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mp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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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 자기경영 --- 죽어야 사는 여자 |
변화Story1.-명리, 아이러니 수용 (한계에 대한 사랑)
변화Story2.-민낯 드러내기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변화Story3.- 습관의 씨앗 (시간과 호흡하는 실천력)
변화Story4.-‘구본형’ 정신 (매일 되살아나는 남자)
* * *
명리(命理), 아이러니 수용
*
한 때, 겁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내 의지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 내 안에 늘 고여 흐르고 있었다. 내가 ‘동쪽으로 가리라’ 하면 동쪽으로 가고, 내가 ‘저것을 바꾸고 싶다’하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그 일에 몰두했다. 나는 늘 모험심이 넘쳤고 열정적이었으며 내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고자 이 세상에 태어난 듯 설치는, 다소 부담스러운(?) 여자였다.
적어도 30대 초반까지는 그러했다. 나는 ‘평화’라는 신념에 몰두했으며 ‘과거사의 책임’이란 의무감에 나를 헌신하듯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며, 세상 속 ‘여자라는 이름’으로 당하는 차별이 마치 내 일인 양 흥분하며 분노의 칼을 뽑아 들었다. 나는 이상주의자였으며 실천적 몽상가였다.
이런 나를 보고 ‘대단하다, 존경스럽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은 ‘무모하다 겁 없다’고 고개를 내 저었다. 나는 정말 세상에 대해 겁이 없었다. 나는 책읽기보다 내 발로 걸어서 세상을 탐험하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만나기를 좋아했다. 서로 무언가 통한다 싶으면 미친 듯 행복해 했고 늘 그 ‘통함’을 찾아서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절대적 진리인양 맹신하였다.
그러던 내가 무너졌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펄펄 날뛰던 여자가 벌렁 뒤로 자빠졌다. 나에게 한계는 늘 극복의 대상이었다. 나는 세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으로 보살펴야만 비로소 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
딸을 낳았다. 나는 내가 10달의 정성으로 생산한 딸아이를 보며 흐뭇했다. 아이도 잘 키우면서 내가 꿈꾸는 내 일도 제대로 잘 하고 싶었다. 당연히 남편은 아빠로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아이 양육에 함께 책임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아빠로서의 도리이고 제대로 된 아빠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개뿔.... 나의 그런 믿음은 오직 나만의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남편은 30대 중반, 한창 바쁘며 잘 나가고자하는 IT업계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었다. 남편은 하루 24시간을 회사 일에 몰입했으며 집안 일, 아이 돌보기 등은 아내인 내가 ‘알아서’ 잘 해주기를 진심으로 ‘당연히(?)’ 바라고 있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남자들의 이런 마음은 여자들이 남편에게 ‘당연한듯’ 돈 잘 벌어왔으면 하는 심리와 통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아이가 최우선인 수용적인 엄마가 되어야 했고 아이의 아빠인 남편을 잘 보좌하는 현명한 아내가 되어야 했다. 늘 집안 기운을 정갈하게 유지하며 온 가족의 편안한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흔쾌히 내어 놓아야만 집안에 평안이 깃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내 일과 꿈, 역할 등을 단숨에 훌훌 털어버리는 마음전환이 죽을 만큼 어려웠다. 불합리하게 여겨졌다. 아이는 함께 낳았는데, 아이 탄생과 동시에 나를 버려야 아이도 남편도 편안해 하였다. 나를 주장하고 상황에 불만하고 남편에 분노하면 집안은 험악한 꼴로 돌아갔고 그 어두운 분위기는 아이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으악~ 서은경, 한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니가 이제 여자로서 도를 닦아야 할 순간이다...!!”
강한 여자이자 솔직한 오만을 자랑하던 야생의 서은경은 생명을 품고 난 이후로 무너졌다. 일단 무너졌다.
매일 밤마다 그녀는, 세상을 가슴에 품고 중원을 말 달리던 과거 그녀의 잔상들을 떠올리며
삽을 들고 조용히 자신의 죽이고 그 시체를 땅에 묻는다.
신은 우리가 바닥에 나불러 자빠졌을 때만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이제 깨달았느냐... 버릴 수 있느냐... 다 버렸는냐.... 이제 나에게 순종하겠느냐......?”
나는 껌뻑 죽어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아이고 믿습니다.... 저는 없습니다....아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
‘이해’라는 것은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을 ‘내 눈에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이해가 시작된다.
세상도 타인도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오직 나의 변화에 최선을 다하여 역사의 돌담길에
나 담은 작고 이쁜 돌멩이 하나 살짝 올려놓을 수 있으면 뿌듯하고 감사하다.
‘하루하루 나 자신을 죽이고 변신해 가는 과정’ 그 길 위에서
밝은 빛이 보이는 한 방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바라보며 그저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이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 명리!
바로 '아이러니 수용'이 나의 첫번째 변화성장의 과제다.
'한계에 대한 사랑.....'
10 여 년 전, 인터넷 내 블로그의 첫 대문 글귀를 장식한 화두같은 문구다.
그때는 이 문구를 쓰면서 나는 얼마나 억울하고 슬퍼하며 울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이 문구에 별스러운 설움이 몰려들지 않는다.
내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제, 하나의 언덕을 넘었다.
2013.5.6 (월)
서 은 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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