않아. 우연히 듣게 된 강의에서 기질을 분석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고 나니 꼭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게 많더라고. 자기 가치관 경매해봤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나는 처음에 해봤을 때는 권력, 명예 이런 가치를 샀었거든. 근데 올해는 ‘자유로움’이라는 가치에 7천7백만원을 걸었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아. 그러면서 자신이 가장 행복한 일들을 하며 살면 좋겠지.” 중간에 내가 대중강사형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내가 말을 다 마치자 그녀는 정말 대중강사형이 맞는 것 같다며, 오늘도 청중 한명의 마음을 사로잡으셨다고 피드백 해줬다.
나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더 했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 그리고 가장 많이 걱정하고, 돌보고, 잘 되고 싶어하지. 이때 다른 사람의 시선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그 나이드신 선생님 말씀은 그냥 흘려버려. 그분은 그냥 할 말이 없으니까 아는척 하시면서, 이야기 해본거 아닐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느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얼마나 자기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느냐 같아. 푸념하고, 한탄하기 보다, 또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아둥바둥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이 이루어 나가고 싶은 삶에 초점 맞춰 생각하고, 공부하고, 활동해 간다면 더 생산적인 삶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방황 많이 해.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봐. 돈이 없어 못한다는 말은 핑계가 불과할 뿐, 자신이 하고 싶다면 뭐든 다 하게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여성 리더들은 모두 체력관리를 한다. 1시간 운동하고 2시간 일하는 사람이 3시간 동안 일하는 사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고. 다이어트도 열심히하자.”
그녀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했었는데, 뭐도 없는 내가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칭찬받고, 내가 충전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과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강사가 운영하는 회사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공개채용이 언제 났었는지를 보았다. 올해도 공개채용이 나기를 기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농구공을 꺼냈다. 여성리더들은 1시간은 운동하고 2시간은 일한다고 내 입으로 말하고 나니, 행동이 바로 따라왔다.
「파우스트」를 다 읽고 난 지금, 난 그 나이드신 선생님과 내면에서 내기를 건다. 강사의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용고사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찾아가는 나의 삶을 통해, 내가 내기에서 승리할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국어 선생님께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글귀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종종 좋은 충고도 참고하면서 말이야.”
나도 다이어트 중, 그녀도 다이어트 중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간식으로 이것저것 사먹을 수가 없는 시기였다. 저녁 대용이 될만한 호두가 들어간 크림치즈 빵 하나와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녀는 아이스 카페라떼를 시켰다.
↑(-_-)
이거 머임.ㅋㅋㅋㅋㅋㅋ 나 배 아파 죽을라그럼.ㅋㅋㅋㅋㅋㅋ 먹는 것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디테일해... 막 입에 씹힐려 그럼. 너 진짜 배고팠던 모양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아. → 이 부분 완전 많이 뭉클하다. 네 글 읽으면서 나도 위대한 격려를 받은 느낌이야. 세린이 너 정말 말을 잘해주었구나. 너 이상으로 훌륭한 대답을 해주기는 힘들 것 같아. 그 새로 오신 선생님이 운이 너무 좋은데?
최세린은 귀여운 활력소지요. 그러나 가끔 속에 있는 슬픔도 참지마라. 오빠과 언니들이 많으니 -부지깽이
이것 기억나지. 연구원발표하면서 스승님이 하신말씀.
그때 많이 의아해했었지. 슬픔도 참지마라. 무엇일까. 혼자서 상상을 잠시 했더랬고
같이 공부하면서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었는데...그것이 매년써야하는 이력서와
교사사회에서는, 비탈길에 엉거주춤 자리를 못잡아서 다리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버린 상태?
뭐 이런건가....또다른 뭔가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비탈기에서면 중심이 잡히지 않아서 힘이들지. 바닥에 왕모래나 자갈이 몇개 깔려있으면 미끄러지기도 하고
잘 버티고 견디는 것도, 아예 미끄러져서 주저앉았다가 탈탈털고 일어서는 것도
발을 빼고 다른 길을 걷는것도 다 의미 있는 인생이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비단 20대만 그런것도 아니고 30대만 그런것도 아니더라. 내가 살고 있는 40의 마지막해인 지금도
더 많이 시간이 흘러버려서 이제 갈길이 적게 남은 인생도 늘 내가 이렇게 사는것이 잘 사는건가?
옳은 건가?를 소 되새김질하듯 하면 살고 있더라. 인간이란 동물은...
아무튼 착한아이병에는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본인이 행복할때만 착해지기. 이게 좋을것 같아.
길수행님 ㅠㅠㅠㅠ
'난 우울한 거 잘 몰라.'라고 말하며 살았던 지난날들이 있었어요.
정말 '우울'이 뭔지 나는 잘 모른다고 세뇌시키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사실 우울하고, 울고 싶고, 막 속에 있는 슬픔을 터뜨려 버리고 싶은데,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말해도 돌아오는 피드백은 '잊어버려, 다시 열심히 하면 돼.'와 같은 상투적인 말들.
근데 따지고 보니 저도 다른 사람들의 슬픔이나, 힘듦을 그렇게 되받아치고 있더라고요.
내가 가진 슬픔은 작은거고, 별 것 아니니까 슬픈티 내지 말자라는 신조로 산 것 같기도 하고..
남들이 알면 콧방귀 낄 그런 일들에 애써 태연한척 하다보니까 (너만 그런거 아니야. 다들 요즘 힘들어. 이런 반응일까봐..)
착한아이병 NO!! 내가 행복할 때만 착해지기 YES!! 저도 이게 좋을 것 같아요.
길수행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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