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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8일 10시 10분 등록

장자 잡편의 열어구에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장자 앞에서 자신의 영달을 뽑내는 동향인에게 세상의 부귀는 권력자의 엉덩이에 난

치질을 빨아 내는 짓과 같은 정신의 굴욕으로 얻게 마련이다라고 일갈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장자는 비록 높은 벼슬을 하지 않아,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정신적

굴욕을 쫒아 부귀에 매달려 살려고 발부둥 치는 행위를 조크로 대변 했다.

누구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조직 안에서 많은 부침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고비 마다 결정적 선택을 하거나, 정신적 굴욕을 견디어야 한다.

 

하루는 장자가 부유한 김하후에게 쌀을 얻으러 갔다. 김하후는 말했다.

좋소이다. 내가 받을 돈이 있는데 받으면 300냥쯤 빌려 드리겠소. 어떻소이까?

이 말을 듣고 불쾌해진 장자는 응수했다. “내가 어제 길을 가다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수레 자국에서 물고기가 애걸을 하고 있었소. 그는 동해의 물고기이며 지금 몹시 목이 마르니 내게 물을 좀 퍼다

달라 했소. 그랬더니 불쾌해진 물고기는 당장 물이 조금만 있으면 족한데 동해의 물을 끌어올 때엔 이미 어시장의

건포가 되어 있을 거라고 합디다.”

장자의 세속적인 생활을 그 자신이 정확하게 표현했듯 오독(汚瀆) 속의 인생이었다.

그는 오독 속에서도 해학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지난주에는 본사 전체 리더들이 모여서 Melt-in행사를 가졌다.

대 규모 행사 였지만, 서울에서 조촐하게 단일 행사로 치뤘다.

예전 같으면 관광 버스를 타고 강원도 평창이나 다른 교외 지역으로 나가

맛껏 즐기는 시간 이기도 했다.

저녁 시간에는 흥을 돋구기 위해 유명 연애인도 불러 오고 내부 단합을 과시 하기도 한다.

주거니 받거니 밤새 마신 술이 그립기도 하지만, 역시 아침에 먹는 황태 해장국은 맛깔 스러웠다.

 

그러나 올 해는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내부 행사의 변화는 작년 년말 실적이 목표 대비 크게 부진 한데 이유가 있다.

행사 내내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경영진은 이런 속 내를 숨기지 말고, 돌아가면 직원들과 공유해 달라고 당부 까지 한다.

사뭇 달라진 분위기 이다.

행사 내내 칭찬과 격려는 찾아 보기 어려웠다.

  

아마도 우리 조직은 분위기상 사람인가? 조직인가? 라고 물으면 늘 사람이 먼저 라고

이야기 한다. 경영진도 단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을 Push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일년에 한번씩 360도 평가를 한다.(하급자가 상급자를 평가 하는 제도 임)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리더는 차기 년도 보임 될 때 심각한 질타를 받을 수 도 있다.

하여튼 우리는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고 배우고, 가르치고, 행동 하는 걸 우선시 한다.

 

이런 조직이 성과의 부진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성과 달성에 크게 미달 된 사항을 논의 하는 자리였지만, 회사의 업에 맞는 규율이

작동되지 않는 사례들을 줄줄이 보여주고 지켜지지 않는 원인들을 토로 했다.

 

예를 들면 많은 전문가들이 사무실에서 프로젝트에 나가지 못한 대기 인력들이 있는 경우에,

때 마침 지방에서 프로젝트가 생겼다. 그러면 대기 인력 중심으로 팀을 구성 해서 프로젝트에

내려가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려 가야 할 프로젝트 멤버들이 내려 갈 수 없다고 하여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우리를 아프게 했다.

아마도 팀장들이 팀원들에게 지방에 내려가 달라고 설득(?)을 구하는 과정에서 한사코 내려

갈 수 없다는 의견들 때문에 곤욕을 치루웠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인력을 채용해서라도 프로젝트를 수행 해야만 했다.

본사에 있는 인력은 일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대기 하고, 새로 생긴 프로젝트는 지방에 내려갈 인력이

없는 관계로 충원을 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대기 인력이 있지만, 새로운 인력를 채용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은 여러 사례에 한가지 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인건비는 상승하고, 손익은 곤두박질 하여 상황이 나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다.

 

인간을 존중 해야 한다고 말 하는 조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가끔 컨퍼런스 때 외국 친구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활고를 듣게 된다.

외부 프로젝트가 있을 때 마다 그들은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수행 한다.

주말에는  플라이 백을 하여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주말 마다 몇 시간 씩 비행기를 타고 움직이는 일이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Ground Rules은 프로젝트에 따라 자신의 거처가 결정 된다 하더라도

이에 순응 하는 규율이 광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 이다.

 

이들에게 물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 프로젝트에 내려 가지 않겠다고 말 하지 그래?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방에 내려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는 순간, 자신이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 드린다.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Manager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서 승인을 받기도 한다.

 

조직에서 인간을 존중' 한다고 말 할 때 전제가 있다.

그 안에 모여 있는 인간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또한  합리적인 사람들이고,

그래서 합리성에 기초해서 행동 한다는 전제가 들어있다.

만일, 서로가 합리적이지 않게 행동 할 때, 조직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 하게 된다.

오히려 인간 존중 보다는 인간이 중심이 된 조직.

자율성 과 주체성을 살려내는 리더쉽을 기반으로 조직 성과 목표를 달성 한다.

성과를 만들어 내는 조직의 리더들은 광적인 규율들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자들 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선택에서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회사의 리더들은

고집 스러울 정도로 일관되게 광적인 규율(높은 목표, 가치, 성과 목표 측정)을 실행 한다고 지적 했다.

이것은 권위주의나 관료주의가 아닌 자발적 반응을 보이는 규율이라고 한다.

 

만약, 조직 성과가 실패 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리더의 책임 이다.  그래서 리더는 성과에 관한 한 양보 할 수 없는 원칙을 고수 해야 한다.

 

직원이 중심이 된 회사, 고객이 중심이 된 회사에서 성과 목표를 달성 할 수 있을려면

리더들을 새로운 경영의 시도중 하나, '광적인 규율'등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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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0:15:00 *.154.223.199

지방근무를 거부하면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외국회사는 받아들이는군요.

많이 다르네요.

장자 이야기부터 순자 이야기와 버무려진 경영 이야기가 명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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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0 00:24:30 *.7.21.22

좋은 말씀입니다.

경영진은 단기 경영목표를 달성해야하고, 손익의 압박까지 받아야하며, 조직을 아우를만한 로드맵도 제시해야 하니 허옇게 변해가는 머리카락까지도 감내해야만 하는 외롭고 고독한 위치인점은 그 누구나 백배 공감합니다.


그와 반대로 이상향만을 주장하는건 서로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입니다.


이런 현상이 점점 늘어나는건 진부한 경영학(감시와 통제가 정밀해지는) 원론적인 관점과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가 아닌 설득을 통해 대화를 해야하는게 곤욕이겠지요.


 양측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서로 납득할만 한지 객관적 시각에서의 판단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욕망과 중용의 갈림길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해야만 하는건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편협한 시각으로만 말씀 드리는건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다음주 컬럼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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