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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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약간의 모성애 부족, 어쩌면 평균 이상으로 뛰어난 업무 능력, 어쩌면 (성공 또는 돈에 대한) 조금 과한 욕심 때문에 일하는 엄마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였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권경민, 『회사가 붙잡는 여자들의 1% 비밀』 중에서
동의한다. 모성애가 강한 여자는 일하면서도 아이 얼굴이 시시때때로 떠오르니 회사에 있어도 온통 아이생각에 괴롭다. 평균 이상의 업무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조직에서 장기 생존이 어려우니 결혼한 이후까지 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지 않거나 돈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 여자도 중간에 포기하기 쉽다. 그러니 30대 중반을 넘긴 워킹맘들은 모성애가 약간 부족하고, 평균 이상의 업무 능력을 가진, 돈이나 사회적 성공이 절실한 여자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모셨다.(?) 이름하여 <워킹맘 4인4색> 각기 다른 색깔의 4명의 워킹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인터뷰에 참여한 워킹맘 4명은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치펌의 컨설턴트(헤드헌터)들로 다음과 같은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신분 노출을 꺼리는 그녀들을 위해 TV 프로그램 ‘짝’에서 그 표기법을 빌려 왔다.)
워킹맘 1호 : 38세.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격유형 A의 인간이다. 사회적으로 유능하다거나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일 처리가 완벽하고 성공지향적이다.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항상 불한하고 긴장한 상태이다. (그녀는 회사에서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수직원이다.) 그녀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며 시계추처럼 정확한 남편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 도우미업체의 도움으로 육아와 가사일을 해결하고 있다.
워킹맘 2호 : 38세. 유치원에 다니는 개구쟁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조선족 아주머니가 입주해 가사일을 전담하고 있으며 주말마다 아이들과 캠핑 다니는 낙으로 살고 있다. 그녀는 ‘타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성격으로 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워킹맘 3호 : 38세.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 쌍둥이를 주중에는 친정 부모님에게 맡기고 주말에만 집으로 데려온다. 친정 부모님이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워킹맘 4호 : 35세. 아이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나의 행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 딸을 친정 어머님이 돌봐주신다.
인터뷰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구동성으로 ‘육아’라는 대답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모두들 ‘내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고민한다.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답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빗나갔다. 솔직담백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워킹맘 1호 : 나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다. 물리적으로는 같이 있어 줄 수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자원은 과감히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또한 엄마들과의 인적네트워크도 철저히 관리하여 내 아이만 소외되는 일은 없도록 한다. 전업주부의 정보력을 활용하기 위해 나는 엄마들 커뮤니티에도 반드시 참여한다. 아이들을 위한 감정적인 보살핌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나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아이와 남편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긴다. 나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고 자정이 넘은 1시에 잠이 든다. 4시간 반 자면서 최선을 다하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알아주지 않으니 서운하다. 과학 공부를 엄청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85점을 받아 왔을 때 나는 좌절했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다. 남편이나 애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할까봐 두렵다.
워킹맘 2호 : 나는 육아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워킹맘인 탓에 아이들이 감정적인 요구를 할 때 들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아플 때는 옆에 있어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워킹맘 3호 : 나는 아이들보다 내 인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이고 싶지 않다.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다. 나는 아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보다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길 바란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밝은 심성을 지녔으면 좋겠다. 나는 전업주부들과 네트워킹하면서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나는 예순이 넘어서도 일하고 싶다. 육아를 위해서는 최대한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워킹망 1호 : 아이들 커뮤니티도 검증이 필요하다. 나는 주요 모임에 꼭 참석해 미리 계획한다. 학교 어머니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엄마들 모임에도 나간다. 아이들의 학업 성과와 교우 관계가 철저히 관리되지 않으면 나는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가 나쁜 아이와 어울리고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모두 내 책임일 것이다. 아이의 성공도 내 성공의 일부다.
워킹맘 2호 : 엄마가 아니면 해줄 수 없는 것을 직장 때문에 못 할 때 괴롭다. 그럴 때 마다 내가 왜 직장을 다녀야 하나 고민한다.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아이의 행동이나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장에 다녀서 그런가 생각한다.
워킹맘 3호 : 나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흔들릴 수 없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 어릴 적에도 우리 엄마는 항상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나는 반듯하게 자랐다고 생각한다.
워킹맘 4호 :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육아에 최선을 다하지도 회사 일에 올인하지도 않는다. 직장 동료 중에 부모가 아이의 인생 설계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충격이었다. 아이를 낳은 직후에는 희생하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
워킹맘 1호 : 우리 엄마는 쉰에 돌아가셨다. 항상 아버지에게 숙이고 평생을 참고 사셨다. 나는 그 이유가 경제적 불균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직장을 놓을 수가 없다.
워킹맘 4호 : 우리 집은 모든 것을 엄마가 결정하셨다. 아버지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셨다. 엄마는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해결하는 대장부셨다.
워킹맘 3호 : 나는 전형적인 마마걸이었다. 우리 엄마 인생의 99%는 나였다. 나의 물질적, 정신적 지주는 우리 엄마다. 엄마는 교사셨는데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과는 거리가 먼 분이다.
워킹맘 2호 : 간혹 사람들이 묻는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제일 필요한 시기인데 왜 일을 하는가?’ 나는 일이 숙제와 같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 같다. 친정 부모님이 나를 힘들게 대학원까지 공부시켰는데 집에 있으면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들 것 같다. 남편도 가장의 짐을 혼자 지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내가 일을 해서 그의 짐을 함께 질 수 있으면 좋지 않는가?
워킹맘 3호 : 나는 절대적으로 경제적인 이유가 제일 크다. 그게 나의 일하는 이유다.
워킹맘 4호 :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왜 꼭 여자가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가?’ 후에 내 딸이 그렇게 살면 끔찍하다. 재능 있고 똑똑한데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집에 묶여 있어야 한다면 불쌍하지 않은가?
워킹맘 2호 :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서 힘든 것은 아니다. 엄마가 해줘야 할 것이 있다. 엄마의 영역과 아빠의 영역이 나뉘어 존재한다.
워킹맘 4호 : 어린 딸이지만 감성적으로 채워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육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것 같다. 엄마가 집에 있다고 완벽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워킹맘 2호 : 우리 엄마는 장사를 하셔서 일하는 엄마였지만 내가 필요할 때는 옆에 계셔 주셨다. 나도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워킹맘 4호 : 아이가 5개월이 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나의 인생에 만족할수록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워킹맘 3호 : 애들 3개월 때부터 친정 부모님이 돌봐주셨다.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나에게 회사 그만 두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주중에는 아이들이 친정에 있지만 주말에는 정말 몸이 부숴져라 놀아 준다.
위킹맘 2호 : 큰 아들이 7살이 되면서 공부가 걱정이다. 아들은 온 몸으로 느끼며 자신의 요구를 내놓는다. 축구 레슨을 받는데 다른 아이들 엄마는 다 데리러 오는데 왜 우리 엄마는 오지 않느냐고 말한다. 가슴이 아프다.
워킹맘 1호 : 항상 투 잡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직장에서 일이 끝나면 집에서는 쉬고 싶은데 집에서 다시 근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이쯤에서 나의 주제인 ‘휴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워킹맘 1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휴식법을 쏟아낸다.
워킹맘 1호 : 술 마시기, 쇼핑하기, 영화보기, 독서하기, 시술 받기 등등이다. 항상 정해긴 시간에 빨리 해결해야 하므로 뭔가를 계획해서 쉬기는 어렵다.
워킹맘 3호 : 친구와 수다를 떨다 보면 해답은 없지만 공감을 얻게 되어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워킹맘 2호 :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나에게 휴식은 없을 것 같다. 아이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워킹맘 4호 : 혹시 회사에서 아이 생각이 나는가? 나는 전혀 나지 않는다.
워킹맘 3호 : 회사에서는 전혀 아이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애들 전화도 깜빡깜빡 잊어 버린다. 일하느라 여력이 없다. 아마도 친정 부모님에 대한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워킹맘 1호 : 나도 놀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싶다. 그래서 애들이 약속한대로 뭔가를 해놓지 않으면 화가 난다. 나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어떤가? 4인4색 워킹맘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는가? 모두 일하는 엄마이지만 일을 하는 이유도, 육아에 대한 견해도 다르다. 나는 워킹맘의 생활에 정답이나 정석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의 성향과 필요에 맞게 삶을 적절히 운영하면 된다. 아마도 워킹맘 1호는 아이들을 닦달하며 자신의 일도 철두철미하게 하며 살 것이다. 워킹맘 2호는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숙제 같은 자신의 일을 계속할 것이다. 워킹맘 3호는 돈을 벌기 위해 계속 일할 것이고 4호는 아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바람은 있다. 나는 워킹맘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아이들을 돌보았으면 좋겠다.
경영컨설턴트 한근태는 모 토크쇼에 출연해 ‘일과 삶의 조화는 천칭이 아니라 윈드서핑의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천칭은 양쪽의 무게가 똑같아야 평형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일이 바쁜데 균형을 위해 일을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회사에서 10시간 일했으니 집에서도 10시간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면 윈드서핑은 돛을 잡고 바람의 강약에 맞추어 균형을 잡으며 세일링을 하는 것이다. 워킹맘의 생활에 비유한다면 ‘바람 = 외부환경, 돛=자신, 서핑 보드 양쪽 = 일과 가정’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두 발을 일 쪽에 두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의 방향이 심상치 않다면 가정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윈드서핑을 하려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적절히 바꾸며 파도를 타면 된다. 그러면 먼 거리를 오기며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 훌륭한 윈드 서퍼가 바람을 잘 읽어 돛의 방향을 적절히 바꾸듯, 행복한 워킹맘은 상황을 판단한 후 자신을 중심에 두고 전략을 설정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아’라는 돛대가 튼튼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나는 위킹맘들이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으로부터도, 투 잡을 뛰는 직장인의 고단함에서도 벗어나 탁 트인 바다에서 신나게 윈드서핑을 하는 것처럼 살면 좋겠다. 아이든 가족이든 누군가를 위해서, 돈이든 성공이든 무엇인가를 위해서 꾹꾹 눌러 참으며 하루 하루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해야 성과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래 사진처럼 푸른 바다에서 핑크빛 돛을 잡고 있는 건강한 윈드 서퍼가 바로 그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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