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서연
  • 조회 수 242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3년 2월 18일 11시 19분 등록

투자자들은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시장 또는 새로운 산업에 대해 항상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버트런트 러셀의 말처럼 "인간의 감정은 아는 것에 반비례한다. 잘 알지 못할수록 더 쉽게 뜨거워진다"_마크 파버 내일의 금맥(Tomorrow's Gold)

 

나의 주식투자 역사상 세번째 엔젤투자였다. 순서는 그렇지만 돈의 규모로는 첫 번째이다. 처음은 KTF였다. 고객이 KT직원이었는데 그분의 말을 듣고 KTF주식을 매수했다. 몇 백 만원 수준이었지 싶다. 사만삼천원에 매수하여 십오만원에 매도했다. 1999년 코스닥 투자열풍이 한창 일 때다. 또한 통신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하던 때이기도 하다. 내 직장은 증권회사가 아니었다. 펀드영업을 하는 투자신탁회사였다. 장외주식에 대한 지식이 미천한 상태에서 고객이 주식을 알선해주었다. 고객의 지인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매수했다. 얼마 있지 않아서 KTF는 상장을 했는데 연일 주가가 올랐다. 매일 아침 주식시장이 열리면 나는 나의 주식계좌에 있던 돈을 셈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과장 시절이었는데 KTF말고 다른 주식도 몇 개 있었다. 다른 종목들은 모두 기억에 없다. 하루 동안 계좌잔고 변동폭이 내 월급의 몇 배를 웃돌 정도였다.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로 1999년 주식시장은 통신주가 대장이었다. 마치 2000년이 되면 천지가 개벽할 것처럼 온 세계가 떠들썩 했다. 새천년이 시작되었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식시장만 새해 개장 첫날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내 계좌의 잔고도 급속도로 줄고 있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기세 좋게 오르던 주식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대장주로 오르던 주식은 빠질 때도 대장으로 빠진다. 탐욕과 공포의 조합이 만들어낸 사람의 심리가 하락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1월 한 달을 신나게 빠지던 주가에 반등이 들어온다.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오르기도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빠지지도 않는다. 급하게 하락하던 주가는 다시 오른다. 이 정도면 많이 빠졌다는 심리가 작용할 수도 있고 고점대비 해서 많이 싸진 가격 메리트가 작용한 탓이다. 어느 정도 주가가 회복했을 때 나는 주식시장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좌의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 현금화된 자금을 3년 동안 찾을 수 없는 환매불가형 채권형펀드에 몰아넣었다. 본인사망이나 해외이주 금치산자선고등 법정중도해지 사유가 아니면 찾을 수 없는 펀드였다. 나의 전 재산이었는데 3년은 절대 손을 댈 수 없는 상품에 가입을 한 것이다. 주변에서 마구 말렸다. 그러다가 3년 안에 죽으면 어떻게 하냐? 제정신이 아니다...왜 그러느냐? 싸늘한 주변의 반응과 달리 내 마음은 단호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돈의 변동성에 팔려서 일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돈을 벌려고 직장을 다니지만 내 업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일이다. 내 자산에 정신이 팔려 고객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난다면 이것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당시 나의 회사가 증권회사였었으면 다른 결정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본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시장에 대하여 알아야 하는 것과 시장에 내가 참여하는 것의 차이는 컸다. 모든 돈을 정리하여 손도 댈 수 없는 상품에 가입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제정신으로 본업에 충실한 직장인이 되었다. 나의 이런 실행이 있고 난 며칠 뒤부터 시장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끝없는 추락이었다.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는 날들이다. 주변에서 현금화 하지 못한 동료들의 곡소리가 진동을 했다. 나의 행동에 대하여 무모하다고 하던 동료들의 계좌잔고는 매일매일 소리 없이 줄어들고 있었다. 겉으로 표시는 하지 않아도 부러움과 시기심이 함께하는 날 들이었을 게다. 내가 특별한 혜안이 있어서 시장을 빠져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건 아니다란 느낌에 따라 실행을 한 것뿐인데 시장은 나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었다. 요즘같이 채권이 시가평가로 거래되는 시절이었으면 나는 채권형펀드에서 다시 한 번 대박이 났을 상황이다. 고금리의 채권에 투자하여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의 가격을 상승한다. 채권시장에서 대박이 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기였다.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다. 당시 알았다 해도 대한민국은 채권을 장부가 평가 하던 시기라 시장에서 실물로 채권을 샀어야 하는데 그 정도의 공부가 있었으면 그랬을 거란 말이다.

 

두 번째는 동생이 추천하는 회사였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관계 있는 회사라고 했다. 바이오회사였다. 회사탐방을 다녀오고 재무제표를 보았다. 수치상으로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었다. 특히 바이오회사란 것의 진면목을 파악할 만큼 내게 혜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삼백만원을 투자했다. 그야말로 재미 삼아 했던 것이다. 동생은 그 회사에 꽤 매력을 느끼는듯했다. 두번째 엔젤투자를 하던 시기에는 나는 이미 증권회사로 변모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주식시장의 매커니즘에 대한 지식이 생겼던 터라 무턱대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지나니 이 회사가 나스닥상장을 추진 중이라며 장외에서 시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내 투자금액의 1두 배가 되던 날  원금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큰 금액을 투자한 것도 아니고 수익율도 나쁘지 않았다. 지인에게 주식을 넘기기로 약속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남아 있어서 원금만큼의 주식은 남겨두고 수익에 해당하는 만큼만 매도를 하기로 했다. 수량과 단가를 정해서 주식을 넘겨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며칠이 흘렀다. 그 며칠 사이에 시세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매수하기로 한 사람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시세가 올라서 주식을 넘겨주지 않거나 더 높은 가격을 달라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는듯했다. 동생이 중간에서 소개를 한 사람이었다. “염려 하지 마라. 약속을 했는데 그걸 어기지 않는다.” 그렇게 안심을 시켜놓고 며칠 뒤에 주식을 넘겨주고 삼백만원을 받았다. 내 계좌에는 처음 매수한 주식의 반이 남아있었다. 나는 투자원금을 회수한 것이다. 그 돈을 가지고 골프채 두 세트를 샀다. 공짜로 생긴듯한 돈이라서 그랬는지 남편에게 골프채를 사 주겠노라며 생색을 내고서는 두벌을 구입했다. 내 주식을 인수해가지고 간 사람은 못내 미안했는지 선물을 하나 사 주겠노라고 했다. 두번째 투자에서 남은 것은 골프채 두벌과 명품 명함집 그리고 아직도 비상장 상태인 회사주식이다.

 

 세 번째는 태양광업체로 이름을 날리다가 지금은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N사다. N사에 투자할 당시 나는 증권회사 지점장이었다. 나름 시장분석에 탁월하다는 직원을 데리고 있었고 그로 인한 성과도 좋았다. 사람에 대한 믿음, 가치주에 대한 믿음이 충천할 때이다. 지인의 부탁에 의해 알게 된 회사에 탐방을 하고 업황을 분석하고 회사의 매출과 성장성을 분석했다. 어느 하나 손색이 없는 회사였다. 투자를 결정하고 내 돈과 고객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대에 부흥하는 실적 성장과 상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떼돈을 벌어보겠노라고 욕심을 내는 고객의 수는 늘어만 갔다. 직원의 확신도 높아지고 있었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극에 달하던 시기이다. 장부로 보이는 수치에, 메스컴이 쏟아내는 핑크빛 전망에, 회사대표가 가지고 있던 경력과 학력에, 모두가 매몰되어가던 시기였다. 회사를 옮긴 후에 다른 사람에게 분석의뢰를 해보았다. “뭔가 느낌이 좋은 회사는 아니다” 란 답이 돌아왔다. 주식매매를 하면서, 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들의 주가흐름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징후들이 있다는 것이다. 징후가 그냥 징후로 끝나면 좋은데 아닐 때는 치명타이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N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일에서 거리 두기를 하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투자에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맹목적 신뢰를 가지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서서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실전에 경험이 더해지니 그 동안 우리가 보아온 주식시장이 모두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되고 내가 인지하고 있는 정보가 사실이 아닐 개연성도 알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보자. 남의 자식처럼 보자. 내가 아닌 타인으로 보자.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하나. 이렇게 많이 알려진 정보가 수 많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대박을 안겨줄까? 투자를 한 사람들은 모두 대박을 꿈꾸고 있었다. 최소한 서너배의 상승을 바라면서 자신의 많은 재산을 밀어 넣었다. 세상일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에서 많은 수익이 발생하기는 어렵다. 주식시장이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다. 결론이 여기까지 이르고 나서 나는 지인들의 주식을 팔았다. 아주 가까운 사람부터. 나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 정말로 많은 수익을 발생하여 인생역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생역전을 꿈꿀 만큼 많은 투자를 한 사람에게 내 말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미래에 나의 의견이 틀려서 확보가능한 수익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원망은 내가 듣기로 결정했다. 감수 가능하다는 판단이 든 고객계좌에서는 N사의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 대부분은 원금에 약간의 수익이 생기는 정도였고 손해가 난 고객도 있었다.

 

한 두달 후 절대 일어나지 말았으면 했던, 일어날 거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생겼다. 내가 주식을 처분한 것은 다른 투자대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였지, N사가 분식회계에 상장폐지 될 운명을 예견한 건 아니었다.

 

어릴 적 비누방울 놀이를 하며 놀았다. 문방구에서 돈을 주고 사도 됐지만 용돈이 없었던 나는 집에서 물에 빨래비누를 풀어서 놀곤 했다. 영롱한 비눗방울이 자그맣고 동그란 기구 사이로 퐁퐁거리며 달려나간다. 일렬로 달려나간 후에는 각자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두둥실 떠오르기도 하고 얼마 가지도 못하고 바로 수직낙하하기도 한다. 커다랗고 오래가는 비눗방울을 날려보내는 것이 이 놀이의 백미이다. 자꾸하다 보면 비누의 농도에 따라 황금비율이 발생한다. 그 진리를 터득을 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한 순간 적당히 커다랗고 예쁜 비눗방울 하나가 두둥실 눈 앞에서 놀고 있을 때가 있다. 그 표면을 들여다보면 내 얼굴도 보이고 빨,,,,,,보 무지개색도 보인다. 예쁘다. 영롱하고 아름다운 표면이 한 순간 퍽! 터진다. 그리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디로 간 걸까. 공기중으로 사라져버렸다. 환상에 빠져 있는 순간에는 그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비눗방울이 터져서 사라져버리듯이 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비눗방울 놀이 하듯이 N사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N사에 투자를 시작하고 회사를 옮기게 되고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시선으로 주식을 바라보게 되었다. 덕분에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도를 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될지 그른 선택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선택 후에 발생할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엔젤투자는 모두 성공이다.

 

돈으로 성공을 말할 수도 있고 경험으로 성공일 수도 있다. 주식시장에 절대 바라면 안 되는 것은 안전하고 좋은 주식을 찾는 일이다. 이런 주식은 절대 없다. 절대란 단어는 사실 금기어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미래를 두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감히 절대란 단어를 써야 할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들을 하니 말이다. 안전하고 괜챦은 주식 없어요? 저는 장기투자할려고 하거든요...이런 말은 제발 하지 말자. 차라리 단기에 대박 가능성 있는 주식 없어요? 이 말이 더 인간적이다. 물론 대답은 그런 것 있으면 제게 가르켜 주시겠어요? 이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말이다.

 

“인간이 미숙하고 불완전하듯이 경제학은 미숙하고 불완전한 학문이다. 아주 긴 관점에서 보면 매수 후 보유전략은 확실히 돈을 잃는 투자방법이다. 한때 위대한 투자였다 하더라도 다른 시기에는 재앙이었고 아주 장기적인 성공작은 거의 없었다. 사업, 발명, 혁신, 정복, 합병등은 어느 경우에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많았고 아무리 성공적인 투자였다 해도 장기적으로 5%의 수익율을 보장해준 투자는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충분히 평가가 이뤄진 대상에 대한 투자는 재빨리 포기해버리고 확실히 저평가돼 있는 투자대상을 시의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일의 금맥의 저자 마크 파버의 말이다.

 

"투자할 돈이 어디 있어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라고 하던 고객들이 엔젤투자를 하자고 하니까 어디서 돈을 구했는지 알 수 없는 자금이 계좌에 입금되었다. 러셀의 말이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인간의 감정은 아는 것에 반비례한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일수록 더 뜨거워진다."

 

또 토머스 투크(Thomas Tooke) 1838년도 저서 <물가의 역사 A History of Prices>에서

적은 돈만 투자해 큰 이익을 얻기를 꿈꾸는 기대감은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다. 도박으로 이끌리는 인간 본성은 끊임없이 대중으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꼬드긴다. 무지한 개인은 물론 왕자, 귀족, 정치인, 법률가 물리학자 성직자 철학자 시인 등 지위고하와 남녀를 막론하고 근거 없는 대박의 기회에 자기 재산을 투자한다.

 

동의하는가?

 

IP *.217.210.84

프로필 이미지
2013.02.18 19:23:08 *.194.37.13

저 또한 주식으로 돈을 날린 경험이 있기에,

100%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돈의 유혹에 내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02.20 08:02:42 *.51.145.193

'잘 알지 못할수록 뜨거워진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누님 덕분에 '아주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해 제약 당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