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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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거짓말이다. 이걸 이해하는데 그토록 오랜 세월이 걸렸다. 오롯이 내 안의 것으로 이해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자연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했지만 왜 그토록 신화를 부정하고 혐오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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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는 모든 것을 부정했다. 난 여유와 몽상을 잃는 대신 실리와 속세를 얻었다. 여기저기 채이면서 말이다. 그런 나에게 신화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그래서 중세 유럽의 그림들과 그리스 신화에 빠져있던 누나를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거 보면 밥이 나오나, 도대체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득이 되는지 의아했다.
종교역시 믿지 않는다. 모든 종교의 최초의 모습은 신화와 닮아 있다. 천지를 창조하고,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등등.. 도대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것들을 믿고 있는 많은 사람들 역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모태신앙이지만 20대 초중반쯤 완전 교회에 발을 끊어버렸다. 더이상 이런 말도 안되는 것들에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았다. 난 현실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신화에 대해 생각을 바꾼 것은 조셈캠벨의 <신화의 힘>에서 읽은 한 구절 때문이였다.
'신화는 은유다'.
머리에 해머를 맞은 기분이였다. 도대체 왜 난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누구하나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던 것인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래 신화는 은유법이고 정신나간 이야기였다. 그리고 시의 언어이기도 했다. 그 누구도 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듯이 신화 역시 과학적으로 실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는 것이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 신화는 거짓말이 맞았다. 이제서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래 신화는 역시 거짓말이였어~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 난 관점이 달라졌다. 더이상 신화와 종교를 적대적으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들을 분석하기 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종교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고, 누나의 책장 한칸을 채우고 있는 신화 미술관련 서적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말그대로 믿음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였던 것이다.
신화는 거짓말이다. 그래서 그 안에 과장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오로라가 있다. 가끔은 하늘을 날고 가끔은 변신을 한다. 하지만 삶은 진실이다. 따분하고 밋밋하지만 우리는 매일 일상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의 육체는 제한되고 우리의 사회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질서정연하다. 재미없는 삶에 신화의 소스를 버무려 보자. 훨씬 여유로워지고 영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제우스와 에로스에게 말도 걸어봐야 겠다. 시처럼 부드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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