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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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사부님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
잘 지내고들 있느냐? 역시 우리 제자들이고 연구원들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너희들을 만나고 함께 지냈던 일이었다.
사람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일을 치르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이고 약점이면서 장점이 되었다.
지금 너희 있는 9기들을 뽑아놓고 제대로 면대면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나.
그래도 너희가 내가 죽기전, 병원에서나마 얼굴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나를 느끼고 만나고 싶거든 내가 써 놓은 책속에서 만나거라.
또한 너는 날마다 고전읽기를 들으면서 나의 목소리를 듣지 않더냐.
그것이 바로 너 자신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겠느냐.
질문이 있거든 언제든지 질문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답을 들을 수 있을거다,
나는 너희들을 개인사를 모두 읽어보았고, 2차 레이스 하면서 너희들의 역량을 가늠해보았단다.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갈고 닦느냐가 더 빛나는 것이더라.
나를 보아라. 내가 증인이지 않더냐. 책을 써본 적이 없는 내가
15년에 걸쳐 스무권의 책을 쓸수 있었던 것도 매일 꾸준히 해나가는 힘이 보여주지 않더냐.
오미경.
2000년 당시, 이제 막 나의 일을 시작하고 있을 무렵, 너는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얼굴도 만난적 없는 네가, 나에게 너의 마음을 터놓고 글을 보내왔을 때, 실은 너에게 고마웠다.
나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네가 나에게 용기를 준 케이스였지. 기억할 것 같다.
미경이 네가 말한 것처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파장이 비슷하면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살아가면서 알았단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너와의 만남이 이렇게 이어지리라는 것을 너나 나나 알았겠느냐.
그래서 우리는 신과 우주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보다.
나 구본형 사부가 나의 사랑스런 9기 제자 오미경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는 네 자신을 혁명하거라.
너의 장점은 결심을 하지 않는 거더구나.
네 말대로 결심을 자주하고 다짐한다는 것은 안하고 있고 하고 싶지 않다는 반증이지 않더냐.
예를 들어, 연애할 때, 만나야지 결심하고 만나더냐. 자신이 좋으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하지 않더냐.
혁명이란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패턴들을 한꺼번에 바꾼다는 것은 죽어야 가능하단다.
서서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너의 삶. 혁명이란 자신의 과거의 껍질을 벗는 것이다.
두껍고 딱딱한 낡은 습관의 껍질을 벗는 것이지. 그 껍질이 너를 보호하고 감싸고 안전하게 해주는 것 같아도,
네가 그 껍질을 벗지 못한다면 너는 그 껍질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네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사람처럼 어느 날 죽음의 손이 너에게 내밀때, 너는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단다.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쉽더냐. 죽음이 와도 못고칠 것이 과거의 습관이더라.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이 한 번 뿐인 네 생애를 살아가려면, 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야 할 것이다.
내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 세상사는 일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사람이 의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심리학에서는 무의식 즉, 불교에서는 카르마, 혹은 업식, 일상생활용어로 습관이라 말을 하지.
혁명이란 좋은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란다.
네 자신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하루살이의 삶’ 으로 살아가거라.
둘째는 미친듯이 살아보거라.
병원에서 내가 미경이 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미친듯이 해보거라.
나는 너에게서 강한 열정을 보았단다. 너의 열정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단다.
낭중지추 囊中之錐 주머니속의 송곳은 어디를 가도 자신이 드러내지 않더냐. 나는 너에게서 그런 열정을 보았느니라.
그러니 그런 열정으로 자신을 믿고 미친듯이 해보거라. 삶이 바로 네 비즈니스business란다.
그림과 삶을 연결시키는 너의 일이 멋지구나. 그 멋진 일을 하려면, 일단은 많이 읽어라.
많이 읽는 박학, 깊이 물어보는 심문, 스스로 생각해보거라.
어떻게 그림이 우리 생활속에서 녹아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네 자신이 먼저 모범이 되어 진지하면서도 무겁지않게 행동하고 습관화하다 보면 네 스스로 답을 찾고 알게 될 것이다.
실은 나도 네가 나를 <피리부는 소년>으로 말해주었을 때, 나 자신을 돌아다 보았다.
아~~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음악과 같다는 것을 나도 네가 준 글을 보고서 확인했단다. 네가 말한 것처럼, 너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드 시키면서 하드웨어는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있단다.
나는 시인처럼 살고, 너는 그림처럼 살고, 시와 그림이 어울러진 .
이 얼마나 멋진 사제간의 동행이더냐.
셋째는 미경이 네가 공헌하는 삶. 책을 꼭 쓰거라. 네가 여기 연구원 지원한것도 책을 쓰기 위함이 아니더냐.
받은 것을 되돌려주려면, 네 자신이 그릇이 되어야 하지 않더냐.
말로만 하는 사랑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인구도 다 먹여 살릴 수 있단다.
하지만, 말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몸으로 하는 실천이란다.
매주 하나의 칼럼과 북리뷰를 하면서 너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는 네 자신을 느낄 것이다.
과제만을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너의 관심사를 다양하게 모색해보거라.
물론 너의 관심이 그림과 칼라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고 네 속에 또 다른 광맥이 있으니 다양한 모색이
지금의 관심사를 더 폭넓으면서도 깊게 팔 수 있을 거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결심하지 말고 그냥 하거라.
그냥 하면 그것도 매일 꾸준히 하면 쌓여서 좋은 습관이 되는 것이니.
넷째는 미경이는 분위기 메이커이니 9기 팀원들과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날들을 많이 만들어가거라.
너 하나 망가져서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면 그것 또한 몸으로 하는 공헌이지 않더냐.
어찌보면 9기의 각자의 운명이 공동의 운명이 되었다.
나의 부재不在속에서 연구원 생활을 해나간다는 것이 때로는 힘이 들때도 있을거다.
하지만, 나의 분신들인 연구원 제자들이 있으니 어쩌면 그들이 나보다 더 살갑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겠느냐.
그들과 한데 어우러지고 너희들을 봐주는 연구원 선배들을 신뢰하고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거라.
이 사부는 늘 지켜볼것이다. 고 3 급훈에 “엄마가 보고 있다”가 있다면,
너희 9기에게는 “사부가 지켜보고 있다”이다. ㅎㅎㅎㅎㅎ
각자의 자리에서 어울려지면 얼마나 멋진 일곱 빛깔이 되겠느냐!
네가 말한 것처럼 나는 너의 가슴속에 별이 되어 살아있지 않더냐.
, 너도 나처럼 사람을 남기거라. 죽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나와 만남 사람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의 기억뿐이더라.
사랑한단다 .ok? ^__^
2013년 05월 25일 토요일 2시p.m.
웨버 최재용님 본인이 쓴 글을 본인이 읽은 후에 2기 강미영님께서 제안하셨습니다.
편지를 선배들이 읽어주면 더 좋을것 같다고요. 특혜는 최재용님 받지 못하고,
은경, 진희,미경, 형선, 대수 이렇게 특혜를 받았습니다.
웨버님 .. 조금 미안하네요. 웨버님 덕분으로 우리가 특혜를 받았습니다.
저는 6기 박미옥 님이 낭독해주셨습니다.
가슴으로 읽는 편지여서 그런지 사부님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목소리도 낭랑하고 차분하게 울려퍼지는 음성이 눈시울을 젖게 만들더군요.
박미옥 선배님. 고개숙여 감사합니다.
0ff 수업 할때마다 마음도 넓어지고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